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1.03 07:30
[땅집고] “커뮤니티 식당 정말 심각합니다. 함박스테이크 정식? 그냥 냉동 떡갈비 맛이던데요. 한식 뷔페 식당보다 퀄리티가 떨어집니다.”
전국 최초로 ‘국민평형 60억원 시대’를 연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단지정보 알아보기) 아파트 식사 서비스에 대한 입주민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국내 최고가 단지란 명성과 달리 내부 커뮤니티 시설인 식당에서 제공하는 조·중·석식의 질과 맛이 모두 형편없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입주민들은 식사 서비스 위탁 업무를 받은 신세계푸드 측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 “60억 아파트에 냉동식품 급식이라니”…원베일리 입주자 불만 폭발
지난해 8월 입주한 ‘래미안 원베일리’는 최고 35층 23개동, 총 2990가구 대단지다. 올 8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한강 바로 앞 로얄동에 위치한 전용 84㎡(34평)가 60억원에 거래 신고돼, 3.3㎡(평)당 1억8000만원을 찍으면서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권에서도 대장주 입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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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미안 원베일리’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신세계푸드와 급식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올 9월 24일부터 식사 서비스를 시작했다. 평일은 중식과 석식, 주말은 조식과 중식을 제공하는 조건이며 금액은 1만1000원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비싼 집값과는 달리 입주민 전용 식사 서비스의 질은 실망스럽다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이 아파트 입주자 전용 게시판에 올라온 ‘커뮤니티 식당 심각합니다’란 제목의 글을 작성한 A씨는 “함박스테이크 정식? 냉동떡갈비 맛이던데요, 계란후라이와 냉동 해쉬브라운을 주고 1만1000원이요?”라면서 “조리사님 댁에서도 계란 후라이에 돈까스 소스 떡칠해서 자녀들 먹이시나요? 너무하시는거 아닙니까?”라며 메뉴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A씨는 식사 서비스를 담당하는 신세계푸드 측에 대해서도 “칼로리 계산, 영양 밸런스 체크하는 영양사는 있으신건지요? 강남 일대 한식부페 식당보다 퀄이 떨어지는건 왜인거죠?”라며 “냉동만 깔고 1만1000원 받기 민망해서 선심 쓰듯 남는 오뎅 국물 육수와 사이다 박스 재고 떨이 하는겁니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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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푸드가 제공하는 식사의 질과 맛에 대한 불만 글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입주민 B씨는 “제주식 고기국수에 고작 네다섯점 있는 고기를 덴마크산을 쓰다니요, 뻣뻣해서 다 버렸습니다”라면서 “김밥은 냉동 김밥 해동인지 마르고 딱딱했고요, 가격 높게 받았으면 좋은 재료를 쓰세요”라는 비판글을 남기기도 했다.
■단지 내 식사 서비스 시장 경쟁 과열…’식단가제’가 원인?
‘래미안 원베일리’ 입주민들이 신세계푸드가 제공하는 단체 식사의 질과 맛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업계에선 아파트 단지 내 식사 서비스 시장에서 과열 경쟁으로 업체마다 위탁계약 형태를 ‘식단가제’로 설정한 것이 문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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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미안 원베일리’ 식사 서비스를 담당하는 곳은 신세계푸드의 급식사업(FC) 부문이다. 과거에는 수의계약으로 신세계 그룹 내 계열사 구내식당 중심으로 매출을 올렸지만, 2021년부터 대기업 단체 급식 시장이 개방되면서 새 먹거리가 필요해졌다. 그러다 찾게 된 신규 시장이 바로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 내 조·중·석식 서비스다.
신세계푸드는 2018년 서울 한강변 고가 주상복합인 성동구 성수동 ‘트리마제’를 시작으로 국내 첫 아파트 식음 비즈니스에 진출했다. 이후 ▲개포 래미안 포레스트 ▲e편한세상 금호 파크힐스 ▲용산 센트럴파크 해링턴 스퀘어 ▲여의도 브라이튼 등 서울 고가 단지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아파트 단체 식사 서비스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식대와 식수를 얼마만큼 확보할 수 있느냐다. 기존에는 단지마다 재료비·인건비 등 식당 운영 비용을 위탁업체가 청구하는 ‘관리비제’ 계약이 많았다. 하지만 신세계푸드 뿐 아니라 CJ푸드빌, 아워홈, 삼성웰스토리 등 단체 급식 기업들이 시장에 속속 뛰어들면서 ‘식단가제’ 계약이 늘고 있다.
식단가제란 식당 운영 비용을 미리 정해둔 식사 가격에 포함시키는 방식이다. 식수 부족 등으로 손실이 발생하면 업체가 전부 떠안아야 한다. 급식 업체 입장에선 비용을 줄이기 위해 높은 식사 퀄리티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덜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신세계푸드 측은 ‘래미안 원베일리’ 입주민들이 만족할만한 질과 맛을 갖춘 메뉴를 제공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했다. 수익을 낼 수 있는 최소 식수 인원은 650명인데, 현재 하루 평균 550명에 그쳐 운영이 쉽지 않지만 국내 최고가 아파트에서 단체 식사 서비스를 맡게된 만큼 더 나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냉동식품이라도 단지 내 식당에서 추가로 조리하는100% 현장 조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아직 운영 초반이라 일부 입주자 불만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작년 말 특식으로 참치 해체 쇼를 진행했고, 올해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솥밥 데이’, 주말에 유명 베이커리인 ‘베키아에누보’의 시그니처 메뉴를 제공하는 등 입주민 만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