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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짜리 건물인데…" 강남차병원 옥상에 쌓여있는 항아리의 정체

    입력 : 2024.10.23 09:48 | 수정 : 2024.10.23 09:58

    [땅집고] 서울 강남구 논현동 강남차병원 건물 옥상에 간장 항아리가 쌓여있는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땅집고] “강남 한복판 수천억짜리 병원 옥상에 웬 항아리가 수북이 쌓여있을까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차병원’ 옥상에 웬 옹기 항아리가 줄줄이 쌓여 있는 장면을 촬영한 사진이 화제를 몰고 있다. 강남권 한복판이라는 입지상 수천억원을 호가하는 건물인데도 옥상 미관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듯한 모습이 생소해서다.

    알고 보니 이 항아리에는 강남차병원의 정신이 담겨 있다고 한다. 바로 간장이다. 산부인과 특화 병원인 차병원재단이 입원 산모들을 위해 제공하는 미역국 등 식단에 직접 항아리에 담근 간장을 활용했다.

    실제로 강남차병원 관계자는 건물 옥상에 1000여개 간장 항아리가 즐비하게 놓여있는 이유를 묻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경기도 양평농장에서 간장을 직접 담가 10년을 숙성하고, 항아리를 역삼동 병원 옥상으로 옮겨 조리한다. 직원들이 봄과 가을 연 2회에 걸쳐 간장을 담근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재 항아리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병원 한 관계자는 “작고하신 차경섭 창업 회장의 부인인 장보섭 여사가 생전에 산후 조리용 미역국을 맛있게 끓이기 위해 직접 간장을 담겼다”면서 “현재는 사용하지 않고 있지만. 차병원의 창업 정신이 담겨 있어 항아리는 보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땅집고] 1984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개원한 당시 강남차병원 건물 모습. /차병원 블로그

    강남차병원은 1984년 12월 200병상 규모 종합병원으로 출범했다. 1960년 서울 중구 초동에 개원한 차산부인과를 모태로, 현재의 강남구 역삼동 자리에 새 건물을 세운 것. 강남차병원이 처음으로 문을 연 1980년대 시점에 강남 일대는 초고층 건물이 밀집한 지금 모습과 달리 허허벌판에 가까웠다.

    이와 관련해 차병원그룹의 창립자인 차광렬 차병원바이오그룹 글로벌종합연구소장은 “강남이지만 도로 포장도 안 된 곳이어서인지, 처음 강남차병원을 오픈했을 때 많은 사람이 금방 병원 문을 닫을 거라고 얘기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남차병원은 산부인과를 토대로 내과, 비뇨의학과, 외과 등 진료과목을 제대로 갖추고 인근 부지를 매입해 건물을 추가로 지으며 몸집을 불려나갔다. 현재 강남차병원은 대지 총 6627.2㎡(2008평)에 3개 건물로 구성한다. 각 건물마다 규모는 ▲A동 지하 2층~지상 4층 ▲B동 지하 1층~지상 5층 ▲C동 지하 1층~지상 2층이다.

    [땅집고] 강남차병원 근처에 지하철 9호선 언주역이 개통한다고 홍보하는 게시글. /차병원 블로그

    여기에 서울 강남권역을 관통해 부동산 시장에서 ‘황금 노선’으로 통하는 지하철 9호선 신설역이 강남차병원 건물 코 앞에 개통한 것이 초특급 호재로 작용했다.

    9호선은 2009년까지만 해도 1단계로 김포공항~신논현역 구간만 개통했다. 이후 2015년 3월부터 2단계로 신논현역부터 언주역을 거쳐 종합운동장역까지 총 5개역이 추가로 운행하기 시작했다. 이 중 언주역 6번 출구가 강남차병원으로부터 걸어서 단 10초 거리에, 5번 출구도 1분 정도 걸리는 위치에 들어서면서 병원이 초역세권 입지를 갖추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병원 건물 땅값도 천정부지로 뛰었다. 한국부동산원 개별공시지가에 따르면 강남차병원 부지는 204년까지만 해도 3.3㎡(1평)당 2220만원이었다. 9호선 언주역이 개통하기 직전년도인 2014년에는 3903만원으로 부지 가격이 상승했다. 이로부터 10년이 지난 올해에는 7454만원으로 2배 정도 올라 있는 상태다.

    부동산 업계에선 강남차병원 건물이 개발 및 용도가 다소 제한돼있는 의료시설이긴 하지만 실질적인 건물가격은 3.3㎡당 3억~3억5000만원 정도로, 총 6000억원 이상에 달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언주역 2번 출구에 있는 논현동 A건물이 지난해 3월 450억원에 거래되면서 3.3㎡당 2억원을 찍었고, 인근 B건물 역시 매매가 465억원으로 3.3㎡당 2억7000만원을 돌파한 점을 고려한 것이다.

    최용식 빌딩로드부동산중개법인 팀장은 “현재 논현동 일대에서 강남차병원 주변에 있는 건물들은 차병원의 네임밸류로 인해 가치를 더 높게 평가 받고 있다”면서 “따라서 지역 랜드마크 건물로 우뚝 선 강남차병원 건물이라면 주변 시세에서 프리미엄을 더해, 3.3㎡당 3억원 이상 가치가 있다고 봐도 충분할 것”이라고 했다. /이지은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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