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12.29 07:30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리서치 레터] 국내 부동산PF 구조의 문제점과 개선 제언
[땅집고]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부동산 개발 사업의 핵심 금융 구조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고금리, 시장 침체와 등 환경 변화에 따라 부동산PF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면서 시장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죠.
이에 정부는 올해 11월 14일 부동산PF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구조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개선안은 기존 PF사업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안정적인 시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들을 포함하고 있는데요. 최근 부동산 관련 업계에선 이런 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한편, 정부의 개선책이 현실적으로 한계를 지닌다는 지적도 함께 내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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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동산PF의 현재 구조와 문제점
부동산PF는 개발 사업으로 인한 미래 분양수익 등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이 구조는 시행사의 초기 자본 부담을 줄이고,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는 데 기여해왔죠. 하지만 구조상 여러 취약점을 안고 있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첫째, 국내 PF사업의 자기자본비율은 3~5%에 불과합니다. 이는 미국(약 30%)이나 일본(20~30%)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인데요. 대부분 시행사는 초기 자금을 고금리 브릿지론에 의존하고 이후 본PF로 전환하는데, 이 과정에서 외부 충격에 취약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둘째, 금융기관은 PF대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건설사에게 책임준공, 채무인수와 같은 보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건설사에게 막대한 재무적 부담을 전가하고, 시장이 침체할 경우 건설사와 금융사가 동반 부실화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셋째, 부동산 PF대출 연체율은 2024년 3월 기준 약 4%에 달하며, 이는 전체 시장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시행사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프로젝트가 연쇄적으로 부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요. 더불어 브릿지론 시장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고금리와 짧은 만기로 인한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증권사의 경우 브릿지론 대출 비중이 다른 금융권에 비해 높은 상황이며, 이로 인해 사업 초기 단계에서부터 큰 금융 부담을 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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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부의 부동산 PF 제도 개선 방안
정부는 이 같은 부동산 PF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4년 11월 ‘부동산 PF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개선안에는 ▲자기자본비율 상향 ▲현물출자 활성화 ▲리츠(REITs) 활용 ▲사업성 평가 강화 등 다각적인 접근 방식이 담겼습니다.
① 기자본비율 단계적 상향
정부는 PF 사업의 자기자본비율을 ▲2026년 10% ▲2027년 15% ▲2028년 20% 등 단계적으로 상향하기로 했습니다. 시행사가 초기부터 충분한 자본을 투입하도록 유도하고, 대출 의존도를 낮춰 금융 리스크를 완화하려는 조치인데요. 또한 자기자본비율이 높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용적률 완화, 공공기여 부담 경감, PF 보증수수료 할인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② 물출자를 통한 자기자본 확충
현물출자로 PF사업에 참여한 토지주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와 법인세 납부를 준공 후로 유예해주는 방안도 나왔습니다. 이런 세제 혜택은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고 토지 매입비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미국의 업리츠(UPREITs) 사례처럼 토지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여 시장의 안정성을 높이려는 방안으로 풀이됩니다.
③ 사업성 평가 강화
앞으로 정부는 PF대출시 사업성 평가를 의무화하고, 전문 평가기관 인증 제도를 도입합니다. 대출 과정에서 사업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무분별한 대출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특히 사업성 평가 결과는 금융기관의 대출 여부와 조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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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전문 디벨로퍼 육성
정부는 단순히 개발만 하는 시행사가 아니라, 운영까지 병행할 수 있는 종합적인 디벨로퍼를 육성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리츠를 활용해 안정적인 자본을 조달하도록 지원하고, 공공택지 매입 우선권과 같은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는데요. 헬스케어 리츠와 같은 특화 개발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도 목표 중 하나입니다. 또 우수 디벨로퍼 인증 체계를 마련해 시행 능력 평가와 실적 확인제를 도입해 신뢰성 있는 개발사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합니다.
3. 증권사 및 업계의 대응
정부가 부동산 PF 개선 방안을 발표한 이후, 증권사들은 브릿지론 시장 축소와 이에 따른 수익성 공백을 메우기 위해 새로운 수익원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증권사들은 미국 주식 관련 서비스, IB(Investment Banking), WM(Wealth Management) 부문 등 비(非) 부동산 PF 분야로의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예를 들어 NH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공개매수 시장과 패키지딜 실적을 늘리며 새로운 수익 모델을 모색 중입니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PWM 부문을 신설해 자산관리 경쟁력 강화에 나섰습니다.
4. 개선안 기대 효과와 현실적인 한계
이번 개선 방안은 부동산 PF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긍정적인 조치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제약과 우려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기대해볼 수 있는 긍정적 효과로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자기자본비율 상향과 사업성 평가 강화 조치로 PF 사업의 안정성이 높아지고, 시행사들의 무분별한 사업 추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두 번째로는 건설사의 책임준공 부담이 줄어들고, 금융기관의 대출 리스크도 감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불어 리츠가 활성화되면 새로운 자본 유입이 가능해지며, 이런 리츠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투자 모델이 생겨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집니다.
반대로 개선안의 한계점도 무시할 수 없는데요. 첫 번째로는 토지주의 현물출자가 활성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토지주 입장에선 장기 수익을 기다리기 어렵고, 시행사의 신뢰도도 낮기 때문에 현물출자 참여를 주저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죠. 이어 영세 시행사들에게 자기자본비율 상향은 지나치게 높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때문에 앞으로 부동산 개발 시장에서 소규모 플레이어들은 배제되고 대형 시행사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개선안이 갑작스럽게 시행된다면 적응 과정에서 충격이 발생해, 영세 시행사의 연쇄 도산이나 주택 공급 부족 등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옵니다.
5. 제도 개선을 위한 보완책
1단계: 시장 안정화 및 초기 충격 완화
개선안 본격 시행 전 충분한 유예 기간을 제공하고, 일부 방안은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시장 참여자들이 새로운 제도를 이해하고 이에 맞춘 사업을 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초기 단계에는 기존 제도와의 연착륙을 통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2단계: 리츠 시장 활성화 및 참여 확대
리츠 설립 요건을 완화해 진입 장벽을 낮추고 다양한 주체들의 시장 참여를 유도해야 합니다. 리츠 운영에 대한 감독 규제를 간소화해서 운영 효율성을 높여야 시장이 활성화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다양한 지원 정책을 통해 토지주와 소규모 시행사들의 리츠 시장 참여를 장려해야 합니다.
3단계: 사업 타당성 평가 강화 및 리스크 관리
사업성 평가 체계를 개선해 사업의 타당성과 리스크를 정확하게 평가하고, 투자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객관적인 지표와 데이터를 활용한 리스크 평가 모델을 개발해 사업 리스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정교한 사업성 평가로 투자자들의 신뢰도를 높여야 안정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4단계: 금융 지원 및 시장 활력 제고
금융기관의 PF 대출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과도한 규제로 인한 시장 위축을 방지해야 합니다. 우량 사업장에 대한 금융 지원 강화책과 다양한 금융 상품 및 개발·지원 등으로 건설 경기를 활성화하고 시장 성장을 촉진할 것을 제안합니다.
6. 결론
정부의 부동산 PF 제도 개선안은 시장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특히, 자기자본비율 상향과 리츠 활용을 통한 자본 조달 다각화는 시행사와 금융권 모두에게 중요한 변화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이해관계자들의 협력과 함께 현실적인 보완책이 필수입니다. 이번 개선안이 단순히 위기 대응에 그치지 않고, 한국 부동산 시장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계기로 작용하기를 기대해봅니다. /글=건국대 부동산대학원 리서치센터, 편집=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