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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 졸리하우스로 불린 정동 1번지…격동의 역사현장이 '2030 핫플' 된 이유

    입력 : 2025.01.15 09:23 | 수정 : 2025.01.15 11:04

    [공간의 재발견] 정동길 핫플로 떠오른 신아기념관

    [땅집고]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 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있어요/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

    이문세 노래로 유명한 ‘광화문 연가’의 작곡가 이영훈를 추모하는 노래비가 있는 정동길. 서울시청 앞광장에서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정동길을 걷다 보면 서울시립미술관, 배재학당 역사박물관, 서울 정동교회, 이화학당, 정동극장, 고종의 길 등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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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년 서울시가 '걷고 싶은 거리' 1호로, 2006년 건설교통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최우수상을 차지할 정도로 아름다운 길이다. 정동길은 연인들의 사랑과 추억으로 가득한, 아름답기만 한 길은 아니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현대사의 아픈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거리 자체가 박물관이다.

    정동길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신아기념관(新亞紀念館)은 1920년대 중국 상하이에서 가져온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축물이다. 덕수궁 땅이었던 이곳은 구한말 독일인 외교 고문 묄렌도르프와 영국인 브라운 세무총사 등 외국인 고문관들이 임시 숙소 겸 사무실로 사용했다. 미국·영국·러시아 공사관 등이 이웃에 있어 외교관 친목 모임의 장소로 활용되면서 외교가에선 ’졸리 하우스’ (Jolly House ∙ 즐거운 집)로 불려 지기도 했다.

    정동길 한복판에 있는 신아기념관. 한때 덕수궁이었지만, 구한말 외교클럽을 역할을 한 졸리하우스,건물은 싱거미싱 사무실, 미군정청 건물, 신문사사옥, 정당사무실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됐다.

    ■ 덕수궁이 미싱회사, 미군정, 신문사, 당사로 변신

    1920년 근대적 지적제도에 따라 정동 1번지(1-28)를 부여받았으며 1923년 미국 싱거(Singer) 미싱사가 인수해 한국전 직후까지 한국 본사로 사용했다. 싱거미싱은 국내 전역에 재봉틀을 보급해 한국 의류문화를 바꿨다. 이후 미 군정기에는 미군정 경제원조처(ICA)로 사용됐고 이후 미 국무부 산하 기관들의 사무실로 활용됐다.

    신군부의 언론통폐합으로 폐간한 신아일보의 발자취를 담은 기념관.

    1967년 신아일보사(新亞日報)가 이 건물을 매입하여 편집국과 문선, 정판 등이 있는 사옥으로 사용했다. 당초 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반지하 층과 지상 2층으로 이뤄진 건물을 신아일보사가 3~4층을 증축, 지금 모습이 됐다. 신아일보는 언론인 출신 장기봉(張基鳳)씨가 독자를 위한 상업신문을 표방하며 1965년 창간했다. 신아일보는 독자투고란인 ‘세론(世論)’을 마련하여 본격적인 독자참여 언론의 문을 열었으며, ‘종교란’을 최초로 만들었다. 그러나 1980년 신군부 독재 정권의 언론 통폐합 조치로 80년 11월 25일자 지령 4806호를 끝으로 경향신문에 강제 통폐합됐다. 이후 건물은 고 이만섭 국회의원이 총재로 있던 한국국민당 당사로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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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아기념관에 있는 싱거 미싱/

    ■ 격동의 역사 현장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

    신아기념관은 관공서가 아닌 민간 건물로서는 국내 최초로 슬라브 및 원형 철근 콘크리트가 적용된 붉은 벽돌 미식쌓기 구조로 지어졌다. 천장과 내부 기둥, 바닥구조, 벽난로 등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1층 중앙 출입구의 돌출부와 계단, 발코니는 근대 건물의 전형이다.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아 2008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신아기념관는 ‘입고창신’(入古創新 ∙ 옛 것으로 들어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의 근대 정신을 구현해내고 있다. 새로운 꿈을 펼치려는 젊은 소상공인들의 창의적인 사무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인스타그램 등 SNS 채널을 통해 상품 판매를 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직접 운영하는 쇼룸과 현장 체험 마켓터들의 전시장, 갤러리 등 복합 문화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도자기, 그릇 등 주방용품 전문점인 '소일 베이커', 친환경 올가닉 천으로 만든 여성 의류점 '가정식 패브릭', 고급 잠옷 브랜드 전문점 '조스 라운지', 빈티지 소품 판매점 '라파르마', 문화 체험 마케팅 공간인 '영감의 서재', 갤러리 '모순', 정신분석상담센터 '판도', 정동아뜰리에 미술 교습소 '쥬트 ', 프랑스 디지털 마케팅 회사 '아지앙스', 국내 3대 건축설계회사 SoA 등이 입주해 있다. 음식점도 유명하다. 샐러드 샌드위치 전문점 '르풀'과 와인 전문 레스토랑 '오드하우스'에는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장학만 신아기념관 대표는 "정동길은 걷다보면 역사가 말을 걸어오는 근대 140년의 문화유산을 담고 있는 시공간"이라며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이곳에서 신아기념관은 옛것을 이해하고 포용하면서 젊은 창의성과 상상력을 이끌어가는 '입고창신'의 공간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현재 서울정동협의체 부위원장도 맡고 있다. 정동협의체는 정동길은 보존하고 정동 문화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 정동 인근 27개 기관과 7개 대사관이 힘을 모아 정동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데 노력하고 있다./hbch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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