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1.08 07:30
[땅집고] “시장 전망이 어둡다보니 집주인들은 빨리 집을 팔고 싶어 하죠. 하지만 가격을 계속 낮춰도 안 팔리는 상황이에요.” (세종시 나성동 B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
2024년 집값 하락폭이 컸던 대구와 부산보다 가격이 더 떨어진 지역이 있다. 바로 세종시다. 세종시는 지난해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집값과 전세값 모두 하락률 1위를 기록했다. 집값 급등기에 몰린 투자자들이 떠나면서 부동산 침체가 지역경제 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주요 아파트 가격은 고점 대비 반토막 난 채로 거래되고 있다. 세종시 고운동 ‘가락마을 19단지’ 전용 84㎡는 2021년 6월 8억8000만원에 거래됐지만, 2024년 11월에는 4억8000만원에 팔렸다. 무려 4억원이 떨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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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 인근 어진동 '3단지더샵레이크파크' 전용 84㎡는 2021년 8월 9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2024년 10월에는 5억9000만원에 팔렸다. 채 4년도 되지 않아 집값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세종시 어진동 A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급매로 나오는 매물들만 거래가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하락세는 수치상으로도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셋째 주 기준 2024년 세종 아파트값 누적 변동률은 -6.36%, 전셋값 누적 변동률은 -4.85%였다. 같은 기간 서울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4.49% 올랐다. 지난해 내내 집값이 내려간 대구(-4.76%)·부산(-2.73%)과 비교해도 하락폭이 훨씬 크다.
같은 기간 전셋값은 인천(7.15%)·서울(5.17%) 등은 크게 올랐지만, 세종(-4.85%)의 하락 폭은 -5%에 육박하면서 아직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종시는 2020년만 해도 아파트값이 연간 42% 이상 급등하며 전국 상승률 1위를 차지했던 지역이다. 당시 행정수도 이전 등 이슈가 생기며 투자 수요가 몰렸기 때문. 지역 상관없이 전국 청약이 가능해 최근 10년간 아파트 평균 경쟁률도 가장 높다. 그러나 2021년 이후 단기간 집값이 너무 과열되자 오른 집값이 다 거품이었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현장에서는 한솔동과 고운동 아파트들은 분양가 이하로 내놓아야 거래가 되는 수준이라고 말한다. 고점 대비 40% 이상은 빠진 상태지만 내년엔 더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다주택자들이 세금 부담 탓에 몇 년째 움직임이 없다 보니 다주택자 문의가 꾸준했던 세종시가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엔 실수요 위주의 전세 거래만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세종시 나성동 B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세종시는 학군이 특별히 뛰어나거나 부족하지 않아 전세 수요는 있다"며 "12월~2월까지는 어느 지역이든 골고루 전세 거래는 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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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시장 침체에 이어 상가 공실률도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종시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3.2%, 전국 최고 수준이다. 중대형 상가 전국 평균 공실률이 12.7%인 것과 비교하면 두배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세종에 민간기업이 들어오지 않고, 인구 유입도 제한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지방 투자자들도 서울로 집중되는 상황에서 세종시의 집값 반등을 기대하기는 당분간 어렵다는 전망이다./0629a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