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사장, 39년 주택통 대신 '군 출신 사위'…정창선 회장의 속내는

[건설사 기상도-대우건설] ①'39년 대우맨' 내치고 군 출신 사위 앉혀…오너 직할경영 강화하나?

[땅집고] 백정완 대우건설 사장의 후임으로 김보현 총괄부사장이 내정되면서 그 속사정에 눈길이 쏠린다. 연이은 실적 부진으로 이른바 ‘주택통(通)’으로 불리던 ‘39년 대우맨’이 물러나고 오너 일가이자 공군 장성 출신 비전문가가 자리를 넘겨받는 것이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인수 후 고용안정과 경영 자율성 보장을 누누이 밝혀왔으나, 총수 경영 체제로 전환하면서 올 연말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7일 대우건설은 김 총괄부사장을 오는 12월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의 사위로,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과는 처남ㆍ매제 사이다. 1966년 태어난 그는 1988년 공군사관학교 36기로 임관해 32년간 F-4팬텀 등 공군전투기를 몰았던 조종사 출신이다. 공군에서 제19전투비행단장, 방위사업청 항공기사업부장 등을 지냈다.

김 총괄부사장은 2020년 1월 공군 준장으로 예편한 뒤 같은 해 4월 중흥그룹이 보유한 언론사 헤럴드의 부사장으로 취임했다. 2021년에는 대우건설 인수단장을 맡아 인수 작업을 총괄했고, 인수 후 2022년부터는 대우건설 고문을 역임했다. 작년에는 총괄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대우건설 경영에 참여했다.

업계에서는 김 총괄부사장이 2년간 대우건설에서 파악을 끝마치고 본격적인 조직 장악에 들어가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우건설이 올해 들어 부진한 실적을 이어오면서 위기감이 커진 점이 김 총괄부사장 체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냈다는 것이다.

올 3분기 대우건설 실적은 크게 악화한 모습이다. 올 3분기 영업이익은 623억원이다. 작년 3분기1902억원보다 67.2% 줄어들었다. 매출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조5478억원, 40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4.8%, 63.3%씩 감소했다.

해외건설 수주 상황도 좋지 않다. 최근 1조원 규모의 투르크메니스탄 미네랄비료공장 프로젝트, 베트남에서도 타이빈성 끼엔장 신도시 개발사업 외에는 큰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

대우건설은 중흥그룹과 합병한 다음 해인 2023년 국내 시공능력 3위에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다 코로나19 사태에 공사 원가 폭등, 건설경기 불황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임기를 마치기는 하지만, 사실상 백 사장이 실적에 책임지고 옷을 벗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1985년 대우건설에 입사한 백 사장은 40년 가까이 대우건설에 몸담은 ‘대우맨’이다. 다양한 아파트 시공 현장에서 현장소장을 역임했다. 2013년 주택사업본부 임원직, 2016년 주택사업본부장, 2017년 리스크관리본부장을 거쳐 2018년 주택사업본부장으로 복귀했다. 중흥그룹이2022년 M&A(인수·합병)직후 중흥그룹이 처음 임명한 대우건설 사장이다.

백 사장은 오는 12월 이사회에서 대표이사직을 공식 사임하지만, 사장직은 임기인 2025년 2월 말까지 유지한다. 대표 교체는 특히 임원 인사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달로 예정한 조직개편에서 신임 대표이사 체제에 힘이 실리면서 인사 피바람이 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익명의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 자체가 반골기질이 강해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 등에서 길들이기에 실패했었다”며 “내부 분위기를 파악했으니 조직을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 가지치기 인사를 할 가능성이 높고, 이를 감안해 군 출신 총수 일가를 대표자리에 앉힌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 업계 관계자는 “짧은 근무 경력으로 건설사 전체 구조를 파악하긴 쉽지 않다”며 “지금 같은 국내외 위기 상황에는 대부분 외부에서 CEO를 모셔오는데, 건설 문외한을 대표로 앉히는 것 자체가 대우건설에는 중대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대우건설 내부에서는 새로운 대표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대내외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오너 일가가 오면서 결정이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군 출신인만큼 소통이 원활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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