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유아 기저귀 성공하면 실버용도 잘 팔린다? "시니어 맞춤형 상품 개발 필수"

    입력 : 2024.10.21 16:30 | 수정 : 2024.10.21 16:34

    [땅집고]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 아이처럼 변하죠. 밥을 꼭꼭 씹기 어렵고, 금방 들은 내용도 잊어버려요. 하지만, 아이와 노인의 특성은 완전히 다릅니다. 영유아 산업 데이터와 경험을 시니어 산업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새로운 정보를 접목해야 합니다.”

    [땅집고] 박영란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 /김서경 기자

    영유아 시장 성공 경험을 토대로 시니어 산업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있다. 요실금 전용 기저귀를 출시한 유한킴벌리와 국내 1호 고령자용 영양식을 선보인 일동후디스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각각 주력 상품이던 기저귀와 분유의 대상을 고령자로 확대하면서 시니어산업 대표 주자로 우뚝 섰다.

    그렇다면 영유아 제품을 시니어 전용 상품으로 선보인다면 시니어비즈니스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전문가의 대답은 ‘NO’다.

    국내 1호 실버산업학 전문가인 박영란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시니어 비즈니스는 노년학을 바탕으로 하되, 경영학과 소비자학을 접목한 분야”라며 “기업들이 시니어 특성을 분석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상품과 서비스를 기획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사회사업학 석사 학위를,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워싱턴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를 땄다. 2006년부터 국내 최초로 실버산업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로 만들어진 강남대 실버산업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22년 말부터 8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박 교수는 땅집고10월 22일 개강하는 ‘시니어 비즈니스 개발 및 운영 전략’에서 고령 친화 정책과 주요 사업에 대해 강의한다.


    다음은 박 교수와의 일문일답.

    -시니어 비즈니스 어떤 상황인가.

    “초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한국 시니어산업이 발전할 세 번째 변곡점을 맞았다. 1·2번째 변곡점 당시 시장이 급성장한다는 전망이 나왔으나, 기대에 미치지는 않았다.

    최근에는 KB·교보 등 금융 기업이 시니어 사업에 관심을 가지면서 시장이 커지는 추세다. 시니어 사업에 기술을 접목해 성장하는 스타트업도 많다. 지금은 고령인구 증가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만큼, 시니어 대상 서비스와 상품이 늘어나면서 시장이 커지지 않을까 한다.”

    - 1, 2변곡점은 언제였나. 지금과 차이점은?

    “1차 변곡점은 고령친화산업법과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제정되면서 용품 시장이 생겨났던 2006년~2007년이다. 2차는 다보스포럼에서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해’라는 주제를 다뤘던 2016년이라고 본다. 한 카이스트 교수가 ‘고령화 사회에서의 바이오 테크놀러지’ 세션을 맡았다.

    그런데 당시에는 사람들이 고령화를 피부로 느끼지는 못했다. 유한킴벌리가 ‘액티브 시니어’ 단어를 사용했지만, 크게 화제가 되지 않았다. 지금은 ‘액티브 시니어’ ‘시니어타운’같은 신조어가 완전히 대중화됐다.”

    - 유아 시장 경험있는 기업들의 시니어 사업 진출하고 있다. 그런데 유아 시장과 완전히 다르다던데.

    “실버산업학은 노년학과 소비자학, 경영학이 융합된 학문이다. 반면 유아는 아동학이나 아동심리학 등을 바탕으로 한다. 학문의 뿌리가 완전히 다르다. 의학도 마찬가지다. 최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의 정희원 교수는 노인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한다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소아과와 노년내과의 역할이 다르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고령자를 하나의 시장으로 본다는 시각이 생겨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1950년대에 노인병 등 노인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됐고, 1960~1970년대에는 노년사회학까지 발전하면서 연금이나 돌봄 시설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다. 한국도 빠르게 쫓아가고 있다.”

    - 연구와 시장 모두 성장하려는 분위기가 이제서야 감지되고 있다.

    “기업들은 20년 전부터 시니어 산업에 관심을 가졌다. 다만, 컨설팅 조차 어려운 기업이 많았다. 기업 입장에서 시장 분석을 위한 시간·금전적 여유가 없었던 셈이다.

    소비자와 사업에 대한 데이터가 있어야 이를 토대로 상품 개발을 할 수 있는데, 대기업을 제외한 많은 기업은 시니어 산업이라는 신사업에 투입할 수 있는 인원과 자금 등이 한정적이다. 소비자 검증 절차도 마찬가지다. 시니어 상품이라면 고령자에게 인정받아야 하는데, 그런 단계를 거치지 못한 채 출시된 사례가 많다. 투자금만 날리는 셈이다.”

    - 정책 영향은 없었을까.

    “2006년 고령친화산업진흥법 제정 이후 정책적 뒷받침이 미흡했다. 예를 들면 등급 판정을 받기가 정말 어려운데,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아야만 복지 용구를 10% 가격에 살 수 있도록 했다. 제품이 많이 팔려야 시장이 성장하는데 제품 자체가 적게 팔리는 구조다. 최근에는 정부도 이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다. 앞으로는 달라진다고 본다.”

    - 최근 기업들이 시니어 산업 인재를 찾는다고 들었다.

    “그렇다. 최근에는 기업들이 실버산업학과 졸업생처럼 관련학문을 공부한 인재를 채용하려는 추세다. 소비자학 전공자 중에서도 고령자 소비자를 공부한 사람을 뽑아서 신사업 개발팀에 배치하는 식이다.

    최근 기업의 수장들은 실무진에게 고령자 상품을 개발하라는 미션을 자주 준다. 그런데 10~20년 소비자 연구를 했더라도 노년학을 모른다면 고령자 맞춤형 상품을 개발하기 어렵다. 젊은 사람 눈에는 지팡이·휠체어 등 복지용구가 같아 보이지만, 연령이나 상황에 따라 적합한 용품이 다르다.”

    - 기업들이 어떻게 시니어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나.

    “현재 고령친화산업 정책·예산 등 정보는 보건복지부, 중소벤처기업부, 국토교통부 등에 흩어져 있다. 예산이 아무리 많아도 어디서 어떻게 쓰이는 지 한 눈에 보기 어렵다. 다만, 정부가 이걸 반드시 하나로 취합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기업이나 실무자가 중심을 잡고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해야 한다. 관련 강의나 행사, 세미나가 늘고 있고, 온라인으로 얻는 정보도 많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산하의 고령친화산업지원센터는.매년 바이오헬스산업, 고령화친화산업 제조·서비스업 관련 자료를 내고 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일본·미국서도 대폭발! 1500조 시장, 시니어 비즈니스로 대박난 기업의 전략과 노하우를 알고 싶다면? ☞ 땅집고M
    ▶독보적인 실전형 부동산 정보, 국내 1위 부동산 미디어 땅집고 앱에서 쉽게 보기 클릭!
    ▶살림에 필요한건 집살림에 다 있다! 최대 82% 할인 진행 ☞ 집살림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