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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딤돌 대출 규제 한다→안한다→한다"…역대 이런 오락가락은 없었다

    입력 : 2024.10.20 14:41 | 수정 : 2024.10.20 16:23

    [땅집고] (9월9일) 국토부 장관 “(디딤돌 등) 정책 대출은 건드리지 않겠다.”
    (10월14일) 국토부 시중은행에 “오늘부터 디딤돌 대출 한도 축소” 요청
    (10월18일) 국토부, “디딤돌 대출 한도 축소 조치 잠정 유예”
    (10월18일 오후) 국토부, “디딤돌 대출 한도 축소 조치, 철회는 아냐”

    [땅집고]디딤돌 최대한도가 줄어든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최근 시중은행에 디딤돌 대출 취급 제한을 요청했다. 정책대출이 계속 증가세를 보이자 대출 금리 인상에 이어 대출 규모 축소에도 나선 것이다. 사진은 17일 서울의 한 은행 앞에 내걸린 디딤돌 대출 등 정보. /연합뉴스

    최근 금융당국과 국토교통부가 정부의 의도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락가락한 대출 정책을 펴면서 부동산 금융시장이 무정부 상태에 빠졌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초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에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대출을 자제할 것을 압박했다. 그러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4일 가계 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와의 현장 간담회에서 “가계부채 관리 속도가 늦어지더라도 실수요자들에게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라며 “주택 실수요자에게 피해를 주는 대출 정책을 점검하겠다”고 했다. 금감원장이 그간의 대출 규제 기조에서 벗어나는 발언을 하자, 시중은행은 혼란에 휩싸였다. 그러다 다시 얼마 지나지 않아 대출 억제를 당부했고, 이후 은행들은 속속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9월25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또다시 “대출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시중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가계대출을 억제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은행에선 또다시 금융감독원장의 말에 따라 금리 인상 대신 대출 한도 축소, 다주택자 대출 제한 강화, 전세대출 제한 등의 조치가 나왔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특례보금자리론, 디딤돌 대출 등 정책대출을 확대했고, 올해만 35조원 규모 정책대출 예산을 책정했다. 지난 7월에는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스트레스DSR 2단계 적용도 두 달 미룬 9월에 시행한다고 했다. 이런 조치들이 몇 달 만에 정반대 방향으로 바뀐 것이다.

    이 달에는 금감원에 이어 국토교통부가 말 바꾸기에 가담하고 있다.

    [땅집고] 지난 9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지난 14일 국토교통부는 어떠한 사전 예고도 없이 은행을 압박해 연봉 6000만원 이하 가구에 최대 2억5000만원 한도로 받는 서민 대출 상품 디딤돌 대출의 한도를 축소했다. 지난 8월 정책대출 증가폭이 커지자 디딤돌 대출 금리를 한 차례 인상한 데 이은 두 번째 규제 조치였다.

    디딤돌 대출은 부부합산 연봉이 6000만원(신혼가구 8500만원) 이하인 수요자가 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가격이 5억원(신혼가구 6억원) 이하인 아파트에 대해 2억5000만원(신혼·다자녀가구 최대 4억원)까지 저금리로 빌려주는 정책 대출 상품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침은 지난달 초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과는 전면 배치된다.

    9월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정책 대출이 집값 상승 원인이 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 “집을 살 생각이 없는 사람이 정책 대출이 공급됐다고 해서 집을 사서, 그게 원인이 돼서 집값을 끌어올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집값 안정이 정부의 유일한 목표인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거나 청년에게 내 집을 마련하게 해주는 것들이 더 중요한 목표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정책 대출이 가진 목표를 가급적 건드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이야기가 나온지 한 달 만에 정책 대출인 디딤돌 대출 한도 규제가 시행된 셈이다.

    [땅집고] 디딤돌 대출 규제 조치에 대한 정부의 입장 변화.

    일부 수요자들은 정부의 규제가 전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최근 서울 등 수도권 집값 상승이 정책 대출에서 비롯된다는 비판이 많았다. 고가 주택 한 건이 수십 억원에 거래되는 것보다 수많은 서민이 몇 천만원씩 대출 한도를 올려 거래하는 것이 가계대출 총량 증가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금융위원회의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올해 디딤돌·버팀목 대출 증가폭은 매월 3조~4조원에 달했다. 지난달까지 디딤돌·버팀목 대출 잔액은 30조원 규모로 은행권 전체 주택담보대출 증가분 46조5000억원의 64%를 차지했다.

    또 일반 대출에는 스트레스DSR 등 규제가 강화했는데, 서민 대상 정책 대출 상품에만 예외를 두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민이 수억원 빚을 지는 것이 당연시 되는 사회 풍조도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란 지적이다.

    하지만 단기간 안에 자금 마련이 쉽지 않은 서민 대상 대출을 제한할 때는 충분한 예고와 명분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다는 비판이 더 거세다.

    이번 정책 대출 제한 조치는 정부가 시중은행에 전화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 국정감사에서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지난 국정감사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오늘 아침 한 청년이 디딤돌 대출을 거부당했다면서 울먹이면서 전화가 왔다”면서 “공문도 없이 (시중 은행에)전화한 것이 맞지 않냐”고 지적했고 정책 담당자들이 수긍한 것으로 알려진다.

    수요자들이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이다. 대출 한도의 폭을 조정하는 문제는 그 다음 일이다. 디딤돌 대출 자격이 되는 서민은 충동적으로 주택을 구입하지 못한다. 적어도 몇 개월, 1년 이상의 시간을 갖고 자금 계획을 세우는 것이 보통이다. 정책도 즉흥적이어선 안 된다. 규제를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면 더 큰 혼선이 없도록 충분한 안내와 설명, 그리고 적용 시기와 대상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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