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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1900억 날릴 판" 일산 원마운트 폭망에 임대분양자 피눈물

    입력 : 2025.01.16 07:30

    [땅집고] 2025년 1월 경기도 고양 일산신도시 소재 '원마운트' 옥상에서 수영장을 바라본 모습. /강태민 기자

    [땅집고] 경기 고양 일산신도시의 복합테마파크 ‘원마운트’가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를 밟기로 한 가운데 원마운트와 임대분양자 간 갈등이 벌어졌다. 원마운트 측은 법원에 조정안(회생계획안)을 제출하고, 기업회생을 본격화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주 채권자인 임대분양계약자(회생담보채권자) 대다수는 해당 조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최대 1900억원을 날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 3500억원 채무 줄여달라는 원마운트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주식회사원마운트(원마운트)는 서울회생법원에 회생계획안 제출기한 연기를 신청했다. 법원이 이를 허가하면 당초 1월 20일이었던 제출기한은 한 달가량 늘어난다. 법원은 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신청이 있거나 직권으로 회생계획안 제출기간을 2달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
    원마운트 측이 제출 시점을 연기하려는 것은 회생 채권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조정안을 마련하지 못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조정안이 통과하려면 원마운트는 일정 비율 이상의 채권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 상가 임대분양계약자의 전세보증금인 회생담보채권(1905억원)의 경우 3/4, 스포츠센터 멤버십 비용인 회생채권(240억원)은 2/3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땅집고] 원마운트 법정 관리를 위한 조정안의 초안 '채무자 재산실태조사'에 따르면 원마운트와 담당 회계법인은 원마운트의 재산상태조사액을 '0원'으로 기재했다. /비대위 제공

    ■ 1900억원 날릴 처지, 상가임대계약자 뿔난 이유

    채무 규모가 가장 큰 것은 총 1905억원으로 추산되는 회생담보채권이다. 모두 임대분양계약자 전세 보증금으로 이뤄져 있다. 2013년 원마운트 당시 3.3㎡(1평)당 분양 가격이 1층 기준, 2700만원선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채권자 당 피해 규모는 최소 수억원이다. 1층 상가 130㎡를 계약했다면 보증금으로 10억원을 낸 셈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계약자는 이 돈을 모두 날릴 가능성이 높다. 원마운트 측은 조정안의 초안인 ‘채무자 재산실태조사’에서 원마운트 쇼핑몰과 워터파크 등 건축물 청산 가치를 0원으로 기재했다. 고양시 소유 부지이므로, 해당 건축물 매수자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회생담보채권자로 구성된 상가비상대책위원회 측은 보고서가 자산가치를 의도적으로 높게 평가하는 반면, 청산가치를 과소평가해 임차인과 채권자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성준 원마운트 상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이런 황당한 일이 어디 있나”라며 “해당 보고서를 보면 원마운트 측이 채무를 제대로 갚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이어 “지자체인 고양시는 시 소유 부지에서 토지 임대부 사업을 하는 기업을 제대로 관리감독했어야 하지만, 손을 놓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원마운트의 자영업자들은 보증금을 떼이는 이른바 ‘전세사기’로 바라봤다. 원마운트 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고양시 땅이라고 해서 원마운트 상가를 임대 분양받았는데, 보증금을 떼이는 전세사기를 당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땅집고] 주식회사 원마운트의 최근 6년간 재무 상황 요약. /이해석 기자

    ■ 원마운트, 매출 235억·당기순손실 204억

    원마운트 측은 비대위 등 채권자와 논의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워터파크를 휴장하면서 매출이 급감했는데, 코로나19가 끝난 이후 워터파크와 스노우파크를 재개장하면서 이를 중심으로 조금씩 회복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테마파크를 2개나 갖춘 데다, 열 손실이 많은 스트리트 형태로 설계해 건물 유지를 위한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인근에 CJ라이브시티 한류문화복합단지 대형 사업이 좌초되면서 유동인구 증가를 기대하기도 어렵게 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원마운트 순매출액인 영업수익은 2019년 241억원에서 2020년 132억원으로 반토막났다. 이듬해인 2021년에도 136억원에 그쳤다. 코로나19가 끝난 이후인 2022년에는 2011억원, 2023년에는 235억원으로 살아났으나, 당기순손실이 200억원(2023년 기준)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원마운트 관계자는 “가스비 등 에너지 관련 비용과 인건비가 배로 올라 비용 부담이 크다”면서도 “방학을 맞아 스노우파크를 찾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어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고양시와 협의해 시설 일부 용도변경을 진행하는 등 수익성 개선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땅집고] 주식회사 원마운트의 부동산 관련 법적 관계 도식화 이미지. /이해석 기자

    ■ 원마운트, 고양시 토지임대부·킨텍스 지원부지 개발 사업으로 등장

    원마운트는 2008년 고양시의 킨텍스 지원부지 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연면적16만1602㎡(4만8884평) 규모 복합테마파크다. 2013년 개장 당시 워터파크와 눈썰매장, 복합쇼핑몰, 스포츠센터까지 갖춘 ‘하이브리드 테마파크’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지하2층~지상9층, 3개 동으로 구성됐다.

    원마운트 대주주는 청원건설이다. 이들은 고양시 소유 땅에 규모 복합테마파크 원마운트를 짓고, 50년 뒤 고양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했다. 토지 소유자는 고양시지만, 건축물 소유주 및 임대인은 원마운트다. 상가 임대 분양계약자는 임차인(전대인), 월세 계약자는 전차인이다. 쇼핑몰과 스포츠클럽은 각각 임대분양과 멤버십 형태로 보증금을 끼고 있다.

    이곳은 2020년부터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방문객이 대폭 줄었고, 인건비와 전기요금이 급격히 상승한 영향으로 사실상 ‘돈 먹는 하마’가 됐다. 결국 2024년 하반기 회생법원에 법정 관리를 신청했다.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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