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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지옥이라고?…"치매 환자도 활짝 웃어요" 실버타운서 살아보니

  • 글=박정원 더시그넘하우스 연구소장

    입력 : 2024.11.27 07:30

    [땅집고] 일부에서 실버타운에 살아보지도 않고 ‘창살 없는 감옥’, ‘노인지옥’이라고 비난한다. 혹시 그런 시설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내가 근무하고 있는 강남 실버타운 ‘더시그넘하우스’에 있는 입주민의 일상은 창살 없는 감옥은 절대 아니다. 어디서도 누릴 수 없는 노후 행복을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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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에서 흔히 접하는 관리 소홀과 사고로 점철된 실버타운이 아니라 입주민들의 90% 이상이 만족하는, 안전 관리와 유지에 최적의 환경을 조성, 제공한다.

    더시그넘하우스 입주민은 총 268명.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웰빙동에는 160세대에 188명이 입주해 있고, 간호와 돌봄이 필요한 너싱홈에는 76세대에 76명이 입주한 상태이다. 60대는 고작 3명뿐, 80대가 압도적으로 많다. 웰빙동은 60%, 너싱홈에는 47%가 80대이다. 특히 너싱홈에는 90대가 45%에 달하고, 100대도 2명이나 입주해 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84.4세. 한국의 기대수명과 비슷한 연령이다.

    [땅집고] 더시그넘하우스 입주자들이 노래를 배우고 있다/시그넘하우스제공

    웰빙동에는 노래방, 스트린골프, 서예실, 아뜰리에, 사우나 등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 활용과 함께 건물 뒤편 숲속 산책로와 맨발걷기길이 있어 매우 흡족한 생활을 하고 있다. 자체 만족도 조사에서 시설과 프로그램 만족도는 평균 90%를 웃돈다.

    너싱홈에는 76명의 입주민 중 66명이 치매 증세를 보인다. 이들 중 상당수는 자신이 식사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 치매의 여러 증세 중 하나이다. 어떤 사람은 폭력적 행동을 하고, 어떤 사람은 해질녘만 되면 방황한다. 잠잘 때 무수히 몸부림치는 증세도 있다. 이러한 증세의 원인을 아직 의학적으로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원인을 모르니 치료가 안 된다. 이들의 돌봄은 오롯이 직원들의 몫이다. 일과를 통해서 치매 노인의 한 단면을 알 수 있다.

    더시그넘하우스 너싱홈의 오전 8시. 아침 식사는 직원들이 방으로 가져다 준다. 요양보호사에게 “야, 이 xxx아!”라고 다짜고짜 욕부터 시작한다. 이 상황에 이미 익숙한 듯 “욕하면 안 되지요. 예쁜 얼굴 하시고 욕하면 어떻게 해요.”라고 달랜다.

    직원들과 요양보호사는 혹시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니 각 세대별로 일일이 방문하며 이들을 수시로 챙긴다. 오전 돌봄 시간에 “어르신 안녕하세요”라고 밝은 얼굴로 인사를 하면, “너는 뭔데 이 미친 x아”라며 한바탕 퍼붓는다. 그리고 이불을 둘러쓰고 움츠린 자세로 침대에 누워 한동안 침묵이 흐른다.

    [땅집고] 시그넘하우스 입주자들이 소고를 배우고 있다./시그넘하우스제공

    매일 하는 물리치료 시간. “어르신 물리치료 받으러 가십시다.”라고 말하면 재빨리 일어나 “그래, 가자. 뭐 한다고?” 하며 쏜살같이 획 밖으로 나가 엘리베이터를 탄다. 물리치료실에 도착, 침대에 누워 치료를 시작하려고 하면, “너는 뭔데”라고 쏘아붙인 후 벌떡 일어나 그래도 물리치료실을 나가버린다. 요양보호사는 이런 입주민을 뒤쫓아가서 혹시 넘어질까 노심초사하며 뒤쫓으며 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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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싱홈에는 인지 개선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생활실로 돌아온 뒤 책상에 앉아 퍼즐 및 색칠하기 같은 인지 활동에 관심을 표한다. 퍼즐 맞추기 등을 하지만 시작한 지 5분도 안 돼 싫증이 나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무엇이 화를 치밀게 했는지 방으로 돌아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분을 삭히는 듯한다.

    식사 시간도 아닌데 뜬금없이 일어나 “먹을 거 없어? 먹을 거 내놔”라고 고함을 친다. “조금 전 드셨어요”라고 대꾸하면 신고 있던 신발을 던지며 “뭐라고 이 x년아?”라고 욕을 하며 분에 못 이긴 듯 “아악!!!” 흥분하며 괴성을 지른다.

    하지만 이내 TV에서 나오는 노랫말을 따라 부르며 체조도 곧잘 따라하는 모습을 보인다. 종잡을 수 없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해서 다 함께하는 음악치료 시간이 되면 진행하는 선생님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혼자서 “아리아리~~ 쓰리쓰리~~”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매기~~” “동구 밖 과수원길~” 등 3곡을 메들리로 한 소절씩 부른다. 소음에 가깝다. 도저히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없어 급하게 밖으로 데리고 나온다.

    이러한 일상이 매일 반복된다. 더시그넘하우스의 직원과 요양보호사는 매일 이들과 전쟁 치르듯 사고 없이 하루를 보낸다. 이전에 요양병원에 입원했던 분들도 상당수 있다. 일부 요양병원처럼 치매 환자에게 약을 먹여 멍한 상태에서 하루를 보내게 할 수도 있지만, 더시그넘하우스 너싱홈에서는 입주할 때 본인이 병원에서 진료받고 처방 받아서 가지고 온 약만 먹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직원과 요양보호사의 땀방울과 정성이 실버타운을 행복한 공간으로 만드는 밑바탕이다.

    한국은 2025년 만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웃도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노인을 위한 전문 주거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실버타운으로 불리는 노인복지주택은 전국적으로 40곳이 채 안 된다. 그곳에 1만 명이 안 되는 노인만 살고 있다. 헌법상 보장된 노인의 주거권이라는 측면에서 정부는 좀더 양질의 실버타운이 지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과 정비를 해야 한다. /박정원 더시그넘하우스 연구소장


    <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과 운영 전문가 과정 모집>


    땅집고가 최근 늘어나는 시니어 부동산 개발 니즈에 맞춰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과 운영 전문가 과정(4기)’을 내년 1월 16일 개강한다.

    단순한 시니어타운 소개 등 기초 강의가 아니라 시설 설계부터 운영까지 시니어타운 개발 전 과정에 대해 소개한다. 시니어타운 개발이 적합한 입지를 고르는 방법부터 운영 수익이 발생하는 재무 구조 설계 방법, 시니어타운에 반드시 필요한 인테리어 설계 등을 전수한다.

    강의는 수강생들의 이해를 돕는 현장 스터디 3회를 포함해 총 18회로 진행한다. 강의 시간은 매주 수요일 오후 4시~6시30분이며, 수강료는 290만원이다. 땅집고M 홈페이지(zipgobiz.com ▶바로가기)에서 신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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