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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호텔왕' KT의 변심…2조 규모 호텔 줄줄이 매각하는 이유

    입력 : 2025.01.02 07:37

    [땅집고] KT가 안다즈 강남,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 등 수익성이 높은 서울 5성급 호텔 등을 매각에 나섰다./그래픽=이해석

    [땅집고] 서울 강남구 안다즈 호텔,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구 노보텔앰배서더 서울. 모두 5성급 호텔인 이 세 곳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KT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호텔이라는 점입니다.

    서울에서도 잠실, 압구정, 동대문 등 핵심 입지에 위치한 이 호텔은 영업도 상당히 잘 되는 호텔인데요. 그런데 KT에서 이 특급 호텔을 줄줄이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KT가 매각을 추진 중인 호텔로는 소피텔 앰배서더, 안다즈 서울강남,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을 비롯해 중구 명동에 있는 르메르디앙&목시 명동, 신라스테이 역삼 등도 포함됐는데요. 비즈니스호텔인 신라스테이 역삼만 빼면 모두 5성급 호텔입니다.

    ‘K콘텐츠’ 열풍 등으로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는 상황에 KT가 2조원 규모 부동산, 특히 수익성 높은 호텔 매각을 추진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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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그룹은 최근 삼정KPMG, 에비슨영, 컬리어스코리아 컨소시엄을 매각자문사로 선정하고 대규모 부동산 유동화에 나섰습니다. KT는 매각 이유에 대해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중장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부동산 매각으로 현금을 확보해 인공지능(AI) 등에 투자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키운다는 취지입니다. KT가 매각을 검토하는 20여개 부동산 자산 중에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구 수성구, 충남 아산 등 근생 빌딩 등을 비롯해 앞서 말한 호텔이 포함돼 있습니다.

    KT는 그간 자회사인 KT에스테이트을 앞세워 유휴 부동산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고급 호텔을 늘려왔습니다. 옛 전화국 부지 등을 개발해 건물을 지어 글로벌 브랜드를 잇따라 유치하는데 성공하면서 호텔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했습니다. KT가 호텔재벌이 된 것은 도심에 위치해 있던 KT 전화국 부지를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땅집고] KT가 매각을 추진 중인 호텔./그래픽=이해석

    KT에스테이트는 부동산 사업을 주도하며 KT 전체 영업이익의 10%를 상회하는 수익을 창출해왔습니다. KT 자회사 중 가장 알짜 기업으로 꼽혀왔는데요.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KT에스테이트의 호텔 부문 매출은 2020년 297억원에서 2021년 497억원, 2022년 1279억원, 2023년 1836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매출이 6배 이상 오른 겁니다. 2024년 호텔 부문 매출은 20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땅집고] KT 에스테이트 호텔 부문 매출이 코로나 이후 크게 증가하고 있다./그래픽=이해석

    최근 국내 호텔들은 한국 관광 수요가 늘면서 특급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매물이 나오면 자금력을 갖춘 외국계 투자사들이 앞다퉈 인수했습니다. 실제 서울 그랜드하얏트서울(7300억원)과 콘래드서울(4150억원) 등이 새 주인을 맞았습니다. 김영섭 KT대표는 신사업에 대한 투자와 더불어 호텔 산업 여건에 따라 ‘매각 적기’로 판단했습니다. 호텔 매각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KT에스테이트 대표 자리엔 최근 GS건설 출신 김승환 대표가 선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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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KT 내부에서 반발 움직임도 나옵니다. KT 노동조합은 최근 성명을 통해 "부동산 자산은 KT의 비통신 사업에서 안정적 수익원을 창출해온 대표적 포트폴리오"라며 "이를 매각하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조치"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이번 매각이 단기 순이익 확대와 주주 배당을 통해 경영진이 재신임을 얻기 위한 전략적 계산이라는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KT가 자산 매각을 서두르는 배경으로 새노조는 내년 김영섭 KT 사장의 연임 여부와 관련이 있다고 강조합니다. 호텔 부동산 매각으로 당기 순이익이 늘어나 주주에게 배당을 나눠 연임을 시도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재무제표상 수익 증가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이고, 연임을 명분으로 실적을 포장한다는 주장인 셈이죠. KT 측은 연임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서는 과도한 해석이라는 입장입니다.

    KT는 호텔 등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고, 구조조정으로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서는 등 조직 슬림화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해 조직 개편 및 구조조정을 통해 전체 임원은 10% 넘게, 전체 직원은 그룹사 전출자를 포함해 23%가량이 줄었습니다.

    KT를 비롯해 DL과 롯데 등 주요 대기업들도 보유 중인 호텔 매각에 나서고 있습니다. 호텔 등 부동산 자산을 유동화해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대기업과 국내 호텔의 성장 가능성에 투자하려는 기관 투자자 및 외국계 큰손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인데요.

    코로나 엔데믹 이후 호텔 몸값이 치솟으면서 KT도 도심 핵심지 호텔 매각에 나섰습니다. 과연 핵심 부동산 자산 매각이 어떻게 결과를 낼 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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