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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특성도 모르면서…아이와 노인은 똑같다? 그러니 실패하죠"

    입력 : 2024.10.21 16:30 | 수정 : 2024.10.21 18:53

    [시니어 비즈니스 성공 지름길] 박영란 강남대 교수 “시니어 특성 분석한 데이터부터 뜯어봐야”

    [땅집고] 박영란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땅집고 인터뷰에서 "시니어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려면 시니어 특성을 알 수 있는 데이터부터 철저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했다. /김서경 기자

    [땅집고] “사람은 누구나 나이 들면 아이처럼 변하죠. 밥을 꼭꼭 씹기 어렵고, 금방 들은 내용도 잊어버려요. 하지만, 아이와 노인의 특성은 완전히 다릅니다. 영유아 산업 데이터와 경험을 시니어 산업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최근 영유아 시장 성공 경험을 토대로 시니어 산업에 도전하는 국내 기업이 많다. 요실금 전용 기저귀를 출시한 유한킴벌리, 국내 1호 고령자용 영양식을 선보인 일동후디스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각각 주력 상품이던 기저귀와 분유의 대상을 고령자로 확대하면서 시니어 산업 대표 주자로 우뚝 섰다.

    그렇다면, 영유아 제품에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로 시니어 전용 상품을 만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까. 전문가의 대답은 ‘아니오(NO)’다.

    국내 1호 실버산업학 전문가인 박영란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시니어 비즈니스는 노년학을 바탕으로 하되 경영학과 소비자학을 접목한 분야”라며 “기업이 시니어 특성을 분석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상품과 서비스를 기획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를 땄다. 2006년부터 국내 최초로 실버산업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로 만들어진 강남대 실버산업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22년 말부터 8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박 교수는 땅집고10월 22일 개강하는 ‘시니어 비즈니스 진출 및 성공전략’ 과정에서 고령 친화 정책과 주요 사업에 대해 강의한다.


    ―현재 시니어 비즈니스 시장 상황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한국 시니어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세 번째 변곡점을 맞았다. 과거 1,2차 변곡점 당시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최근 KB국민은행·교보생명 등 금융권에서 시니어 사업에 관심을 가지면서 시장이 커지는 추세다. 시니어 사업에 기술을 접목해 성장하는 스타트업도 많다. 지금은 고령인구 증가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만큼, 시니어 대상 서비스와 상품이 늘어나면서 시장이 커지지 않을까 한다.”

    ―이제서야 시니어 시장이 커지는 분위기다.

    “국내 기업들은 20년 전부터 시니어 산업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시니어 시장 분석을 위한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없었다.

    소비자와 사업에 대한 데이터가 있어야 이를 토대로 상품 개발을 할 수 있는데, 대기업을 제외한 많은 기업은 시니어 산업이라는 신사업에 투입할 수 있는 인원과 자금이 제한적이었다. 소비자 검증 절차도 마찬가지다. 시니어 상품이라면 고령자에게 인정받아야 하는데, 그런 단계를 거치지 못한 채 출시된 사례가 많았다. 투자금만 날린 셈이다.”

    ―시니어 시장에 대한 정부 지원도 미흡하지 않았나.

    “정부가 2006년 고령친화산업진흥법 제정 이후 정책적 뒷받침이 미흡했다. 예를 들면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기가 정말 어려운데, 등급 판정을 받아야만 복지 용구를 정가의 10%에 살 수 있도록 했다. 제품이 많이 팔려야 시장이 성장하는데, 제품 자체가 많이 팔리기 힘든 구조다. 정부도 이제서야 이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다.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

    ―최근 기업에서 시니어 산업 인재를 찾고 있다.

    “기업들이 실버산업학과 졸업생처럼 관련 학문을 공부한 인재를 채용하려는 추세다. 소비자학 전공자 중에서도 고령 소비자를 공부한 인재를 뽑아서 신사업 개발팀에 배치하는 식이다.

    최근 기업 수장들은 실무진에게 고령자 상품을 개발하라는 미션을 자주 준다. 그런데 10~20년 소비자 연구를 했더라도 노년학을 모른다면 고령자 맞춤형 상품을 개발하기 어렵다. 젊은 사람 눈에는 지팡이·휠체어 등 복지용구가 다 똑같아 보이지만, 연령이나 상황에 따라 적합한 용품이 다르다.”

    ―기업 입장에서는 시니어 데이터가 중요한데.

    “현재 고령친화산업 정책과 예산 결정권은 보건복지부, 중소벤처기업부, 국토교통부 등에 흩어져 있다. 예산이 아무리 많아도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 지 한 눈에 알아보기 어렵다. 다만, 정부가 반드시 하나로 취합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기업이나 실무자가 중심을 잡고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해야 한다. 관련 강의나 행사, 세미나가 늘고 있고 온라인으로 얻는 정보도 많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산하 고령친화산업지원센터는 매년 바이오헬스산업, 고령화친화산업 제조·서비스업 관련 자료를 내고 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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