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1.07 07:30
[땅집고] “공사비만 무려 4.5조를 들인 초호화 청사, 일본 버블 경제를 체감하려면 이 건물을 보라!”
일본 경제가 역대 최고 호황기를 누리던 1980년대 후반, 도쿄 일대에서는 천문학적 돈을 쏟아붓는 대규모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가 줄줄이 진행됐다. 정부와 민간기업 가릴 것 없이 앞다퉈 화려한 공공시설과 대형 오피스 건물들을 건설하기 시작한 것. 이런 건물들은 당시 일본의 버블 경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상징물 그 자체로 남아있다.
대표적인 건물이 도쿄 시내 한복판에 들어선 도쿄도청사다. 기존 지요다구 마루노우치에 1957년 준공한 기존 도청사를 서쪽 신주쿠로 이전하면서 지은 건물이다. 일본 버블 경기가 절정에 치닫던 시점에 현재 가치로 4조원이 넘는 건축비를 들여 지은 초호화 청사였던데다 당시 일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 상징성이 유독 짙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죽하면 바벨탑에 빗대 ‘버블탑’이라는 별칭도 얻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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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도청사는 1988년 4월 착공해 만 3년 만인 1991년 3월 준공했다. 48층 높이 제 1본청사와 34층짜리 제 2본청사로 구성하는 이른바 ‘쌍둥이 빌딩’ 형태다. 이 중 1본청사는 높이 243m로 준공 당시 일본 최고층 건물이라 전국적 화제가 됐다.
도쿄도청사 설계는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통하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일본 출신 세계적 건축가인 단게 겐조(丹下健三)가 맡았다. 전체적인 외관 디자인은 전통 일본 건축을 바탕으로 했지만, 유럽에서 고딕 양식을 적용한 높은 대성당을 떠올리게 하는 설계를 적용해 묵직하고 웅장한 느낌을 냈다. 외관은 밝고 어두운 색의 화강암을 섞어 마감했고, 내부 홀에는 18m 높이 천장에서 햇빛이 쏟아지도록 설계한 데다 7층 도지사실 등 일부 공간은 발코니를 대리석으로 장식하는 등 비싼 자재를 썼다.
이 때문에 설계할 때만 해도 1365억엔(약 1조2723억원) 정도 들 것으로 예상됐던 공사비가 최종 1569억엔(약 1조4624억원)까지 불어났다. 1988년부터 올해까지 평균 물가 상승률을 약 3%로 가정하면, 올해 가치 기준으로 무려 4조4337억원 정도를 도청사 공사에 쓴 셈이다. 이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디에이치 클래스트) 공사비인 4조775억원을 뛰어넘는 금액이며, 국민평형인 84㎡(34평) 기준 최고 60억원을 찍으면서 국내 최고가 아파트 자리를 꿰찬 ‘래미안 원베일리’는 740채 정도 살 수 있는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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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보니 도쿄도청사에 대해 ‘버블탑’, ‘택스타워’(세금의 탑) ‘호화청사’ 등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건물 특유의 설계와 디자인 때문에 방수·청소 측면에서 불편이 잇따르면서 추가 비용을 들여야 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도쿄도에 따르면 2009~2010년 2년 동안 비가 새는 등 설비 관련 고장 및 보수 공사가 6200건 이상으로 집계됐을 정도였다.
결국 도쿄도청사는 완공 22년 시점인 2013년 첫 대규모 보수 공사를 진행하는 결단을 내렸다. 냉난방, 급배수, 조명 등 설비 교체가 중심이었는데 2020년까지 투입해야 할 보수비가 최초 공사비의 절반 수준인 762억엔(약 7100억원)에 달해 또 한번의 세금 낭비 논란을 불렀다.
한편 도쿄도청사는 마천루라는 특징을 살려 관광지로도 활용되고 있다. 건물을 이루는 제 1~2청사 각각 45층에 무료 전망대를 설치해둔 것. 입장료는 무료이며 매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지난해 2월부터는 건물 외관에 색색깔의 빛을 투영하는 ‘도쿄 나이트 앤 라이트(TOKYO Night&Light)’ 영상 전시 행사를 기획해 관광객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고질라가 도쿄도청사를 습격한 콘셉트부터 영화·애니메이션·게임 협업 콘텐츠, 일본을 상징하는 영상 등을 음악과 함께 선보이는 식이다. 영상 투영 면적이 1만3904㎡에 달해 ‘최대 건축물에서의 프로젝션 매핑 전시(상설)’로 기네스 세계 기록에 이름을 올렸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