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1.06 07:30
[땅집고] “여러분이 보시기에 이 아파트, 지은 지 몇 년이나 된 것 같으신가요? 저희 입주자들이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진행한 사전점검이 분노의 성토장이 됐고….”
올해 3월 서울 한강변인 광진구 자양동에 ‘롯데캐슬 이스트폴’이 집들이를 시작한다. 지하 7층~지상 48층 6개동 총 1063가구로 2023년 8월 분양한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다. 당시 분양가가 이른바 국민평형인 84㎡(34평·이하 전용면적) 기준 15억원에 달해 시세보다 2억원 정도 비쌌다. 하지만 한강뷰가 가능한 대단지에 롯데건설이 시공한다는 메리트에 1순위 청약에서 평균 98대 1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청약 열기가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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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본격 입주를 앞두고 지난해 12월 21~22일 이틀 동안 진행한 사전점검에서 터졌다. 당시 참석한 수분양자들은 “새 아파트인데도 외벽이 울퉁불퉁할 정도로 시공 상태가 엉망이고, 집집마다 심각한 미시공과 하자 요소가 수두룩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롯데캐슬 이스트폴’ 계약자들이 지적하는 하자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외관상 새 아파트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외부 마감 수준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아파트 외벽에 바른 시멘트를 제대로 그라인딩(갈아내기 작업)하지 않은 채로 페인트를 칠해 새 건물인데도 울퉁불퉁한 ‘곰보 아파트’가 됐다는 것이다. 각 가구 발코니 쪽에 설치한 난간에는 나사가 튀어나와 있고, 콘크리트가 일부 탈락해 금이 간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지 내 설치한 통신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사전점검일 당시 입주예정자들이 직접 사용한 결과 인터넷, TV, 월패드 통신장치 등 내부 통신 관련 장비가 먹통이었다고 주장한다.
주택 내부에서도 시공 불량 하자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화장실 천장에서는 물이 쏟아지고, 한쪽 벽면에는 단열재가 떨어져 나갔다. 벽면 보일러 컨트롤러를 90도 회전시켜 설치하는 바람에 숫자를 제대로 읽을 수 없는 가구도 있었다. 하자는 아니지만 오줌이 뿌려져 있고, 집 안 마루에는 속칭 ‘담배빵’ 자국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롯데건설은 계약자들에게 지난달 26일 하자 보수와 관련한 공청회를 진행하기로 약속했는데 갑자기 불참해 계약자들의 화를 돋우고 있다. 당시 계약자들은 회비 100여만원을 모아 회의실을 빌리고 주차권까지 준비했다. 이날 입주예정자들을 비롯해 광진구청 관계자, 서울시의원 등 200명 정도가 참석했지만 정작 시공사인 롯데건설 측이 행사 당일 불참을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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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전점검 당일 촬영한 각종 하자 사진을 공개하며 “이후에도 (롯데건설 측에) 참석을 요청했지만 결국 끝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말 그대로 갑질당하는 호구가 된 기분이었다”면서 “‘니들이 뭘 어쩔건데’라는 듯한 오만한 태도에 할 말을 잃었고, 진짜 너무 스트레스 받고 다 뒤집어버리고 싶은 상황”이라고 했다.
입주예정자들은 광진구청 측에 아파트 준공 승인을 거부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현행 법상 건설사가 하자 보수를 무상으로 진행하는 담보 기간을 아파트 준공일부터 계산하고 있는데, 지금같은 시공 상태로는 입주할 수 없으니 롯데건설이 하자 보수 공사를 마치기 전까지 준공일을 늦춰달라는 것. 현재 입주예정자들은 협의회를 꾸리고 지난 2일부터 아파트 정문과 서울시청 등지에서 준공 승인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롯데캐슬 이스트폴’ 준공일은 1월 12일로 아직 연기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오는 3월 계획대로 입주를 진행할 예정이다. 롯데건설 측은 입주자들이 공개한 ‘곰보아파트’ 사진은 공사 초기 때 촬영한 것으로 파악되며, 현재는 외벽 그라인딩을 마치고 깔끔하게 보수를 완료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통상 새아파트 사전점검을 정식 입주일 한 달 전쯤에 시작하는데, ‘롯데캐슬 이스트폴’의 경우 입주 75일 전에 행사를 진행하는 바람에 비교적 공사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입주 전까지 입주자분들이 지적한 사항에 대해 100% 보수 완료하고, 그 외 미진한 부분들도 지속적으로 현장을 공개하며 추가적으로 보완해나가겠다”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