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10.31 07:30
[땅집고] “서울 강남구 재건축 아파트 펜트하우스인데도 압도적인 느낌이 나지 않네요. 수백억대 아파트인데도 인테리어나 내장재를 보면 그저 그렇네요.”
최근 강남 일대에서 분양한 아파트 단지 내 펜트하우스 모습을 접한 시장 반응이다. 펜트하우스는 아파트나 주상복합 건물 꼭대기층에 위치한 주거 시설로 유일한 단점은 ‘가격’이라고 할만큼 호화로운 주택을 의미한다. 분양 시점에 최고급 주거 상품 최신 트렌드를 총망라(總網羅)해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강남권에서 분양한 단지 내 펜트하우스를 두고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체 무슨 일일까.
건설업계에서는 하나 같이 ‘분양가 상한제’를 원인으로 꼽는다.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는 기본형 건축비가 분양가 산정 범위 기준이 된다. 전체 분양가 총액에서 상한제 기준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펜트하우스 수준에 걸맞은 고급 설계를 반영하기에는 제한이 많다는 것이다. 좋은 자재를 쓰고 호화 설계를 적용하려고 해도 건축 원가 부담이 있기 때문에 초고급 건축이나 자재를 쓰는 게 불가능하다.
일반 분양이 아닌 조합원 분양분도 도시정비법에 따라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는 건 마찬가지다. 한 건설사 임원 A씨는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분양 수익이 줄기 때문에 원가 절감 차원에서도 고급화를 꾀하기 어렵다”며 “특히 강남 알짜 지역에 하이엔드 브랜드가 들어서는 고급 아파트일수록, 펜트하우스처럼 평형이 클수록 상한제 영향을 더 받는다”고 했다.
서울 투기과열지구 민간택지에 짓는 단지의 경우 전체 30가구를 초과해 분양하면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이 된다. 강남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와 용산구가 이에 해당한다.
해당 지역에서 고급주택을 분양하려는 시행사들은 분양가 상한제 규제를 피하기 위해 30가구 미만의 ’29가구 분양 전략’을 내세운다. PH129, 에테르노청담, 아페르한강 등이 대표적이다. 이 단지들은 고급화에 주력해 분양가를 확 높일 수 있었다. 강남구 청담동 에테르노청담은 전용 243~488㎡ 대형 평형으로만 구성했고, 분양가는 3.3㎡(1평)당 분양가가 2억원에 달했다. 강남권 공동주택 펜트하우스 분양가와 비교하면 약 3배 차이가 난다. 일반 아파트와 29가구 미만 펜트하우스가 상품성 측면에서 크게 차이가 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예인이나 대기업 CEO, 자수성가한 사업가 등은 사생활 보호나 남과 다른 차별화를 위해 펜트하우스를 택하는 대표 수요층이다. 그런데 이들이 반포동 원베일리나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와 같은 최신식 펜트하우스는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값싸게 분양한 이후 아파트 펜트하우스 가격은 100억대 이상으로 치솟아, 29가구 미만 고급 주택과 가격 측면에선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상품성 차이가 워낙 커 외면하는 것이다.
개포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강남권 아파트 단지 내 들어선 펜트하우스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아 초호화 펜트하우스급 품질을 갖출 정도로 고급화는 못 한 게 사실이다”며 “역설적으로 분양가가 저렴하다는 점 때문에 오히려 극히 제한된 펜트하우스 수요층은 더 늘었다”고 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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