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12.30 09:46 | 수정 : 2024.12.30 17:09
[차기 대권 주자들의 부동산 정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① “부동산 해법, 용기와 결단의 문제”
[땅집고] 계엄과 대통령 탄핵사태로 차기 대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여부는 알 수 없지만,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향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야당에서는 아직 사법리스크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가장 유력하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발표했던 이 대표의 공약을 통해 부동산 관련 철학과 정책을 살펴본다. 다만, 부동산 시장의 상황이 바뀐 만큼, 이 대표가 대선에 출마한다면 좀 더 현실적인 정책 공약을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기사는 2021년 쓴 기사를 업데이트했다./편집자주
[땅집고] 계엄과 대통령 탄핵사태로 차기 대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여부는 알 수 없지만,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향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야당에서는 아직 사법리스크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가장 유력하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발표했던 이 대표의 공약을 통해 부동산 관련 철학과 정책을 살펴본다. 다만, 부동산 시장의 상황이 바뀐 만큼, 이 대표가 대선에 출마한다면 좀 더 현실적인 정책 공약을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기사는 2021년 쓴 기사를 업데이트했다./편집자주
“주택정찰제 실시, 갭 투자 금지, 2주택이상 양도세 90% 부과”
2021년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후보의 대선 공약에 주택정찰제 등 충격적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가짜 뉴스’가 유포됐다. 가짜 뉴스가 나돌았던 이유는 뭘까. 이 대표는 당시 집값이 정상 수준 이상으로 오르면 강력한 규제로 가격을 낮추고 집값이 일정 수준이하로 급락하면 가칭 ‘주택관리매입공사’를 통해 주택을 구입,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이 공약이 주택 가격의 상한선과 하한선을 정해 사실상 주택가격을 통제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어지면서 일부에서 이를 ‘주택 가격 정찰제’라고 부풀린 것이다. 당시 ‘국민의 힘’ 윤희숙 의원은 “정부미(米)도 아니고 아파트를 쟁여놓고 가격이 오르면 시장에 풀겠다. 이런 얘기는 정말 허무맹랑한 얘기”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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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용인하는 ‘주택 가격 상한선과 하한선’을 설정하는 것 자체가 시장경제를 하는 국가에서 사례를 찾을 수 없다. 급락기에 하락한 주택의 매물을 사려면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 주택 버블이 꺼져 집값이 폭락하면 무주택자들에게 파격적 조건으로 주택담보 대출을 해줘 주택구입을 촉진시켜 집값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현실적이다.
주택시장이 과열되면 금융대출을 규제하거나 주택 공급량을 확대해서 가격 조절을 시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대표는 급락한 주택을 구입하는 명분으로 집값 급락이 금융위기 등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 대표는 당시 대권후보중 가장 구체적이고 다양하면서도 파격적인 주택 정책을 공약했는데. 상당수 공약은 시장 경제 자체를 무시한 ‘이념적 공약’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 다주택자에 징벌적 제재, 그럼 임대시장은?
이 대표는 당시 다주택자와 관련, “세금 폭탄 이상의 강력한 징벌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3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최고세율을 75%(지방세 포함 82.5%)까지 올렸고 다주택자의 종부세율을 1.2~6.0%로 인상했다.
다주택자에 대해 이 대표는 “비주거용 주택이나 법인의 비업무용 부동산 등은 불로소득을 대부분 회수해 투자나 투기가 불가능하도록 강력하게 증세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토지세는 재산세와 종부세로 토지가액의 0.16% 정도를 내는데, 비주거 주택 등 투기·투자용 토지는 0.5~1%까지 증세한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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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들을 투기적 세력으로 보고 강력하게 규제하려 했던 문재인 정부 정책은 집값 폭등을 막지 못했고 오히려 임대료 폭등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시장 경제에서 다주택자들은 임대주택공급자인데, 다주택자의 긍정적 역할을 부정할 정도로 관련 세금을 중과세하면서 임대주택 생태계 자체를 파괴한 것이다.
현재 주택시장은 대체로 공공임대주택 10%, 다주택자가 제공하는 임대주택이 30%, 자가 60% 정도이다. 다주택이 불가능할 정도가 되면 민간임대주택시장은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다주택자 규제강화로 인해 문재인 정부에서 전세가격 폭등 현상이 발생했고 윤석열 정부에서 빌라 사기극이 빈발하면서 전세시장의 월세화를 촉발시켰다.
또 문재인 정부시절 다주택자 규제는 이른바 ‘똘똘한 한채’ 선호현상을 촉발시켜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지방 주택들을 정리해서 서울에 집 한채 마련하는 재테크가 성행했다. 인터넷 부동산 카페 등에서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강남권 집값이 폭등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이다.
■ 신앙공동체에 근거한 헨리 조지 학파에 경도
이 대표는 국토보유세 혹은 기본소득토지세를 자주 언급했다. 불로소득을 차단하기위해 토지에 중과세하는 헨리조지 학파의 영향을 받았다. 19세기 미국의 경제학자인 헨리조지는 토지에서 발생하는 지대는 사유(私有)될 수 없으며 사회전체에 의해 향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선거캠프에서 부동산 정책 참모로 활동했던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이 대표적인 헨리조지 학파이다.
이정우(노무현 정부 정책실장), 김수현(문재인 정부 정책실장), 추미애(전 법부무 장관) 등이 이른바 조지스트(헨리조지 추종자)로 알려져 있다. 헨리조지의 이론에 대해 시장주의자들은 “공산당보다 더 급진적이고 신앙적 사이비 경제학”이라고 비판한다. 반면 조지스트들은 “사유재산제를 부정하지 않기 때문에 공산주의와 정반대”라고 반박한다.
헨리조지의 사상은 원시 기독교에 기반하는 등 종교적이다. 한국의 조지스트들은 ‘성경적 토지정의를 위한 모임'에서 활동을 했다. 한국에 헨리조지의 사상을 전파한 대천덕 신부는 중국 태생의 미국인으로 태백에서 빈부 격차 없는 신앙공동체 예수원을 설립해 운영했다. 헨리조지의 사상은 경제학에 기반한 정책이라기 보다는 신앙적 이념에 가깝다는 것이 정통 경제학계의 평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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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공산당도 용인하는 부동산 불로소득, 이를 부인하는 이대표
이 대표가 주택문제를 선악의 이분적 시각으로 풀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부동산 해법, 용기와 결단의 문제”라며 “저항을 극복하고 강력한 의지로 추진하면 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투기세력의 저항을 극복하지 못해서 집값이 오른 것으로 봤다. 당시 이 대표는 한 방송에 출연 “모든 국가행정은 관료가 한다”면서 “대통령이 부동산으로 돈 못 벌게하겠다고 했으면 조세강화, 부담강화, 금융강화 등으로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비실수요자들은 이익을 못보게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집값을 진짜 잡겠다고 불로소득을 없애겠다고 극단적 조치를 취하면 어떻게 될까.
중국이 시진핑 주석의 이른바 함께 잘 먹고 잘 살자는 ‘공동부유론’을 내세우면서 집값을 잡겠다고 2021년 부동산 대출 총량 규제를 도입했다. 중국 정부의 결단과 용기는 실제 집값을 폭락시켰고 개발업체의 연쇄부도로 이어졌다. 결국 중국 경제 전체가 흔들거렸고 대출규제 1년도 지나지 않아 정부가 오히려 부양책을 발표했다.
한국의 주택 가격은 특별히 다주택자의 투기가 심해서라기보다는 경제 상황에 따라 변동해왔다. 한때 정치권에서 수백가구의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의 통계로 한국이 투기 공화국인 것처럼 선전했고, 문재인 정부시절 다주택자 중과세가 도입됐다. 그러나
알고 보니 수백가구의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은 상당수는 저가 빌라의 갭투자가였고 전세사기극이었다. 수십채, 수백채 다주택자는 흔히 우리가 아는 강남 부자들이 아니었다. 상당수는 빌라 분양 사기꾼들이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 급등은 저금리로 인해 무주택자들의 내집마련 수요가 급등한데 비해 주택 공급 자체가 적었기 때문에 발생한 경제적 현상이다. 이미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다주택자에 대해 중과세하고 있다. 한국의 집값이 캐나다, 뉴질랜드 등 선진국보다 더 오른 것도 아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집값이 급락하기도 하고 급등하기도 한 것은 윤 정부의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거나 무능해서가 아니다. 금리, 주택공급, 경제상황에 따라 집값이 변동한 것이다. 올 하반기 집값이 오른다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주도로 대출규제를 강하게 하면서 집값이 일부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강남권 등 고가주택보다는 서울외곽과 지방의 부동산에 직격탄을 날렸다. 다시 부동산발 PF 위기론이 나오고 내수 경기 침체에 불을 붙였다. 인위적으로 집값을 규제하는 것이 경제적 부담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다.
집값을 잡는 가장 쉬운 방법은 대출을 꽁꽁 걸어 잠그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1990년대 일본이 버블 잡겠다고 부동산 대출을 규제했지만, 20년 경기침체에 시달렸다. 중국도 2021년 부동산 대출 총량제를 도입했다가 1년만에 부동산 경기부양책으로 돌아섰다. 우리 정부도 집값을 잡고 싶으면 부동산 대출 자체를 틀어 막을 수 있지만, 일본이나 중국식 경기침체라는 부작용을 각오해야 한다.
■중국도 용인하는 부동산 불로소득 부정
이 대표는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증세로 집값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조세저항을 극복하는 방법과 관련 “보유세 부담액은 모든 국민께 똑같이 나눠드리면 곧 기본소득 토지세가 된다”면서 “특별회계로 토지 보유세를 모아 모두에게 지급하면 국민의 90% 가까이가 내는 것보다 받는 게 많아 조세저항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후보시절 만든 ‘부동산 개혁위원회’는 출범 선언문에서 “대한민국 대전환과 새로운 비상을 위해서는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을 타파하지 않고서는 어떠한 희망도 없다”고 주장했다.
시장주의 국가는 물론 공산주의 국가라는 중국에서도 용인하는 부동산 투자소득을 부인하는 것은 경제정책이 아니라 극단적 이념주의라는 비판이 나온다.
중국은 종부세는 물론 주택 보유세도 없다. 중국이 공동부유론을 내세우면서도 다주택자를 용인하는 것은 주택시장을 이념만으로 접근하면 엄청난 부작용이 따르기 때문이다. 주택정책은 주거천국을 만드는 이념, 종교가 아니라 시장 경제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정책이어야 한다. 선진국은 물론 중국 공산당도 주택정책을 이념으로 풀지는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 대표가 좀더 현실에 기반한 시장 친화적 정책을 내놓아야 중도층의 지지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hbch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