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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로 변한 '버닝썬 호텔' 황금 땅…착공도 못하고 PF대출 1조로 폭등

    입력 : 2024.10.21 07:30

    [땅집고]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에 위치한 '르메르디앙호텔'에 철거를 위해 가림막이 세워져 있다. /강태민 기자

    [땅집고]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4번 출구 앞. 마약 유통과 성범죄 의혹이 줄줄이 터졌던 ‘클럽 버닝썬’이 있었던 ‘르메르디앙’ 호텔 부지입니다. 2021년 8월 호텔이 폐업한 뒤 3년 넘게 방치돼 있습니다. 입구에는 건설 자재가 나뒹굴고 대리석 타일도 깨친 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곳은 1995년부터 5성급 리츠칼튼 호텔로 운영되다가 2017년 르메르디앙 호텔로 새로 단장했습니다. 하지만 건물에 입주한 클럽에서 ‘버닝썬 사태’가 벌어지고, 이어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폐업했습니다.

    이 강남 한복판 특급호텔은 복합개발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최근 인허가 절차를 밟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폐허처럼 남았습니다. 강남 한복판 초역세권 부지지만, 3년째 착공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120 '르메르디앙호텔' 부지에 들어설 예정인 글로벌 업무 시설 완공 후 예상 이미지. /웰스어드바이저스

    ■ 현대 컨소시엄이 산 버닝썬 호텔, 글로벌 업무시설로 재탄생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2021년 1월 7700억원을 들여 호텔과 부지를 매입했습니다. 기존 호텔을 철거한 뒤 총 1만365㎡에 부지에 걸쳐 업무시설, 주거시설 등을 갖춘 복합시설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용적률 749%를 적용한 총 2개 동, 최고 31층 규모입니다.

    컨소시엄 대주주인 웰스어드바이저스는 이 건물을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강남 국제업무 복합거점’으로 소개했습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거주하는 이모씨는 “르메르디앙이라고 하면 호텔이 아닌 빅뱅 전 멤버 승리와 버닝썬 사건만 기억난다”면서도 “커피 한 잔을 4만원에 팔던 최고급 호텔 ‘리츠칼튼’이 있을 당시에는 부유한 사람들이 많이 왔던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 PF대출금, 7700억원→9500억원…빚 늘고 착공 지연

    시행사는 2023년 사전협상을 마치고 올해 말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었는데요. 2024년 10월 기준, 사업 지연으로 빚이 커지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부지 매입을 위해 7700억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았습니다. 2023년 말, 8800억원 수준이던 브릿지론 규모는 만기가 돌아온 올해 9월 기준 9500억원으로 늘었습니다. 이번 리파이낸싱을 거친 브릿지론 만기일은 2025년 6월 27일입니다.

    브릿지론이 계속 연장되면서 착공 시점도 밀리고 있습니다. 당초 착공 시점은 올해 말이었으나, 브릿지론이 증액되면서 내년 상반기로 연기됐는데요. 다시 내년 9월로 미뤄졌습니다. 현대건설 측은 ‘건축심의 등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돼야 착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근 주민들은 냄새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주민 박모씨는 “이곳은 워낙 가파른 지형이라 성형외과 관광객을 제외하면 오가는 이가 거의 없는 동네”라며 “호텔을 지날 때면 반지하에서 날 법한 곰팡이 냄새가 심하게 난다”고 했습니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에 위치한 '르메르디앙호텔' 공사 현장 내부에 카시트 등 생활용품과 건설자재가 뒤섞인 채 방치돼 있다. /강태민 기자

    ■ 유행하던 호텔 개발, 경기 침체에 휘청

    현대건설은 서울에서 호텔 개발 사업만 3개를 추진 중입니다. 르메르디앙 외에도 용산구 크라운호텔 부지에 150가구 규모 하이엔드 주택을 짓는 개발 사업과 중구 밀레니엄 힐튼호텔을 없애고 용적률 1000%를 적용해 초고층 업무·관광시설을 만드는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가장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시범 사업 격인 르메르디앙 호텔 개발 사업은 첫 삽을 뜨지 못한 채, 브릿지론 규모가 계속 늘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에서는 이처럼 수천억원이 투입된 호텔 개발 사업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하나 둘 나오고 있습니다. 서초구 반포동 고급 호텔인 ‘쉐라톤 팔레스’ 부지에 들어서려던 초고가 주택 ‘더팰리스73’이 대표적입니다.

    시행사인 더랜드그룹이 4000억원 브릿지론을 총 4번 연장하면서 사업을 이어가려 했으나, 낮은 분양률로 인해 본PF 전환에 실패했습니다. 삼성물산이 시공권을 포기해 새 회사를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부동산 호황기 시절, 낡은 호텔을 비싼 가격에 매입해 초고가 주택이나 복합시설로 탈바꿈시키려던 움직임이 활발했는데요. 유행처럼 번졌던 호텔 개발 사업이 줄줄이 암초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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