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11.10 07:30

[땅집고]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가 아파트 30층 높이의 이른바 공룡 물류센터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들끓고 있다. 주민들은 당초 해당 부지에 쇼핑몰이 들어설 것이란 기대감이 물거품이 된데다, 물류센터 위치마저 아파트 밀집지역에서 불과 250m 떨어진 곳이어서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논란이 된 물류센터 신축 위치는 화성시 장지동 1131 일대로 동탄2신도시 내 유통3부지다. 땅 면적만 약 8만9272㎡(약 2만7000평)에 달한다. 이 땅은 워낙 규모가 크다보니 10여 년간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방치됐다가 지난해 3월 에프앤동탄제일차㈜가 매입한 이후 용적률 300% 이하, 건폐율 60% 이하를 적용해 물류센터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
주민들은 당초 다른 유통부지처럼 대형 쇼핑몰이 들어설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에프앤동탄제일차 측은 물류센터 개발 계획안을 지난 7월말 화성시에 제출했다.
이 계획안에 따르면 해당 부지에 지하 6층~지상 20층 규모, 최고 121m(지하층 포함) 높이 물류시설이 들어선다. 물류유통시설과 부대·편의시설, 공공시설을 포함한다.
건축 연면적은 62만5371㎡(약 19만평)에 달한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공간이 물류창고(연면적 52만7481㎡)다. 계획대로라면 이 물류센터는 국내 최대 규모 창고가 된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큰 쿠팡 대구 첨단물류센터(연면적 33만㎡)를 가뿐히 넘어선다.
물류센터 개발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근 아파트 주민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비대위 측은 화성시가 동탄2신도시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하면서 쇼핑몰 부지에 물류창고가 들어오게 됐다며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유통3부지는 농수산물도매시장과 유통센터, 교육연구시설 중 연구원, 문화·집회시설 중 전시장 용도 외에는 활용할 수 없던 땅이었다. 그런데 화성시가 2023년 12월 지구단위계획을 바꿔 유통업무설비용지 중 창고와 물류터미널 입점을 허용했다.

화성시 관계자는 “계획단계부터 유통부지였던 만큼 해당 부지가 유통·하역·저장 기능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설계됐어야 하지만 과거 지구단위계획 수립 과정에서 실수로 하역과 저장 기능이 누락됐다”며 “바로잡는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했다.
비대위 측은 중대한 용도 변경 사항이 담당자 과실로 인한 오류였다는 해명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초대형 물류센터가 들어서면 도로가 혼잡해지고, 소음·먼지·분진·매연 등 환경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고준일 비상대책위원장은 “해당 지역은 지금도 출퇴근 시간마다 차가 막히는데, 물류센터가 들어서면 대형 트럭과 트레일러 불법 주차가 늘면서 교통이 마비될 것”이라며 “아파트보다 훨씬 높게 지어지는 물류센터로 인해 주민 피해가 극심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화성시는 당장 물류센터 관련 인허가를 취소하고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고 했다.
화성시는 용적률·건폐율 등 적법한 기준에 따라 물류센터가 들어서는 것이라며 조성계획 관련 인허가를 반려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