입력 : 2025.01.25 07:30
[땅집고] “와, 하마터면 우리나라 경제 박살날뻔 했는데… 천만 다행이네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대한민국 3대 천운 사건’이라는 제목이 달린 게시글이 화제를 몰고 있다. 외국계 기업 인수나 초대형 행사 등 과거 굵직한 프로젝트가 불발된 덕분에 국내 경제가 흔들릴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는 것. 두산의 웨스팅하우스 인수 실패, KDB산업은행의 리먼 인수 실패, 부산 올림픽 개최 실패 총 세 가지 사건이다.
■두산그룹, 웨스팅하우스 인수 불발 덕에 살았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대한민국 3대 천운 사건’이라는 제목이 달린 게시글이 화제를 몰고 있다. 외국계 기업 인수나 초대형 행사 등 과거 굵직한 프로젝트가 불발된 덕분에 국내 경제가 흔들릴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는 것. 두산의 웨스팅하우스 인수 실패, KDB산업은행의 리먼 인수 실패, 부산 올림픽 개최 실패 총 세 가지 사건이다.
■두산그룹, 웨스팅하우스 인수 불발 덕에 살았다
2005년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을 통해 미국 기업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를 인수하려고 시도했다. 웨스팅하우스는 1940년대 방위 사업에 진출한 이후 원자력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다. 국내 첫 상업용 원전인 고리1호기가 웨스팅하우스의 원전 기술을 전수받아 건설되는 등이다.
☞나에게 딱 맞는 아파트, AI가 찾아드립니다
하지만 2006년 일본 대표 반도체 기업인 도시바가 웨스팅하우스를 품겠다며 당초 예상 매각가의 3배에 달하는 54억달러(약 7조8650억원)라는 거액을 제시하는 바람에 두산그룹은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시게 됐다. 당시 원전 건설 붐이 일어나고 있어 도시바는 웨스팅하우스의 기술력을 업고 세계 원전 업계에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가 발생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사고 당시 멜트다운(Meltdown·원자로의 노심이 녹아내리는 현상)이 발생한 원자로 3개 중 2개가 도시바 제품이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것. 이 사고로 일본 정부는 새 원전 건설을 막고 가동하던 기존 원전 50기를 폐쇄했으며, 전세계적으로 탈원전 움직임이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결국 도시바가 웨스팅하우스 인수 후 원전 사업 침체로 겪은 누적 손실이 7조원을 기록했다. 2017년 웨스팅하우스는 미국에 파산 신청을 했고, 도시바는 손실을 메우기 위해 반도체 메모리 사업부를 비롯해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도시바메디컬시스템, 제조업체 도시바머티리얼 등 자회사를 차례로 매각했으나 2023년 경영난으로 74년만에 상장 폐지됐다. 만약 두산그룹이 도시바 대신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했더라면 국내 경제가 크게 침체됐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대한민국 진짜 망할뻔…KDB산업은행의 리먼 인수 실패
리먼브라더스는 정부·기업 채권 거래 및 모기지 인수 전문 기업으로 당시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메릴린치에 이어 세계 4대 투자은행으로 꼽혔다. 하지만 2007년 미국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대거 손실을 입었고, 추가 투자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아직도 발품파세요? AI가 찾아주는 나에게 딱 맞는 아파트
이 틈을 타 국내 3대 국책은행 중 하나인 KDB산업은행은 리먼브라더스의 지분 50%를 인수할 계획을 세웠다. 민영화를 앞두고 글로벌 투자 은행이 장기적인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당시 리먼브라더스 1주당 가격이 30달러에서 18달러까지 낮아졌는데, KDB산업은행은 시세의 3분의 1 가격인 6.4달러를 제시하며 협상에 나섰다.
하지만 2008년 6월 M&A 입찰에 참가해 가격을 조율하던 KDB산업은행이 같은 해 9월 돌연 M&A 무효화를 선언했다. 소식이 전해진지 하루만에 리먼브라더스 주가는 45% 폭락했고, 6일 뒤에는 결국 파산했다.
이 여파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도래했고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 큰 충격파가 전해졌다. 리만의 파산 규모는 6700억 달러로 세계 역대 최대 수준이었고, 한화로는 약 700조원에 달했다. 2008년 한국의 1년 예산이 257조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만약 KDB산업은행이 리먼브라더스를 인수했을시 나라가 거의 망할 위기에 처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2020 부산 올림픽 유치 실패, 오히려 잘됐다
대한민국은 부산시에 2020년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10여년 동안 대회 로고까지 미리 정해놓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가 확정되면서 유치 시도를 포기하게 됐다. 사실상 올림픽 행사를 한 국가에서 연달아 개최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부산이 2020년 올림픽을 포기하면서 2013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제125차 총회에 선 일본 도쿄가 개최지로 확정됐다. 하지만 2020년 7월 24일 열릴 예정이었던 도쿄 올림픽이 코로나19로 1년여 연기됐다.
사상 최초로 올림픽이 미뤄지면서 일본 정부는 막대한 추가 비용을 지불하게 됐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이 올림픽 준비를 위해 쓴 돈은 3조700억엔(약 28조7700억원)인데,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경기장·선수촌 유지 관리비와 예선 비용 등으로 6408억엔(약 6조50억원)을 추가로 들였다고 전해진다.
처음엔 오랜 기간 부산 올림픽 유치를 준비해온 우리나라가 고배를 마셨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오히려 국가 경제에 득이 됐던 셈이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