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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신축도 폭삭 망했다…아파트 상가 공실폭탄에 통매각, 할인매각 줄줄

    입력 : 2025.01.22 07:30

    [땅집고]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 상가 통매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경기 불황 등으로 상가 분양시장이 침체하자 조합이 수익성을 낮추더라도 미분양 리스크를 줄이려는 전략을 세운 겁니다. 안정적인 현금 확보를 위해 상가 통매각을 추진하는 건데요.

    아파트는 잘 되는데 상가는 왜?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을 텐데요. 강남3구 주택시장에선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 시세보다 훨씬 분양가가 저렴한 탓에 아파트 '청약 불패'로 불리지만 상가는 전혀 다른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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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집고]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상가 공사현장./강태민 기자

    상가 일반분양 물량을 두고 개별 매각이 어려워지자 모두 특정 업체에 매각하는 '통매각' 방식을 택한 곳이 늘고 있습니다. 올해 6월 입주 예정인 메이플자이.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지구를 재건축한 단지인데요. 조합 측은 이달 6일 상가 일반분양분에 대해 일괄매각 공고를 냈습니다. 매각 대상은 상가 총 213개실 중 조합원 154개 호실을 제외한 일반분양 59개실을 모두 통매각 합니다. 59개 호실은 지하 1층부터 5층까지 나눠져 있는데요. 총 면적은 전용 면적 기준으로 3498㎡(1060평)입니다.

    이달 22일까지 최고가를 써낸 업체를 최종 낙찰자로 선정할 계획인데요. 부동산 업계에서는 300억~400억원 수준에서 낙찰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평당 1억의 반타작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층마다 가격이 다르지만, 평당가로 환산하면 2650만원~3500만원입니다. 조합은 개별 상가를 나누어 분양하면 거래가 원활하지 않아 미분양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특정업체 매각을 추진합니다.

    [땅집고]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상가 일반분양분 일괄매각 공고.

    또한, 안정적인 현금 확보를 위해 통상 매각금액의 10% 수준인 계약금 비율을 20%까지 상향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도 2022년 상가 312개실을 1700억 원대에 일괄 매각한 바 있습니다. 원베일리 1층 상가 분양가는 평당 7800만∼1억1000만원 대였는데요. 아파트 분양가(5653만원)의 최대 2배에 달하는 가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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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가를 직접 분양했을 때보다 수익은 훨씬 적지만 공실 우려에 전문 업체에 맡기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겁니다. 상가 일괄매각은 개별 분양보다 분양 수익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조합 입장에서는 미분양 리스크를 덜 수 있습니다.

    강남3구 뿐만 아니라 서울 전역에서 아파트 상가 분양이 골칫거리로 떠올랐는데요. 신림3구역을 재건축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벤처타운역 푸르지오는 상가를 통매각한다는 광고를 내기도 했는데요. 평당 1190만원으로 시세 대비 약 3분의 1 가격에 매각합니다. 아파트는 총 571가구로 완판 후 올해 5월 입주를 앞두고 있습니다.

    일부 단지에서는 통매각도 난항을 겪고 있는데요. 송파구 힐스테이트e편한세상문정은 2023년 말 최저입찰가 90억 원으로 상가 19개실 통매각을 추진했었는데요. 수요가 없자 85억원으로 금액을 낮추다 결국 개별 분양으로 선회한 바 있습니다.

    서울 집합상가 공실률은 지속적으로 상승 중입니다. 경매 건수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요. 지난해 서울의 상가 경매 진행 건수는 2769건으로 전년 대비 70% 증가했습니다.

    [땅집고] 2022년~2024년 서울 상가 경매 진행 건수./그래픽=최우정

    과거 상가 투자는 매달 임대료가 들어오고 자산가치가 높아져 노후준비로 인기가 많았죠. 특히 대단지 아파트 상가는 실패 확률이 낮은 재테크로도 인기가 높았습니다.

    현재는 신축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공실이 없는 곳을 꼽기 힘든데요. 왜 이렇게 인기가 급격하게 시들어버린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고금리 때문입니다. 저금리 시기에 집값이 급등하면서 주택 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투자자들은 상가 분양가의 80%까지 대출을 받아 투자를 했었는데요.

    2021년 이후 대출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임대료로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특히 인기가 좋았던 단지 내 상가 1층에는 음식점을 개업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배달의민족, 쿠팡, 마켓컬리 등 소비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단지 내 상가를 외면하기 시작했습니다.

    통상 재건축 조합 및 시행사들은 상가를 전용 33㎡, 10평짜리 내외로 잘게 쪼개고 평당 분양가를 높게 책정해 왔었죠. 수도권 신도시 1층 상가 분양가도 무려 평당 1억원에 달했습니다. 상가 분양대금으로 공사비를 충당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아파트 분양가보다 상가 분양가가 더 높은 편이다 보니 대출 이자에 따른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상가를 채우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게다가 최근 공사비 상승 등으로 인해 정비사업 조합 측의 현금 확보도 중요해져 상가 통매각 추진 선호도가 높아졌습니다.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고분양가 이로 인해 낮아진 수익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상가 미분양 문제는 지속할 텐데요.

    할인 분양에도 팔리지 않으면서 상가 통매각 카드를 꺼내 드는 곳이 늘고 있죠. 강남 최상급지의 일부 단지를 제외하면 당분간 미분양 문제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0629a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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