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11.08 07:30
[땅집고] 지난 7일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에서 내려 약 10분을 걸어 경부고속도로 밑을 지나는 지하통로를 통과했다. 곧 서초구 원지동 일대 개발제한구역에 들어섰음을 알리는 표지판이 나왔다. 농작물을 키우는 밭과 비닐하우스, 소규모 조경 업체들이 보였다. 이곳에는 앞으로 2만가구의 대규모 주거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서울 내 신규 택지 후보로 서초구 원지동, 신원동, 내곡동, 우면동 일대 221만㎡(약 67만평)를 지정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그린벨트를 해제해 신규 택지를 확보하겠다고 한 ‘8·8 부동산대책’의 후속 조치다.
특히 일명 ‘서리풀지구’로 이 지역은 내곡 공공주택지구를 둘러 싸고 있다.
서리풀지구 인근 주민들과 중개업소들은 “개발이 불가능한 그린벨트 지역과 섬처럼 소외받던 내곡지구 일대에 활기가 생길 것”이라며 정부의 조치를 반기는 분위기다.
■ 정부 발표에 토지소유주 문의 폭주
5일 국토부의 발표 직후 내곡지구 일대 공인중개사들의 휴대폰과 사무소의 전화기가 일제히 울렸다고 한다. 그린벨트 지역 땅주인들이었다.
신원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오후 3시에 정부 발표가 있었는데, 곧장 땅주인들로부터 전화가 빗발쳤다.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 토지수용과 보상 등 기본적인 절차만 안내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신규 택지를 조성하겠다는 정부 발표 이후 땅 매수를 문의하는 연락이 많았다. 이 관계자는 “이 지역은 그린벨트 해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후보지로 거론되는 곳”이라며 “8월 정부 발표 이후 땅을 사겠다고 찾아온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때는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인근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서리풀지구 일대 토지 가격은 3.3㎡(1평)당 평균 300만~400만원에 형성됐다. 도로에 인접한 땅들은 3.3㎡당 400만원 이상이고, 입지에 따라 700만~800만원을 호가한다. 도로와 붙어있지 않아 맹지로 불리는 땅도 3.3㎡당 300만원 이상이다. 전보다 50만원 이상 오른 가격이다.
개발제한구역 해제와 동시에 이 일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매매거래에 제약이 생기지만, 기존 소유주들은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그간 그린벨트 땅은 팔고 싶어도 안 팔리는 땅이었다”며 “현실적으로 토지를 매도하긴 힘들 것이다. 주인들이 소유한 땅이 적어도 수백평일 것이기에 토지수용 후 보상이 이뤄지면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외딴섬’ 내곡지구도 호재 “인프라 확충…집값 상승 기대”
7개 단지, 총 4521가구가 들어선 인근 내곡지구도 그린벨트 해제의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입주해 10년차를 맞은 내곡지구는 현재 각종 생활 인프라가 부족하다. 지구 내에 병원수가 매우 적고, 은행지점은 하나도 없다. 청계산입구역 인근 상가에는 비어있는 곳이 즐비하다.
C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내곡지구의 최대 문제는 생활 인프라 부족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서초구이지만, 외딴섬처럼 소외된 지역”이라며 “그린벨트를 해제해 아파트 단지를 짓고,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면 집값도 함께 오를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신분당선을 타고 강남역까지 10분밖에 안 걸릴 정도로 강남 접근성이 좋은 지역이지만, 집값은 상대적으로 낮다.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청계산입구역과 가장 가까운 ‘서초포레스타6단지’ 84㎡(이하 전용면적)는 지난해 11월 16억7500만원, 대장단지로 불리는 ‘힐스테이트 서초젠트리스’ 같은 주택형은 올해 9월 18억원에 거래됐다. 강남구 도곡동, 개포동 일대 재건축을 앞둔 구축 아파트가 25억~30억원에 사이에 거래되는 것의 반값 수준이다.
■ 주민 반응은? “6년 후 입주? 글쎄…”
신규 택지 조성으로 인한 인프라 구축과 부동산 가격 상승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 우려도 뒤따른다. 내곡지구 초기에 입주해 10년 이상 거주 중인 주민 D씨는 “정부에서는 6~7년 이내 신규 택지 입주가 시작될 것이라고 했지만, 지금 3기 신도시 사업 속도를 보면 신뢰가 가지 않는다”며 “내곡지구의 4~5배 규모인데, 10년은 걸릴 사업이다. 이후 주민들이 바라는 인프라 확충이나 집값 상승을 기다리는 것도 기약이 없다”고 말했다.
신규 택지 명칭도 너무 엉뚱하다는 평가다. 서리풀에서 서초구 지명이 유래했지만, 일반적으로는 서초역 인근 서리풀공원을 먼저 떠올린다. 이에 대해 내곡지구의 한 아파트 단지 상가의 임차인은 “여기서 장사를 10년 정도 하고 있는데, 한 번도 주변을 서리풀이라고 부른 적이 없다”며 “나중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단지명에서 서리풀이 들어갈텐데 다른 지역과 혼동이 생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승우 땅집고 기자 raul164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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