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1.03 14:13 | 수정 : 2025.01.03 16:40
[땅집고]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단지정보 알아보기)에서 아파트 조합원과 상가 조합원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일부 아파트 조합원들이 상가 조합원도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정관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소송을 제기했고 1심 재판부가 이를 인정하면서 상가 조합원이 아파트 분양을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번 판결이 상가를 포함해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다른 단지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재건축 사업 갈등 뇌관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앞서 신반포 2차 아파트 조합원 58명은 조합을 상대로 과거 상가 자산가치 산정비율을 1.0에서 0.1로 완화하는 데 합의한 내용의 총회결의무효확인 소송을 냈고, 법원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22년 2월 조합 정기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상가 조합원과 맺은 합의서를 반영한 것은 조합원 100% 동의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무효화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문제가 된 ‘산정비율’은 상가 조합원이 재건축 후 상가 대신 주택을 분양받을 경우 기존 상가의 가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산정비율 0.1~1.0은 상가 조합원이 아파트를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를 좌우하는 숫자다. 상가 조합원의 산정비율을 1이 아닌 0.1로 정하면 아파트 가치가 그만큼 줄고 상가 가치가 커지기 때문에 상가 조합원도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통상적으로 산정비율은 1.0으로 하지만, 신반포 2차의 경우 2020년 9월 조합 설립 동의를 받는다는 조건으로 상가 조합원이 아파트 분양권을 받는데 유리하도록 0.1로 책정했다. 이 밖에도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강남구 대치동 ‘은마’의 경우에도 상가 조합원들이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도록 정관 변경을 통해 산정 비율을 1.0이 아닌 0.1로 변경한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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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조합원의 90% 가까이 차지하는 아파트 소유자들은 재건축할 경우 ‘아파트 소유자는 아파트를, 상가 소유자는 상가를 분양받는다’는 도시정비법의 원칙에 따라 상가의 아파트 분양권을 제한하려는 경우가 많다. 원칙적으로 상가 소유자는 상가만 분양받을 수 있지만, 조합이 정관에 별도로 명시하면 조합원으로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
이번 법원 판결은 상가 지분 쪼개기 등으로 상가를 확보해 아파트 분양권을 받으려는 사례를 막기 위한 취지로 읽힌다. 상가 쪼개기 성행은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권을 받기 위해 상가 지분을 나누는 것이다. 신반포2차 전체 조합원은 1589명이고 그중 상가 조합원은 111명이다. 이 단지에서도 상가 쪼개기로 조합원 40여 명이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현실적으로 조합원 100% 동의율을 얻기란 불가능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100% 동의를 받으라는 건 실무와 너무나 괴리가 큰 판결”이라면서 “특히 상가 지분 쪼개기가 많이 이뤄진 1기 신도시나 신반포 2차와 비슷한 시기에 조합을 설립한 사업장의 경우 사실상 ‘핵폭탄’이 떨어진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했다. 이어 “법원 판결이 나온 사항인 만큼 향후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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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판결에 불복한 신반포2차 조합은 항소장을 제출하겠단 계획이다. 신반포2차 조합 관계자는 “산정비율을 두고 조합원의 100% 동의를 받아오라는 건 사실상 재건축하지 말라는 것”이라면서 “이번 소송 결과가 다른 재건축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건이기 때문에 대법원까지 소송을 진행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항소가 진행되면 최종 결론이 나올 때까지 사업 지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만약 아파트 조합원이 최종 승소해 소송 결과를 반영한다면, 조합은 원점으로 돌아가 정관 개정은 물론 설계 변경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상가 조합원 측에서 조합설립무효소송을 낸다면 조합 설립 절차로 다시 돌아가는 상황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
사업 지연에 따른 공사비 인상도 상당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신반포2차 1평(3.3㎡)당 공사비는 950만원으로 총 공사비는 1조2831억원에 달한다. 조합 귀책사유로 인해 사업 지연이 된 경우라면 공사비 인상분은 시공사 현대건설이 아닌 조합 측이 부담해야 한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