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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돌봄 서비스가 덫이 된 실버타운의 파산

    입력 : 2024.11.24 08:00

    [박재병의 시니어 읽어주는 남자] 시니어 하우징, 블루오션 시장이라고? 이미 망한 곳도 많다
    /SKT 뉴스룸

    [땅집고] 국내 시니어 하우징 시장이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습니다. 시장이 성숙하게 커나가려면 성공 사례 뿐 아니라 실패 사례도 면밀하게 분석하고, 왜 실패할 수 밖에 없었는지 원인을 들여다 보는 반면교사의 자세가 필요하겠죠.

    오늘은 국내외 시니어 하우징 실패 사례를 조명하고, 사업을 진행할 때 마주칠 수 있는 위기와 그 때마다 취해야 할 전략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국내 시니어 주거 개발 동향을 알고 싶다면>

    ■미국·일본에선 이미 망한 시니어 하우징 사업 수두룩

    우리나라보다 고령화 현상을 일찍부터 겪은 미국·일본에선 시니어 하우징 시장이 오래전부터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워 왔습니다. 미국에선 1960년대 후반부터 대규모 CCRC(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ies·은퇴자 주거복합단지)가 활발하게 조성됐고, 일본 역시 1970년대부터 유료노인홈 등 상품이 등장했죠.

    이들 시장은 역사가 긴 만큼 시행착오 역시 숱하게 거쳤습니다.

    /케어닥

    먼저 미국의 경우 시장이 10년차에 접어들기 시작한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에 걸쳐 전국 각지에서 CCRC가 파산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각 주에서 관련 규제를 내놓기 시작했죠. 1997년에는 미국 내 35개주에서 CCRC 운영에 대한 규제를 갖추고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 중에서는 초기 단계였던 시니어 하우징 시장의 특성을 잘못 이해해 벌어진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유나이티드 메소드 교회(UMC)가 운영하던 CCRC ‘퍼시픽홈즈(Pacific Homes)’가 선불금을 지불하면 평생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생애 보장 계약(life care contract)’ 탓에 파산까지 다다랐던 사례인데요.

    퍼시픽홈즈는 당시 노인들의 기대 수명을 과소평가했고, 이 탓에 계약 금액을 지나치게 낮게 책정하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신규 입소자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이 없어 신규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웠고 예비 자금 확보에도 실패했죠. 이로 인해 퍼시픽홈즈는 현금 흐름의 둔화와 재정적 어려움을 겪게 됐고 결국 파산했습니다. 당시 사건에 휘말린 입소 노인 수만 1800명이고, 소송 규모만 총 4억달러(약 5600억원)에 달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1980년대 초 도쿄 소재 고급 노인홈 선메딕(向陽会サンメディック)이 도산하면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유료노인홈 운영에 대한 규제와 제도가 충분치 않아, 시니어 하우징 운영 경험이 미비한 민간 운영자가 시장에 겁없이 뛰어들면서 나타난 결과였는데요. 노후 자산을 처분해 입소한 노인 약 30명이 선메딕 도산 이후 당장 거취할 곳을 못찾으면서 이들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도 생겨났습니다.

    ■시니어 하우징이 실패하는 이유 3가지는

    시니어 하우징 운영 실패 사례는 최근까지도 전세계 곳곳에서 번번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문제를 유형별로 나눠보면 크게 3가지를 들 수 있는데요. ▲서비스 품질의 악화 ▲수익성의 악화 ▲운영진의 배임 행위입니다.

    <→국내 시니어 주거 개발 동향을 알고 싶다면>

    ①인력 부족에 따른 서비스 품질 악화 

    /케어닥

    미국에서 가장 큰 시니어 리빙 운영업체 중 하나인 브룩데일 시니어 리빙(Brookdale Senior Living)은 2017년 7월 미국 장애인법(ADA)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입주민들에게 집단 소송을 당했습니다. 브룩데일의 열악하고 소홀한 관리 탓에 입주민들이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고 방치를 당했다는 것이 고소의 주 이유였는데요.

    비싼 입주금을 내며 계약했던 프리미엄 서비스는 커녕 식사, 복약, 의복 관리 등 기본적인 케어조차 받지 못했다는 것이 입주민들의 주장이었습니다. 심지어 휠체어에서 내리지 못한 채 밤새 방치된 사례, 넘어진 채 24시간 이상 발견되지 못해 탈수 상태에 빠진 사례, 낙상 위험이 있는 입주민이 지속 방치되어 머리에 부상을 당한 사례들도 고소장에 구체적으로 언급됐죠.

    주목할 만한 점은 이런 저품질 서비스의 주요 원인으로 ‘인력 부족’이 지목되었다는 겁니다. 고소장에 따르면 브룩데일이 운영 수익을 높이기 위해 시설 내 돌봄 인력을 부족하게 배치했고, 이들의 근무 시간을 줄였으며, 직원 교육 역시 소홀하게 진행했다는 주장이 눈에 띕니다. 2023년 3월 진행된 재판에서 법원은 이 같은 원고들의 주장을 일부 인정했습니다.

    ②수익성 악화 

    앞서 언급한 미국의 퍼시픽홈즈 사례는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2022년 경영난으로 파산한 ‘더케이서드에이지’입니다.

    /케어닥

    더케이서드에이지는 교직원공제회가 100% 출자한 실버타운으로, 퇴직한 교직자들의 노후 대비를 위해 조성한 시설입니다. 하지만 손익분기점을 맞추지 못해 매년 수십억대의 영업손실이 쌓이면서 적자가 누적되고, 2010년대부터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게 됐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로 적자 폭이 더 늘어나자 업체 측은 2021년 사업 중단을 선언하고 매각에 나섰지만 끝내 실패하면서 파산에 이르게 된 것이죠.

    이처럼 수익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탓에 고품질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힘들어하는 시설이 적지 않습니다. 입주민들에게 양질의 돌봄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시설 운용이 가능한 적정 수준의 수익성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교훈입니다.

    ③횡령·부정 수급 등 배임 행위 

    기업·시설에서 정직하고 투명한 운영은 너무나 중요한 요소입니다. 특히 입주금 및 지원금 수급 등이 주요 수익모델이자 자금의 원천인 시니어 하우징 사업에선 배임 행위가 발생하면 도의적으로는 물론이고 법적으로 큰 피해가 발생하게 됩니다.

    /케어닥

    일본의 콤슨(COMSN)은 그룹홈 178곳, 유료노인홈 30곳을 운영하는 업체로 업계 최대 수준 규모를 자랑했는데요. 하지만 2007년 콤슨이 속한 굿윌그룹(GWG)의 개호급여비용 부정청구 사건이 보도되면서 기업이 내리막길을 걷게됐습니다.

    당시 도쿄도 조사에 따르면 굿윌그룹은 ▲존재하지 않는 직원의 상근직 허위 신청 ▲개호급여비용의 조직적 과다청구 등 부정청구를 일삼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콤슨 본사는 각 방문개호사업소에 무리한 영업 할당량을 부여해 이를 채우기 위한 부정 청구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함께 받았습니다.

    이에 정부가 콤슨의 사업소에 지정취소처분을 내리려 하자 각 지역별 사업소마다 동일한 날에 폐업신고를 내는 등 처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격인 후생노동성이 콤슨의 개호서비스 사업소에게 신규지정 및 갱신을 하면 안된다는 지침을 각 현에 전달하고, 사업 양도에 대한 행정 지도를 실시했습니다. 결국 철퇴를 맞은 콤슨은 기존 사업 운영을 강제적으로 내려놓고 시설 서비스와 재가서비스를 다른 곳에 양도해야만 했습니다.

    앞으로 시니어 하우징 시장에선 ‘신뢰’가 성공의 열쇠될 것

    지금까지 살펴본 다양한 시니어 하우징 실패 사례를 관통하는 키워드 하나를 꼽자면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시니어 주거 개발 동향을 알고 싶다면>

    앞으로 시니어들은 본인이 선택한 시설의 서비스 품질이 처음 기대하고 약속했던 것만큼 높은 수준으로 꾸준히 유지되고 제공되는지, 불안함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지, 평생을 안락하게 마무리할 공간으로서 노후 자산을 믿고 맡길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보게 될텐데요. 궁극적으로 이런 지점들을 충족하는 시설들이 시장에서 살아남게 되겠죠.

    시니어 하우징은 기존 부동산과는 다르게 특수성을 가지는 분야면서 고령화 시대로 접어드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시장이고, 동시에 이제 막 열리기 시작한 새로운 블루오션이기도 합니다. 더욱 많은 시니어 하우징 기업들이 신뢰와 진정성을 바탕으로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글=박재병 케어닥 대표, 편집=이지은 기자 leejin0506@chosun.com

    <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과 운영 전문가 과정 모집>

    시니어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과 운영 전문가 과정

    땅집고가 최근 늘어나는 시니어 부동산 개발 니즈에 맞춰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과 운영 전문가 과정(4기)’을 내년 1월 16일 개강한다.

    단순한 시니어타운 소개 등 기초 강의가 아니라 시설 설계부터 운영까지 시니어타운 개발 전 과정에 대해 소개한다. 시니어타운 개발이 적합한 입지를 고르는 방법부터 운영 수익이 발생하는 재무 구조 설계 방법, 시니어타운에 반드시 필요한 인테리어 설계 등을 전수한다.

    강의는 수강생들의 이해를 돕는 현장 스터디 3회를 포함해 총 18회로 진행한다. 강의 시간은 매주 수요일 오후 4시~6시30분이며, 수강료는 290만원이다. 땅집고M 홈페이지(zipgobiz.com ▶바로가기)에서 신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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