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10.30 16:18
[땅집고] 서울 동대문구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 5번 출구 앞에 위치한 한 신축 아파트. 1층 상가 8개 점포 중 아이스크림 전문점과 빵집을 제외한 6개 점포가 텅 비었다. 2층은 상황이 더욱 열악하다. 역과 가까운 A·B동 건물 2층은 커피 전문점과 부동산, 미용실 3개 점포를 제외하면 절반이 공실이다.
이 주상복합 아파트는 한강 이북지역에서 가장 높은 65층 높이로 설계돼 화제를 모은 SKY L-65다. 총 1425가구로 지난해 7월 입주 후 1년이 지났지만 상가는 ‘공실 폭탄’이다.
동대문구 전농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건물 준공 전부터 입점이 유력했던 유명 도넛 브랜드의 경우 공실이 많아서 입점하지 않았다”며 “상가가 하나둘 차고 있지만, 상가가 활성화하려면 시간이 다소 걸릴 것 같다”고 했다.
65층 주상복합 아파트 맞은편 58층짜리 주상복합 상가도 마찬가지다. 어르신이 많이 이용하는 은행과 대형 뷔페가 들어왔지만, 여전히 절반 이상은 공실이다.
청량리역은 현재 지하철 6개 노선이 지나고 향후 수도권광역급행철도 GTX-B, GTX-C 노선까지 지날 서울 동북권 교통허브로 불린다. 유동인구가 크게 늘어나 역세권 일대 상가가 활기를 띨 것이라는 기대가 컸으나 예상과 달리 좀처럼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400~700만원 임대료 “뭐 팔아야 월세 내나”
청량리역 일대 공실이 많은 이유로는 높은 임대료가 꼽힌다. 상가 임대료는 1층 기준 3.3㎡(1평)당 20~30만원, 2층은 15~20만원이다. 상가 중개사이트에 따르면 청량리역 역세권 아파트 1층 상가 전용 60㎡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 임대료 400만원~750만원 선이다. 역과 가까운 호실은 더 비싸다. 월세는 비슷하지만, 보증금이 1억원으로 2배 이상 높다.
인근 오피스텔 1층 상가 전용 27㎡ 임대료는 보증금 3000만원, 월세 260만원이다. 보증금과 월세는 낮지만, 면적도 그만큼 작다. 평당 임대료로 따지면 큰 차이가 없다.
전농동 H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상가를 찾는 사람 대다수는 아파트 입주민”이라며 “최근 경기가 좋지 못하고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서울 역세권 상가도 인기가 시들해졌다”고 했다.
■ 청량리 상권 특성상 수요 제한적…주상복합 상가 비율 낮춰야
전문가들은 청량리역 상권 구조적 특성상 주상복합 입주민을 제외하면 수요층이 제한적이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청량리역 인근 주상복합 상가의 경우, 역 출구와 가까이 있지만 유동인구는 적다. 기존 청량리 중심 상권인 농수산물시장과 약령시장 등은 모두 청량리역 북단에 위치하고 있다.
반면, 주상복합 상가는 모두 남단에 위치해 입주민을 제외하면 유동인구가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파트 뒤로는 통행을 가로 막는 지상철까지 자리 잡고 있어 오가는 사람이 사람이 제한적이다.
역세권을 앞세워 비싼 가격에 분양한 상가지만, 실제로는 역세권 기능을 하지 못하는 단지 내 상가로 전락했다. 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는 “인근 제기6구역, 청량리6구역, 청량리8구역 등 정비사업이 마무리될 시점에야 주상복합 상가가 활성화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서울시는 최근 강북 등에서 상가 공실이 늘자 올해 9월부터 이 같은 주상복합 내 공동주택과 상가의 비율 조정을 위해 관련 규정 수정을 내부 검토 중이다. 수요자들의 특성, 주변 상권 등을 분석한 뒤 주상복합의 시설 비율을 조절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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