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11.28 12:36 | 수정 : 2024.11.28 14:09
[땅집고] “실수라기엔 좀 어이가 없죠. 일부러 누락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서울 한남4구역 조합원 A씨)
서울 노른자 재개발 사업지 중 하나인 용산구 한남 4구역 시공사 입찰에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이 참여한 가운데, 삼성물산이 ‘시공능력평가 조경부문 1위’라고 기재한 입찰 서류가 허위 논란에 휩싸였다. 조합 측은 지난 26일까지 양사에 근거 자료를 요청했지만 현대건설만 제출하고 삼성물산은 제출하지 않아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견적서를 허위로 제출하면 입찰 참가자격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
28일 재개발 업계에 따르면 한남 4구역 조합은 지난 22일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에 ‘입찰참여 견적서 기재 사항 확인 및 관련 자료 제출 요청’에 대한 공문을 보냈다. 입찰참여 견적서를 보면 두 건설사 모두 스스로를 시공능력평가순위 조경부문을 1위로 써서 사실을 확인하겠다는 내용이다.
통상 건설사는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견적서를 작성할 때 종합ㆍ아파트ㆍ조경 항목별 시공능력평가 순위를 기재해야 한다. 조합 측은 공문에서 “시공능력평가순위 조경부분 1위로 기재한 근거 자료를 11월26일까지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합에 확인 결과, 현대건설은 근거 자료를 기한 내 제출했지만 삼성물산은 제출하지 않았다. 조합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근거 자료를 조합에 공식적으로 내지 않았다”며 “공문 발송 이후 삼성측으로부터 따로 설명을 들은 것도 없었다”고 했다.
한남 4구역 조합이 두 건설사에게 보낸 입찰참여 안내서를 보면 “허위 사실을 기재했거나 구비서류를 누락한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업체를 입찰 참가자격 제한 또는 무효 대상자로 두겠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최악의 경우 한 곳은 입찰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는 것.
땅집고가 올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자료를 확인한 결과, 조경부문 1위는 현대건설(1조2827억원)이었다. 삼성물산은 1조2509억원으로 2위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덩치나 인지도에 비해 입찰 과정에서 허위 사실 기재나 필수 서류 누락 같은 아마추어적 실수가 유달리 잦다”면서 “정비사업 공백기가 길었던 탓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물산은 작년 부산 촉진2-1구역 입찰 과정에서 산출내역서를 제출하지 않고, 학교철거 공사비도 누락했다. 올해 서울 용산구 남영2구역 입찰에서는 서울시 기준을 벗어난 용적률과 주거비율을 제시해 입찰 지침을 위반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비사업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서류 정도야 어떻게 내도 괜찮겠지’하는 식의 자신감이 이런 상황을 만들었을 수 있다”면서 “조합이 제시한 기준을 지키지 않는 건설사가 내놓은 100% 한강 조망권 같은 약속을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건설사가 내놓는 입찰 제안서를 조합원들이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통상 건설사를 재건축 전문가라고 생각해 자세히 검증하지 않는 조합원이 대다수”라면서 “그럴싸한 제안서에 혹하기 보다는 실제로 현실화 가능한지를 확인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인접한 한남2구역의 경우 ‘최고 높이 118m(21층)’를 약속한 대우건설이 시공권을 따냈으나, 서울시 고도제한 완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일단 90m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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