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11.17 07:30
[땅집고] “일산두산위브더제니스는 탄현동에 짓지만 않았어도 진작에 다 분양됐었을 거예요. 하이엔드로 지어서 실거주 만족도가 높다고는 해도 결국 일산에서도 외진 곳에 있다는 입지적 한계가 11년 동안 발목을 잡았죠.”(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경기 일산을 대표하는 초고층 주상복합 단지인 서구 탄현동 ‘일산두산위브더제니스’와 동구 백석동 ‘일산요진와이시티’. 최초 분양 당시 ‘미분양 무덤’이란 오명을 썼지만, 10여년이 흐른 지금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어 눈길을 끈다.
두 단지 모두 최고 59층으로 경기 북부 최초 마천루와 두 번째 마천루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하지만 2009년과 2013년 각각 분양에 나섰던 두 단지는 모두 초기 분양에 실패했다. 1순위 청약 당시 일산두산위브더제니스 경쟁률은 0.1대1, 요진와이시티는 0.624대1를 각각 기록했다.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는데만 각각 11년, 3년이 걸리면서 미분양 아파트의 대명사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두 단지가 고전했던 이유는 ‘경기 침체’와 ‘고분양가’다.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분양가를 높게 책정해 시장에서 외면받았던 것. 분양 당시 일산에서는 평당 1100만원만 넘어도 비싸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일산두산위브더제니스의 1평(3.3㎡)당 분양가는 1690만원, 일산요진와이시티는 1390만원에 달했다.
일산두산위브더제니스와 일산요진와이시티 모두 분양을 끝내기까지 오랫동안 고전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10년이 흐른 지금 두 단지는 전혀 다른 운명을 맞았다.
일산두산위브더제니스는 지난달 9일 94㎡(이하 전용면적)가 6억1000만원에 거래된 반면, 같은 달 요진와이시티 전용 90㎡는 9억9000만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비슷한 주택형인데 4억원 가까이 매매가가 벌어졌다.
최초 분양가와 비교해 보면 두 단지의 가격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일산두산위브더제니스는 최초 분양가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떨어졌다. 반면, 일산요진와이시티는 분양가와 비교해 수억원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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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일산두산위브더제니스 119㎡ 분양가는 8억원이었지만 지난달 7억4000만원에 거래되면서 분양가보다 6000만원 떨어졌다. 일산요진와이시티 103㎡ 분양가는 6억1243만원으로 올해 9월 12억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되면서 약 2배가량 올랐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입지와 교통 호재가 두 단지의 운명을 갈랐다’고 분석한다. 서울 접근성, 교통 개선 여부에 따라 가격 차이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일산요진와이시티는 일산에서도 입지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지가 있는 백석동은 일산 초입인데다 지하철 3호선 백석역이 도보권에 있어 서울 도심 출퇴근이 수월한 편이다. 단지 앞에 자유로, 제2자유로,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가 있어 차량을 통한 서울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단지에서 도보 3분 거리에 고양종합터미널이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올해 말 개통을 앞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의 수혜 지역이기도 하다. A노선이 정차하는 대곡역과 백석역은 한 정거장 차이다. A노선이 개통하면 단지에서 강남까지 20분 정도면 이동이 가능하다.
일산두산위브더제니스는 일산에서도 외곽으로 꼽히는 파주시와 더 가까운 탄현동이다. 단지에서 경의·중앙선 탄현역이 바로 이어지지만 경의·중앙선은 배차 간격이 길고 혼잡도가 높아 고객 불만이 많다. 향후 대곡소사선이 탄현역까지 연결될 것으로 보이는데, 대곡소사선은 서울 직결 노선이 아니라 서울 접근성을 크게 개선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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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현동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일산두산위브더제니스가 완판하기까지 11년이나 걸린 건 높은 분양가 탓도 있지만 탄현동이라는 입지가 크게 작용했다”면서 “파주나 일산 생활권에 있는 수요자라면 실거주 측면에서 만족하는 편이지만 워낙 서울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가격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