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1.09 07:30
[땅집고] “평당 공사비가 60% 넘게 오르면서 조합원 1인당 추가 부담금은 1억 3000만원 수준이 됐습니다. 조합원들의 피 같은 돈으로 공사비도 올리고, 분양가 산정 컨설팅 업체에 38억원을 보너스까지 준 거예요. 공사비는 계속 오르는데 결과물은 공사비가 싼 옆 단지만도 못해요. 오죽하면 조합원들이 이주기간에 거주 중인 잠실주공5단지, 장미아파트를 삼성물산이 수주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벼르는 분들이 있겠어요. “(잠실 래미안아이파크 조합원 A씨)
작년 10월 1순위 청약에서 268.6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모았던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 래미안아이파크’(잠실진주 재건축) 조합원들이 최근 부글부글 끓고 있다. 조합과 시공사가 공사비는 대폭 올리고 일반분양가는 낮춰 조합원 부담을 늘린 반면 분양가 산정 용역업체에게는 40억원 가까운 거액의 인센티브까지 지급했기 때문이다. 이 단지의 시공사는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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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는 최대로, 분양가는 최소로”…열받은 조합원들
8일 재건축 업계에 따르면 잠실진주 재건축조합은 오는 14일 임시총회를 열고 공사계약 변경 안건을 심의한다. 조경과 커뮤니티시설 고급화를 위한 특화공사 등을 이유로 공사금액을 기존 1조3229억원에서 1조3818억원으로 588억원 증액한다는 내용이다.
이 단지는 최초 도급계약 이후 공사비를 두 번 인상했다. 2018년 8월 3.3㎡(평)당 510만원에서 2021년 12월 착공 때 666만원으로 올렸다. 지난해 7월에는 원자재 가격 인상을 반영해 811만5000원으로 또 인상했다. 새 인상안을 반영하면 평당 공사비는 847만원까지 오른다. 이는 당초 약속한 510만원에서 66% 상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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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들은 “인근 재건축 단지보다 공사비는 비싸졌는데 스펙은 높지 않다”고 주장한다. 조합원 A씨는 “바로 옆 미성크로바 재건축의 경우, 롯데건설이 시공하는데 평당 공사비가 760만원대로 사실상 확정됐다”며 “공사비는 잠실진주보다 100만원쯤 저렴한데 마감재, 특화공사 등이 잠실진주보다 더 좋아 조합원들이 화가 많이 났다”고 했다.
조합원들은 공사비는 오른 반면 일반분양 분양가는 기대수준보다 낮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일반분양가는 평당 5400만원이었다. 예상보다 낮은 가격으로 인해 지난해 10월 청약 당시 ‘로또 아파트’라는 평가를 받으며 청약 대박을 기록했다.
조합원들은 강남권 다른 단지와 비교하면 터무니 없이 낮은 분양가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A씨는 “작년 분양한 서초구 ‘디에이치방배’의 일반분양가는 평당 6500만원 수준으로, 잠실진주보다 1000만원 이상 비쌌다”며 “입지를 반영하지 못한 낮은 분양가로 조합원 부담만 늘어난 셈이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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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급금 대신 추가분담금만 1.3억…용역업체엔 ‘38억’ 보너스 지급
조합은 분양가산정 컨설팅업체에 38억원에 달하는 인센티브를 지급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조합은 지난해 7월 정기 총회에서 ‘일반분양가격 산정 및 용역업체 인센티브 지급’의 안건을 가결, 아파트 일반분양가격 산정 용역업체인 대한건설이앤씨에 인센티브 약 38억원을 지급했다.
조합 측은 “계약서 대로라면 44억원을 줘야 했으나, 협상을 통해 낮춘 금액”이라는 입장이다. 총회 자료를 보면 조합은 2022년 7월 9500만원에 대한건설이앤씨와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분양가심사금액이 평당 4550만원을 넘으면 증액분의 3.2%를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조건이다.
지난해 3월 분양가 심의 결과, 평당 분양가는 5410만원으로 정해졌다. 4550만원에서 860만원이 초과한 것. 이 경우 일반분양분 공급면적(5만9116㎡)으로 산출한 초과 분양수익 1538억원에서 3.2%인49억2000만원을 대한건설이앤씨에 지급해야 한다. 조합은 협의를 통해 금액을 38억원으로 조정했으며, 지급을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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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조합장도 아닌 용역업체에 40억원에 가까운 인센티브를 준 케이스는 본 적이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는 과거 과도한 인센티브로 논란이 됐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보다 많은 것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에서는 조합장에게 인센티브로 10억원을 지급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의 경우 조합원 반발로 무산되긴 했지만 조합장 인센티브로 58억원 지급을 추진했다.
낮은 분양가와 인센티브로 비용 부담이 큰 상황에서 시공사가 공사비를 계속 높이자 조합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조합원 B씨는 “1인당 추가 부담금이 1억 3000만원에 달하는 와중에 분양가 산정 컨설팅업체에 38억원이라는 사상 유례없는 보너스를 지급했다”며 “조합원 환급금이 되려 추가부담금으로 돌변해 일반분양 당첨자만 횡재시켜준 꼴이 됐다”고 했다.
잠실진주 아파트는 재건축을 통해 지하 3층~지상 35층 총 2678가구 대단지로 변신한다. 전용면적 43~104㎡ 589가구를 작년 10월 일반분양했으며, 1순위 청약 경쟁률이 268.69대 1에 달했다. 잠실권역에서 20년 만에 신규 공급하는 대단지 아파트로, 입주는 2025년 12월 예정이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