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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 청사에 혈세 펑펑 쓰는 한국...아이디어 짜내 공짜로 청사 짓는 일본

    입력 : 2024.12.20 07:30

    [땅집고] 일본 도쿄 이케부쿠로(池袋)역에서 나와 걷다보면 지하 3층 지상 49층의 '도시마 에코뮤제타운(エコミューズタウン)'이 나온다. 도쿄 올림픽 경기장을 디자인하는 등 일본 대표 건축가인 구마 겐고가 ‘나무’를 주제로 설계했다. 구마겐고는 “하나의 거대한 나무와 같은 건축을 목표로 했다”고 밝혔다.

    2015년에 완공된 도시마 구청 건물로 첨단 내진(耐震) 설계와 태양광 발전시설을 갖춘 건물로 곳곳에 녹지와 휴식공간을 갖추고 있다. 각종 건축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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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라면 구청 건물이 너무 초화판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 용산구는 1522억 원을 들여 지상 10층·지하 5층 규모(5만 9177㎡)로 신청사를 지으면서 호화청사 논란이 벌어졌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수천억의 예산이 필요한 신청사 신축계획을 추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땅집고] 용적률을 높여 고층에 아파트를 지어 청사 건축비용을 마련한 도시마구청/도시마구청 홈페이지

    그러나 도시마구청은 '민관(民官) 합동개발'을 통해 구민 세금 한 푼 들이지 않은 기적의 건물이다. 도시마구청은 1996년부터 기존 청사가 낡고 비좁아 청사 신축을 추진했다. 하지만 당시 870억엔이 넘는 부채로 신청사는커녕 파산할 형편이었다.

    구청은 직원을 900여명 줄이는 구조조정을 통해 부채 감축에 성공했고, 2010년 아이디어를 짜내 신청사 건립 돌파구를 찾았다. 구청 소유 토지인 초등학교 부지를 민간 재개발 조합 부지에 편입시켜 청사와 아파트를 함께 짓는 '주관(住官) 복합' 방식의 청사 개발안을 만들었다.

    아파트432가구를 지어 조합원분량을 제외한 322가구를 분양해서 얻은 수익금과 청사 신축 국고 보조금으로 공사비를 충당했다. 사실상 공짜로 초고층 건물이 가능한 것은 구청의 아이디어와 민관협력, 용적률을 300%에서 800%로 끌어올렸기 때문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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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청사 건물 1~2층은 주민을 위한 모임·전시 공간, 3~9층은 구청 업무를 보는 청사, 10층은 옥상정원, 11~49층은 아파트이다.
    아파트 거주자는 1층 북측의 입구 홀에서 엘리베이터로 11층으로 직행, 엘리베이터로 환승 각 층의 주택에 들어간다. 11층 ​​전체가 실질적인 주택 메인 입구이다. 11층은 메인라운지를 중심으로 파티 룸이나 게스트 룸 등으로 활용된다.

    일본에선 1960~1970년대 지은 각 지방자치단체의 노후 청사 재건축이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빚을 내서 폼 나는 신청사를 짓기보다는 민관 합동개발이나 민간 건물 재활용을 통해 재정을 최대한 아끼고 있다.

    도치기현 도치기 시청사는 겉보기에는 백화점건물처럼 보인다. 실제 이 건물은 2010년 고객 감소로 문을 닫은 백화점이다. 주변 주민들은 상권 쇠퇴를 우려, 도치기시에 백화점 인수를 요구했다. 시청은 고민 끝에 예산 절감과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백화점을 신청사로 결정했다.

    백화점은 건물을 무상 양도했고, 시청은 29억엔을 들여 내진 설비를 보강하는 개·보수를 했다. 토지비를 제외하고도 통상 신청사 건설 비용의 절반만 들었다. 청사 1층에는 도부(東武)백화점을 유치했다. 건물 현관에는 도부백화점과 시청 간판이 함께 붙어 있다. 도치기시는 백화점으로부터 임대료도 받고, 이곳에 지역 특산품을 판매하는 특설 코너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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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집고] 백화점 건물을 리모델링한 도치기 시청. 구시가지 활성화를 위해 문을 닫은 백화점에 시청이 입주했다./도치기시청 홈페이지

    미야기(宮城)현 이시노마키시가 2010년 입주한 신청사도 텅 비어 있던 백화점 건물이었다. 2005년 6개 마을을 통합하면서 통합청사 신축을 추진하던 이시노마키시도 재정 절감을 위해 문 닫은 백화점을 인수했다. 6층에 있던 영화관을 개조해 시의회 회의장으로 만들었고 기존에 있던 에스컬레이터도 대부분 재활용했다. 1층에는 수퍼, 미용실 등 상가가 입점해 있다. 임대 수익만이 목적이 아니다. 주민들이 행정기관을 찾을 때 쇼핑도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사례들이 알려지면서 거액을 들여 신청사를 추진하던 다른 자치단체들도 '돈 적게 드는 청사 마련'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hbch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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