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12.05 10:59
[땅집고]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재개발 사업지 중 하나인 한남2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한남2구역)에서 고도제한 후폭풍이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최고 118m 높이, 21층 아파트를 짓겠다던 한남 2구역의 이른바 ‘118프로젝트’가 결국 무산된 것이다. 일부 조합원을 중심으로 실현 불가능했던 ‘118프로젝트’를 제시한 대우건설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당신의 아파트 MBTI, 조선일보 AI부동산에서 확인하기
■ 한남2구역, 최고 21층→14층 아파트 계획 확정
최근 한남2구역 조합은 건물 최고 높이를 118m를 90m로 변경하기로 했다. 지난해 6월 서울시가 ‘신고도지구 구상안’ 발표 당시, 한남뉴타운 일대를 고도제한 완화지역에서 제외한 영향이다.
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2구역 조합은 11월30일 임시총회를 열고 관리처분계획을 원안대로 승인했다. 용산구 보광동 일대 11만5005㎡ 부지에 걸쳐 지하 6층~지상 14층, 31개 동 1537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 내용이다.
조합은 통상적인 인허가 기간을 고려했을 때 이르면 내년 상반기 내로 서울시의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관리처분이 끝나면 이주와 철거, 착공에 나선다.
■ 대우건설, ‘118m 아파트’ 약속…공수표로 전락
한남2구역은 이른바 ‘118 프로젝트’로 떠들썩했던 곳이다. 이는 2022년 11월 대우건설이 꺼낸 프로젝트 명칭이다. 대우건설은 기존 90m, 14층으로 설계된 아파트 높이를 최고 118m, 21층으로 하겠다고 공약했고, 롯데건설을 제치고 한남2구역 시공권을 수주했다.
당시 조합원들은 높아진 층수 만큼 일반분양 물량이 늘어나면 조합원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용산구 보광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롯데건설의 조건이 좋았고, ‘르엘’이라는 하이엔드 브랜드의 가치도 인정받았다”면서도 “대우건설이 118m 계획을 보고 일반분양이 늘어 정비사업 수익률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 조합원이 많았다”고 했다.
■ 어려운 시공사 교체 택하느니, 공사비 협상 노릴까
그런데 이 같은 계획이 사실상 물거품되자, 일부 조합원을 중심으로 ‘대우건설이 사기를 쳤으니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실제로 조합은 지난해 9월 고도제한 완화에 실패한 대우건설을 계속 믿고 갈 것인지 여부를 가르는 ‘재신임’ 총회를 개최했다. 재신임 찬성 414표, 반대 317표로 100표 가까운 표차로 재신임이 결정됐다. 이후로도 시공사를 바꾸거나 ‘재재신임’ 총회를 열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다만, 업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한남2구역이 대우건설 외 선택지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제 와서 시공사를 바꾸면 조합원 부담이 배로 늘어서다. 사업설명회 개최부터 입찰, 총회 등 복잡한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 사업기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조선일보 AI부동산이 당신의집을 찾아드립니다
최근 공사비 인상으로 건설사의 선별수주 기조가 심화한 것도 한남2구역의 선택지 없게 만든 요인이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1군 건설사는 이미 한남뉴타운 다른 구역 수주에 공을 들이거나 손을 뗀 상황이다.
서울 용산구 보광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다른 1군 건설사가 한남2구역에 관심을 보였다면 시공사를 바꾸자는 움직임이 크게 일었을 것”이라면서도 “공사비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조합원들은 약속을 어긴 대우건설과의 공사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게 차라리 낫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한남2구역 조합은 최고 층수가 낮아지면서 일반분양 가구 수가 줄어든 만큼, 도로 계획을 변경해 사업성을 보완한다는 입장이다.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조합과 협의를 거쳐 빠르게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조합의견을 최대한 따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