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12.21 07:30
[땅집고] 서울 구로구 항동의 한 신축단지 아파트. 84㎡ 실거래가는 지난 11월 기준 8억7000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달 8억7000만원에 경매 매물로 나온 이 아파트의 84㎡ 주택은 한 차례 유찰되고 이달 최저매각가격이 6억9600만원까지 떨어진 상태로 경매에 또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아파트 84㎡도 지난 10월 최저매각가 12억9000만원에 경매매물로 나왔지만 두 차례 유찰되고 최저 매각가격이 8억2000만원까지 하락했다. 이 아파트의 실거래 가격은 17억~19억원 수준이다.
최근 부동산 거래 위축 및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경매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부동산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과도한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경매에 넘어간 부동산이 13만건에 달해 11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매에 나오는 물건은 주로 비아파트나 비주택 부동산이 많은 편이지만 서울 핵심지 아파트도 매물로 나온 경우가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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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빚 못갚아 넘어간 부동산 13만건 육박…11년만에 최다
17일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11월 부동산(토지·건물·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가 12만9703건으로 조사됐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된 임의경매 건수는 2013년 14만8701건 이후 최대 규모다.
임의경매는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원금이나 이자를 석 달 이상 갚지 못했을 때 채권자가 대출금 회수를 위해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절차를 의미한다.
보통 은행 등 금융기관이 채권자일 때 임의경매가 활용된다. 강제경매와 달리 별도의 재판 없이 곧바로 법원에 경매를 신청할 수 있다.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에 임의경매는 2년째 급증 추세다. 저금리 시기인 2021년 6만6248건, 2022년 6만5586건이던 임의경매는 지난해 10만5614건으로 전년보다 61%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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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주택·집합상가 등 집합건물의 임의경매가 특히 급증했다. 1~11월 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5만1853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3만5149건)보다 48%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가 1만6094건으로 전체의 3분의1을 차지한다. 이어 ▲부산 6428건 ▲서울 5466건 ▲인천 3820건 등의 순이다.
■ 부동산 비수기에 불확실성 높아져…경매 물건 늘어날 전망
경매시장에선 당분간 경매 물건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시장 호황기 때 이른 바 무리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를 했던 투자자들이 금등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경매로 넘어간 물건이 많기 때문이다.
당분간 부동산 시장이 다시 활성화할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09.8로 전월(117.7) 대비 7.9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4개월 연속 내림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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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연말 부동산 매수 심리도 커지지 않을 전망이다. 국토연구원은 “최근 가계대출 관리 강화와 함께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상승한 가격에 대한 부담감에 지수는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주현 지지옥션 연구위원은 “부동산 침체가 지속되면서 일부 지방 아파트의 경매 진행건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라며 “11월 낙찰가율을 살펴보면 울산(81.2%)은 전월 대비 5.9%포인트, 대구(78.8%)는 3.5%포인트 떨어지면서 올해 처음으로 80%선 아래로 무너졌고 서울도 낙찰가율(94.9%)이 지난달보다 2.1%포인트 하락했다”고 했다. /rykimhp2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