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12.11 13:59
[땅집고] 군 당국이 서울시와 재정비조합에 초고층 아파트 꼭대기에 대공진지를 설치를 요구하면서 ‘초고층의 저주’가 심화될 전망이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국방부는 최근 서울 내 재정비조합 중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하는 곳 다수에 대공진지를 구축해야 하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 심의위원회 평가 결과’를 통보했다.
최고 50층으로 재건축하는 서초구 서초동 진흥아파트를 비롯해 각각 40층, 45층으로 추진 중인 도봉구 쌍문한양, 창동상아1차 등 5곳이 이와 같은 요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 측은 사업비 폭등 등을 이유로 강력하게 반발하며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군 당국은 안보상 필수사항이라는 입장이다. 만일 조합 측이 대공진지 설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재건축 자체가 무산될 우려도 있다.
이들 단지뿐 아니라 최고 70층 재건축을 추진하는 압구정 현대아파트(2구역) 등 다른 지역 초고층 재건축 단지에도 대공진지를 설치해야한다는 관측도 뒤따른다. 관련법에 따라 대공방어협조구역 내에서 위탁고도(77∼257m) 높이로 건축할 경우 군의 심의 결과를 반영해 건축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고도 기준은 지역마다 다르며 군사기밀에 해당돼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심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사전에 확인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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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35층 룰’ 폐지 후 초고층 재건축에 집착하던 서울시의 계획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다. 시는 박원순 전 시장 재임시절 주거용 건축물을 35층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했다. 오세훈 시장이 부임한 뒤 2022년 말 발표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따르면, 35층 이하 기준을 삭제해 초고층 재건축 길을 열었다. 이후 재건축, 재개발 사업에서 50층 이상의 초고층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초고층 건물을 건축할 때 사업비가 급증하는 문제 때문에 초고층의 저주에 시달리고 있다는 평가가 뒤따란다. 50층 이상이거나 높이 200m 이상 초고층건축물은 '초고층 및 지하연계 복합건축물 재난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피난안전구역을 지상층으로부터 최대 30개 층마다 1개소 이상 설치해야 하는 등 규제를 받는다.
30~49층의 준초고층 아파트는 폭 1.2m 이상의 직통계단을 설치하면 돼서 공사기간, 공사비 등에서 큰 차이가 난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준초고층 대비 초고층 아파트 공사비가 30% 이상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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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 대공진지 설치 요구로 조합의 사업비 부담은 가중된다. 포대와 탄약고 설치 공간뿐 아니라 군인들의 생활시설 등까지 포함한다. 군사적인 상황에 따라 무인기지로도 운영이 가능하다. 설치비용은 수백억원대로 추산된다.
그간 대공진지는 파크원, 롯데월드타워 등 초고층 상업시설에 들어선 적은 있지만, 주거시설에 설치된 경우는 없었다. 이전까지는 초고층 아파트 건축 사례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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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관계자는 “초고층 아파트에 일률적으로 군사 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신축 초고층 아파트마다 대공진지를 설치하는 것은 사회적 낭비라는 취지에서 별도의 진지 타워를 구축하는 등 대안을 군 당국에 제시했다”고 밝혔다.
시는 이 사안을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군 당국은 안보상 필수 사항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