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10.28 15:42
[땅집고] “솔직히 LH 이미지를 누가 좋아할까요. 저도 좋게 생각 안 하고 있어서 아파트 이름 바꾸는 데 찬성했죠.” (인천 중구 LH아파트 입주민 김모씨)
인천 중구의 한 공공분양 아파트. 올해 초에 입주를 시작한 600가구 규모의 단지다. 당초 LH 브랜드 ‘안단테’가 적용될 단지였는데, 주변을 둘러봐도 안단테라는 명칭은 보이지 않는다. 입주 전 입주민 투표를 통해 안단테를 사용하지 않고, 시공사인 건설사 브랜드를 내걸기로 확정했다.
입주민 박모(34)씨는 “LH라는 브랜드 자체가 저가(低價)라는 이미지가 깔려 있다”며 “LH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서 브랜드 변경 투표 찬성 비율이 90%가 동의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공공분양 브랜드를 피하는 건 하루 이틀 문제는 아니다. 입주민들은 집값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해 민간 건설사 브랜드를 선호하는 편이다. 다른 지역 아파트에서 LH가 들어간 이름을 바꾼 뒤 가치를 재평가받아 아파트값을 회복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인천 서구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에다 철근 누락 단지 적발 등으로 LH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더 강해졌다.
LH는 당초 안단테 이름 변경은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다, 입주민 반발이 커지자 지난해 4월부터 시공사 브랜드나 별도 작명한 개별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지침을 개정하자 ‘안단테’는 실종했다.
안단테 이름으로 입주자 모집공고를 낸 곳은 총 20곳이다. 검단 아파트 붕괴로 공사가 멈춘 3개 단지를 제외하면 17개 단지 중 16곳에서 단지명을 바꿨다. 한 곳만 안단테 이름을 유지 중이다.
가구수로 따지면 총 1만7000가구 중 단 400가구만 안단테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공공주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 및 사회적 차별 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명칭이지만 입주민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LH 관계자는 “단지별 브랜드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자율성을 보장한 건 입주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며 “양질의 공공분양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아파트를 짓는데 수천억원의 공공자금을 투입하고, 브랜드 개발에 수십억원을 들였지만 살고 싶은 아파트가 아니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점이다.
LH는 2020년 브랜드 파워를 높이기 위해 4억원이 넘는 용역비를 들여 '안단테'라는 이름을 만들어 냈다.
안단테는 LH가 ‘주공’, ‘뜨란채’, ‘휴먼시아’, ‘천년나무’에 이어 혈세를 들여 출시한 브랜드다.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앞세워 "가장 편안해야 할 곳은 집입니다”며 대대적인 브랜드 홍보를 해왔다. 홍보비를 포함해 90억원이 넘는 비용을 투입했지만 입주자들 외면에 4년도 안 돼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공공아파트 품질 개선 작업이 더 우선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혈세가 투입된 점은 아깝지만 공공분양 아파트에 대한 차별적인 인식, 낙인 등을 개선하기 위해선 ‘노브랜드’로 가는 것도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다”고 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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