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12.27 10:41 | 수정 : 2024.12.27 11:11
[땅집고] 실버타운에 빨리 입주할수록 노후 생활을 더욱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베이비부머 대부분은 노후를 어디서 보내야 할지 아직 결정을 못 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전에 살던 집에서 보내야 할지, 규모를 축소해서 다른 장소로 옮겨야 할지, 마음에 드는 장소를 결정 못 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인층의 절대 다수를 이루는 중산층이 노후 생활을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는 이상적인 시범 실버타운을 국가에서 건립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노인학에서 가장 유명한 이론 중 하나가 ‘지역 사회 계속 거주’(Aging in Place)이다. 이 개념은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노후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장소로 규정할 수 있다. 반드시 집의 개념은 아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 인구 건강 분야 재인 와일스(Janine L. Wiles) 교수와 캐나다 몬트리올대학 사회정책 분야 아네트 라이빙(Annette Leibing) 박사 등 5명이 공동으로 뉴질랜드 노인들 대상으로 인터뷰 조사하고 발표한 ‘노인들에게 에이징인플레이스의 의미(The Meaning of Aging in Place to Older People)’라는 논문에서 ‘Aging in Place’ 개념 정의는 ‘거주형 보호시설이 아닌 일정 수준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지역 사회에 남아 있는 생활’이라고 했다.
이 논문 서문에 있는 목적에서도 ‘집, 이웃, 공동체의 의미와 감정적 애착, 그리고 기능적, 상징적 의미에 있어서 에이징인플레이스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연구’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노인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상당수 사람들이 에이징인플레이스의 개념을 집과 공동체의 개념으로 제한해서 이해하고 설명하려고 있다. 애초의 연구 결과와 조금 차이나는 부분이다. 실제로 이후 많은 연구에서 ‘노인들은 독립성, 자율성, 가족과 친구를 포함한 사회적 지원과 연결을 유지해 줄 수 있는 편안하고 안정적인 장소’로 확인할 수 있다.
강남 프리미엄 실버타운 더시그넘하우스의 경우 입주민 평균 나이 84.4세나 된다. 200여 명에 이르는 입주민들은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2017년 개원 당시부터 입주해서 8년이 된 노인까지 다양하다. 늦게 입주한 사람들은 “조금 더 일찍 들어올 걸…” 이라고 하거나, 오래된 입주민들은 “실버타운에 살아보니 너무 좋다”라는 반응을 보인다.
이들은 1일 2식 식사비 포함 1인 월 생활비 최소 202만 원으로 온갖 가사 노동에서 해방될 뿐만 아니라 스크린골프, 피트니스센터, 사우나, 탁구, 영화‧음악감상, 서예, 노래방, 맨발걷기 등 각종 취미생활까지 즐기고 있다. 식단도 전문 셰프가 만든 건강식으로 항상 제공한다. 입주민들의 만족도는 매년 조사해도 90% 안팎을 기록한다.
물론 한국의 노인 상황을 고려하면 프리미엄 실버타운에 입주할 수 있는 경제적을 갖춘 중산층 이상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실버타운 가구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전국에 실버타운 가구수는 39곳에 9,000가구가 좀 넘는 수준. 노인 1000만 명을 기준으로 봐도 0.1%가 채 안 되는, 턱없이 부족하다. 자기 돈이 있어도 입주를 위해서 2~3년 대기하는 사례도 있어 실버타운 난민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현재 한국은 노인 1인 가구가 40%에 육박한다. 이들을 누가 돌볼 것인가? 정부는 지역사회 돌봄(community care)과 가족 지원(family support)으로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가족 지원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만들고 있다. 애초 가족 지원이 가능했다면 노인 1인 가구가 전체 40%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지금 은퇴로 쏟아져 나오는 베이비부머들은 가족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개인적 성향으로 인해 더욱 지역사회 돌봄이나 가족 지원 방향을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가정은 노인들에게 편안한 안식처가 아닌 혼자 지내는 장소일 뿐이고, 혹시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있다면 모든 가족 구성원들에게 갈등의 장소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으로 볼 때 노인들에게 가족이나 가정은 더 이상 안식처일 수 없다. 이론이 아니라 현실적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지역 사회 돌봄도 원활하지 않다. 유엔에서 ‘노인 친화적 도시’를 선언하고, 이를 각 국가에 활발한 조성을 권고하지만 현실은 노인들에게 녹록하지 않다. 오히려 세계 곳곳에서 노인 혐오와 학대만 더욱 심해지는 상황이다.
현실적 노인들 상황을 고려할 때 실버타운은 사회적 상호작용, 문화적 참여 및 지속적인 교류, 그리고 오락‧취미생활, 안정적이고 깔끔한 주거 상황 등 노후 생활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제공한다. 노후 삶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주거 공간이다.
뉴질랜드에서 에이징인플레이스 조사 결론은 ‘노후 생활에 안정적인 살 곳을 선택할 수 있고, 그렇게 하는 데 (정부나 지자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장소’라고 하면서, ‘오래 머물러 온 갇힌 공간으로서 집이 아니라 편안하고 안정적인 집과 지역 사회에 머무르는 곳’으로 정의했다. 이 정의에 따르면 현재 상황에서는 집보다 실버타운이 훨씬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실버타운을 더 늘릴 수 있는 정부 제도적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과 운영 전문가 과정 모집>
땅집고가 최근 늘어나는 시니어 부동산 개발 니즈에 맞춰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과 운영 전문가 과정(4기)’을 2025년 1월 16일 개강한다.
단순한 시니어타운 소개 등 기초 강의가 아니라 시설 설계부터 운영까지 시니어타운 개발 전 과정에 대해 소개한다. 시니어타운 개발이 적합한 입지를 고르는 방법부터 운영 수익이 발생하는 재무 구조 설계 방법, 시니어타운에 반드시 필요한 인테리어 설계 등을 전수한다.
강의는 현장 스터디 3회를 포함해 총 18회로 진행한다. 강의 시간은 매주 수요일 오후 4시~6시30분이며, 수강료는 290만원이다. 땅집고M 홈페이지(zipgobiz.com,▶바로가기) 에서 신청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