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1.09 13:12 | 수정 : 2025.01.09 13:26
[땅집고] 교통 혁명이라고 불리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이 9개월의 시차를 두고 경기 남부권·서북권이 나뉜 채로 부분 개통했다. ‘삼성역 무정차’로 인해 개통 직후 상반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GTX-A 노선은 지난해 3월 동탄역~수서역 1단계 구간에 이어 지난달 28일부터 파주 운정중앙역~서울역 2단계 구간 운행을 시작했다.
GTX는 최고 시속 180㎞로 달려 파주 운정역에서 서울역까지 22분이면 도착한다. 기존 지하철보다는 24분, 광역버스보다는 44분 단축돼 ‘천지개벽’이라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수서역~동탄역 개통 당시엔 ‘삼성역 무정차’로 반쪽짜리 개통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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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수서역~동탄역 구간의 경우 운행을 시작한 지 한 달간 일 평균 이용객 수는 8505명에 머물렀다. 정부 예측치인 1만5000명의 절반을 넘기지 못하면서 ‘실효성 논란’까지도 등장했었다. 교통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GTX-A 노선 개통 직후 남부권과 서북권 분위기가 다른 3가지 원인을 정리했다.
1. ‘삼성역 무정차’가 가른 이용률
파주 운정중앙~서울역 구간 개통과 비교해 수서~동탄 구간 개통의 반응에서 온도차가 느껴지는 결정적인 원인으로는 ‘삼성역 무정차’가 꼽힌다. 파주 운정~서울역 구간은 서울 중심 지역 중 하나인 서울역으로 직결되지만, 수서~동탄 구간의 경우 삼성역 공사가 늦어지면서 삼성역 정차가 불가하다. 파주·일산 시민들이 주로 출근하는 서울역·시청·광화문·마포 일대 출근이 가능해진 셈이다. 반면 화성동탄·용인·성남에서는 수서역에서 하차를 해야 하기 때문에 삼성역 일대 직장으로 가려면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서울역과 달리 수서역은 강남 주요 오피스권역과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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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역은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공사가 끝나는 시점인 최소 2028년은 되어야 정차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사실상 ‘반쪽짜리 개통’이라는 평가가 많다. 2026년부터는 삼성역을 무정차 통과하는 방식으로 서울역까지 이동할 수 있긴 하지만, 결국 강남 핵심지인 삼성역 정차가 불가능한 이상 수요가 한정적일 것이란 반응이 지배적이다.
파주와 동탄의 지역적 특성에 차이가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동탄은 직주근접지로서의 특성이 더 강하지만, 일산은 베드타운으로서 서울로 통근하는 직장인 수요가 더 많다.
2. 같은 노선인데 배차 간격이 다르다?
배차 간격에도 차이가 크다. 파주 운정중앙역~서울역 구간까지 가는 열차는 1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반면 수서역~동탄역 구간 배차간격은 약 20분이다. 1시간 기준으로 파주 운정중앙역~서울역 구간은 6대, 수서~동탄은 3대꼴로 운영하는 셈이다. 게다가 파주 운정중앙역~서울역 구간은 향후 증차를 통해 6분에 1대씩으로 배차 간격을 더욱 줄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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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동탄 구간의 배차 간격이 상대적으로 긴 이유는 파주 운정중앙역~서울역이 단독구간인 반면 수서~동탄 구간은 SRT와 GTX-A 노선이 공용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한 선로에 두 열차가 지나기 때문에 앞선 열차가 지나갈 때까지 대기 시간이 필요하다. 표찬 싸부원 대표는 “전 구간 개통을 하더라도 수서역~동탄역 구간이 SRT와 공용선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파주 운정~서울역 만큼의 빠른 배차 간격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다만 향후 기차 편성을 늘리면 현재 60대 기준에서 일 평균 100대까지는 증차가 가능하다”고 했다.
동탄 일대에서는 집에서 GTX 역사까지 이동하는 시간도 있는데다 긴 배차 간격까지 감안하면 차라리 기존에 타던 광역버스를 이용하는 게 더 낫다는 불만도 나온다. 동탄 외곽지역 거주민의 경우, 동탄역까지 가려면 통상 시내버스나 마을버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배차 간격이 긴 버스의 경우 최대 1시간까지도 걸리는 경우가 있다. 이로 인해 동탄 외곽 거주자 사이에서는 “마을버스 타고 동탄역으로 가는게 동탄역에서 수서역 가는 것보다 오래 걸려 탈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3. 버스에서 바로 열차까지…’복합환승센터’ 여부도 영향
주거지와 역까지 연계 교통 편의성을 좌우하는 ‘복합환승센터’ 여부도 두 구간 탑승객의 만족도를 결정 짓는 요인이 됐다. 파주 운정중앙역 지하 1층엔 복합환승센터를 조성했다. 버스 승객이 하차 즉시 열차 대합실로 이동할 수 있는 동선을 짰다. 버스 노선도 GTX 개통에 맞춰 개편하면서 편리성을 높였다. 총 12개 노선이 운행해 파주 곳곳의 주거지와 역을 이어준다.
반면, 동탄역 복합환승센터는 2027년 12월쯤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개통 후 4년이나 기다려야 한다. 역까지 자가용으로 이동해서 주차하고 GTX-A를 타는 파크앤라이드(Park&Ride)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동탄역 내 주차장 이용료는 시간당 3000원이고, 일일주차 기준으로는 2만5000원의 요금이 부과된다. 요금 부담이 크다. 만차인 경우는 주변에 있는 임시 공용 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는데, 임시 공용 주차장의 경우 역과의 거리가 있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GTX 성공 여부는 역세권까지 접근성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동탄역은 이런 부분이 아쉽다”며 “미국이나 유럽처럼 파크앤라이드 시설을 갖춰야 외곽지역 GTX의 역세권 기능이 강화될 것이다”고 했다.
동탄역 승차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동탄신도시 외곽지역에 출퇴근 전세 버스 노선 7곳을 확충하고, 연계 교통 수단인 ‘동탄 트램’도 올해 중반 착공을 앞두고 있어 2027년 12월 쯤이면 이용 가능할 전망이다./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