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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간 미분양의 저주에 빠졌던 덕수궁 돌담길 옆 시니어타운

    입력 : 2024.12.02 07:30

    [땅집고] 서울 중구 정동 '상림원' 아파트 정문. 소규모 단지지만 고급자재로 지어졌고, 정문에 보안을 위한 관리실을 두고 있다. /김서경 기자

    [땅집고]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나 있는 정동길.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간직한 거리인 만큼, 100년 이상 역사를 자랑하는 고(古)건물이 많다. 이곳에는 최근 개발 바람이 불고 있는 노인복지주택 1세대 모델도 있다. 바로 경향신문이 지은 ‘상림원’이다.

    서울 중구 정동에 위치한 ‘상림원’은 예원학교를 끼고 오르막을 따라 걷다보면 나오는 고급 빌라 단지다. 부지 절반 가량이 키 큰 소나무에 둘러싸여 있다. 2008년 준공해 구축에 접어들지만, 최근 지어진 고급 빌라와 견줘도 밀리지 않을 외관을 가졌다.

    ‘상림원’은 지하3층~지상 13층, 3개 동, 전용면적 111㎡~241㎡, 총 98가구 규모의 단지인데, 주택형만 29개에 달한다. 가장 비중이 높은 주택형인 전용 113·129·182㎡도 9가구에 불과하다. 주택형에 따라 설계도면이 증가한다는 점에 비춰볼 때, 시행사가 매우 신경써서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땅집고] 서울 중구 정동 '상림원' 아파트 외관. 단지 바로 옆에 소나무 공원이 있어 사생활 보호를 할 수 있는 구조다. /김서경 기자

    ■ 상림원 16년 만에 재조명받는 이유

    초고령화 시대, 도심 속 시니어타운 ‘상림원’이 준공 16년만에 재조명받고 있다. 분양형 노인복지주택 규제 완화해달라는 요청이 쏟아지면서다. 최근 건설업계에서는 경기 침체로 아파트 사업이 중단되는 경우가 늘어난 가운데, 노인복지주택 개발로 방향을 틀고자 하는 디벨로퍼가 많다. 게다가 경제력을 갖춘 액티브시니어가 가는 시니어타운은 수요 대비 공급도 적다.

    시니어타운의 법적 명칭인 ‘노인복지주택’은 크게 분양형과 임대형으로 나뉜다. 임대형은 입주민이 보증금과 월 생활비를 내고 일정 기간 거주하는 형태다. 분양형은 일반 주택처럼 호실 별 등기가 가능하나, 운영사의 사기 분양 등 논란이 벌어지면서 2015년 폐지됐다.

    상림원 등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은 2008년부터 약 10년간 전국 곳곳에 지어졌지만, 업계 관심을 받지 못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은 40개다. 서울시니어타워 가양과 강남점, KB평창카운티 등이 있다.

    상림원은 서울 12개 분양형 노인복지주택 중 2번째로 문을 열었다. 2005년 말, 경향신문이 사옥 옆 팝콘하우스 부지 개발사업을 통해 공급한 시설이다. 당시3.3㎡(1평) 당 분양가는 2000만원~3000만원선이었다. 이는 강남 아파트와 맞먹는 가격이었다. 2005년 입주한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84㎡는 당시 7억~7억5000만원 선에 거래됐다.

    [땅집고] 서울 중구 상림원 분양 당시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지금은 ‘경희궁자이’ ‘디팰리스’ 등 광화문 인근에도 고가 아파트가 많지만, 당시 이 가격을 받아들이는 이는 적었다. 결국 이 단지는 너무 비싸게 공급된 탓에 17년 만인 2022년에야 미분양에서 벗어났다. 경향신문은 2022년까지 재무제표에 부동산 관련 내역을 기재해왔다.

    최근에는 도심 속 고급 빌라로 알려지면서 가격이 제법 올랐다. ‘상림원’ 전용 123㎡ 매매 호가는 20억원부터다. 전용 172㎡ 매매 호가는 35억~40억원 선이다.

    ■ 분양형 시니어타운 ‘줄소송’, 폐지로 이어졌다

    상림원은 다른 분양형 시니어타운처럼 분양 이후 애매한 규정으로 인해 법적 소송에도 휘말렸다. 관련법에 따라 이곳은 60세 이상만 입주가 가능하지만 시행사가 초기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해당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으면서 60세 미만 분양자가 있었고, 결국 법적 다툼을 벌였다.

    분양형 노인복지주택 갈등은 시설이 제도권에서 사라진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경기 성남 ‘헤리티지’ 입주민들이 실버타운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 노원구 ‘중앙 하이츠 아쿠아’는 운영사와 입주민 간 법적 다툼 끝에, 구청이 중재에 나서면서 결국 일반 주택으로 용도를 변경했다.

    이러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분양형 시니어타운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의견과 재발방지책을 마련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시행사, 자산운용사 등 디벨로퍼들 사이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했지만, 수요가 많다는 점에서 ‘시니어타운’으로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는 시각이 짙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시니어타운 수요가 상당하다고 해서 상품에 대한 기대감이 컸는데, 막상 알아보니 건물을 짓고 투자금 회수(엑시트) 할 수 없는 구조였다”며 “수요가 높은 도심에서 임대형만 가능하면 공급한다는 기업이 매우 적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요양업계는 재발방지책 없이 분양형 규제를 풀었다가는 법적 다툼 등 부작용 발생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수도권 시니어타운 관계자는 “시니어타운의 본질은 주택이 아니고 운영이라고 봐야 한다”며 “의무 운영 기간이나 분양형 비중 최소화 등 임대 형태를 유지하는 보완책 없이 분양형을 풀어주면 사달이 날 것”이라고 했다. / westseoul@chosun.com


    <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과 운영 전문가 과정 모집>



    땅집고가 최근 늘어나는 시니어 부동산 개발 니즈에 맞춰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과 운영 전문가 과정(4기)’을 오는 2월 개강한다.

    단순한 시니어타운 소개 등 기초 강의가 아니라 시설 설계부터 운영까지 시니어타운 개발 전 과정에 대해 소개한다. 시니어타운 개발이 적합한 입지를 고르는 방법부터 운영 수익이 발생하는 재무 구조 설계 방법, 시니어타운에 반드시 필요한 인테리어 설계 등을 전수한다.

    강의는 수강생들의 이해를 돕는 현장 스터디 3회를 포함해 총 18회로 진행한다. 강의 시간은 매주 수요일 오후 4시~6시30분이며, 수강료는 290만원이다. 땅집고M 홈페이지(zipgobiz.com ▶바로가기)에서 신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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