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12.09 07:34
[땅집고] 올 4월까지 늘고 있던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가 급감하고, 작년 주택시장 큰손으로 떠오른 20대, 30대 매수자들이 대거 집을 판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듯 최근 ‘내 집 마련’ 판도가 크게 바뀌는 추세입니다.
청약통장은 민간주택이나 공공주택을 분양받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무주택 서민들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골고루 준다는 취지로 1977년 도입됐는데요. 청약 통장으로 시세보다 저렴하게 아파트를 분양받고, 이후 평수를 넓혀가며 자산을 불리는 것이 50년 동안의 ‘국룰’이 됐었죠. 하지만 분양 가격이 시세 수준으로 크게 뛰면서 청약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겁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 10월 말 기준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통장·청약저축·예부금 합산) 가입자 수는 총 2672만명입니다. 9월(2679만4240명)보다 7만5000명 가까이 줄어들었습니다. 국토부가 이탈을 막기 위해 유인책을 내놨으나, 소용이 없었습니다.
지난 9월 23일부터 청약통장의 금리를 현행보다 0.3%포인트(p) (2.0%~2.8%에서 2.3%~3.1%) 인상했습니다. 또 종전 입주자저축은 민영주택이나 공공주택 중 한 가지에만 청약이 가능했는데요. 지난 10월 1일부터 모든 유형에 대해 청약이 가능한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전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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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통장 가입 감소는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1인가구가 많은 20 30세대는 분양가가 연일 고공 행진하는데도, 청약 가점이 낮고 경제적 여력도 넉넉하지 않습니다. 청약통장에 큰 희망이 없다보니 해지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전국 평균 1순위 기준 청약 경쟁률은 13대1입니다. 이는 2022년(8.17대1)과 2023년(10.32대1)보다 높은 수치인데요. 심지어 서울은 올해 164대1을 기록했습니다. 2022년(10.25대1), 2023년(56.93대1)보다 각각 16배, 3배가량 뛴 겁니다. 당첨 가능성은 줄어들었는데, 높은 경쟁률을 뚫는다고 해도 높아진 분양가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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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뿐 아니라 중장년 층에서도 청약통장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40대, 50대는 신혼부부나 신생아 등 특공 물량 증가로 소외감을 느껴서 60대, 70대 은퇴세대는 비용 부담만 커지고 중산층 대비 가점 경쟁에서도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겁니다.
특히 이달부터 청약 납입 인정금액이 40여 년만에 오른 점도 매력도를 떨어트렸는데요. 납입금액은 기존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청약통장이 줄어드는 가운데 또 다른 주택 매수 트렌드도 바뀌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기 전후로 부동산 시장 큰 손으로 등극한 20대, 30대 영끌족이 다시 집을 되팔고 있습니다. 작년에만 20대, 30대 집주인 8만3000명이 집을 판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주택을 소유한 개인은 약 1562만명입니다. 2022년(1530만9000명)보다 약 31만명 증가한 겁니다. 숫자 자체는 늘었는데 나이대 비중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40대 위로는 전부 증가세를 보인 반면, 40대 아래로는 전부 줄어든 겁니다.
60대는 17만명이 증가해 가장 많이 늘었습니다. 이어 50대(8만6000명), 70대(8만5000명), 80대 이상(7만2000명) 순으로 증가폭이 컸습니다. 반면 30대는 6만1000명이 집을 팔아 하락폭이 가장 컸습니다. 30대 미만은 2만2000명, 40대는 1만9000명이 매도에 나섰습니다.
수치로만 보면 20대, 30대가 판 집을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매수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코로나 시기 집값이 상승하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주택을 사들였던 젊은층이 고금리에 부담감을 느껴 다시 집을 판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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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앞으로 무주택자들이 청약통장을 아예 만들지 않거나 중도해지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청약을 통해 내 집 마련이 갈수록 어렵기 때문인데요. 매매시장도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청약보다는 돈을 모아 기축 아파트 매매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연세대 경영전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매매 시장에서 사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청약에 당첨될 때까지 내집 마련을 미루는 것은 집값이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떨어지면 유리하다”면서 “화폐 가치는 하락하고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지역은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그냥 시장에서 매매로 내 집 마련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pkr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