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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외곽 요양원에 어르신 몰린 이유 "1인 1실, 함께놀고 잠은 따로"

    입력 : 2024.10.15 10:33 | 수정 : 2024.10.17 17:58

    [땅집고] 종근당산업이 서울 강동구 강일동에 선보인 프리미엄 요양원 '벨포레스트' 로비에서 어르신과 가족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강태민 기자

    [땅집고] “좋은 요양원에서는 누워지내던 어르신도 앉아서 식사를 하십니다. 어르신이 방과 거실, 재활공간을 각각 집과 카페, 병원처럼 오가는데, 이 과정에서 대화량·활동량이 늘거든요. 즉, 요양원을 하나의 도시처럼 지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서울 강동구 강일역 바로 앞 주황색 5층짜리 건물에 들어서면 머리가 하얗게 샌 어르신과 담소를 나누는 5060세대를 쉽게 볼 수 있다. 바로 요양원에서 지내는 어르신과 가족들이다.

    종근당산업이 2021년 8월 선보인 프리미엄요양원 ‘벨포레스트’는 접근성이 우수한 서울 도심에 위치한 점과 밀착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보호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곳이다. 총 84호실은 모두 화장실을 갖춘 1인1실이다.

    [땅집고] 황문영 벨포레스트 사무국장은 "요양원을 하나의 도시처럼 지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김서경 기자

    황문영 벨포레스트 사무국장은 좋은 노인요양시설 조건으로 ‘집과 친구가 있는 곳이자, 하나의 도시’라고 정의했다. 성공하는 요양원이라면 요양원 건물 안에 도시의 역할을 모두 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황 국장은 “보통 사람이 집과 바깥을 오가면서 사회생활을 하듯, 어르신은 방과 거실을 오가면서 사회생활을 이어간다”며 “병원 대신 재활치료실에서 재활 운동을 하고, 카페 대신 공용 공간에서 친구와 담소를 나눈다”고 설명했다. 도시처럼 여러 공간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면서 하나의 요양원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요양업계 20년 경력을 가진 황 국장은 노아 너싱홈 원장을 거쳐 KB골든라이프케어 ‘위례빌리지’ ‘서초빌리지’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2021년 벨포레스트로 자리를 옮겼다.

    황 국장은 땅집고가 10월22일 개강하는 ‘시니어 비즈니스 진출 및 성공 전략 과정’(▶수강신청 바로가기)에서 ‘시니어 주거와 케어 서비스 현장 투어’를 진행한다.

    다음은 황 국장과의 일문일답.

    -좋은 요양원을 ‘도시같은 곳’이라고 했다. 이유는?

    “도시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지역의 경제·문화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사람들은 도시에서 여러 상호작용을 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는다.

    더 이상 기존 집에서 지내기 어려운 어르신이 머무는 요양원도 도시가 돼야 한다.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이 모두 있고, 사회성 및 신체·인지 기능 유지를 위한 활동이 일어나게 구성하는 것이다.

    벨포레스트 각 공간은 도시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 재활치료실이나 프로그램실, 대강당은 사회 활동을 하는 곳이다. 어르신은 옆 집에 마실가듯, 옆 방에 친구를 만나러 가신다. 기능 저하를 막기 위한 활동 공간이 필수다.”

    [땅집고] 종근당산업이 서울 강동구 강일동에 선보인 프리미엄 요양원 '벨포레스트'. /강태민 기자

    -그렇다면 다양한 활동 공간 확보가 제일 중요한가.

    “가장 중요한 것은 서비스 마인드다. 전 직원들이 ‘보호자와 함께 어르신을 모신다’고 생각해야 한다. 달콤한 말로 입소자를 더 받는 것은 성공이 아니다.

    설계가 중요한 이유도 서비스와 연관이 깊다. 요양 서비스는 무형이지만, 유형 공간에서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서비스는 변경이 쉽지만, 공간을 바꾸는 일은 매우 어렵다. 초기 인프라를 구성할 때 동선과 안전 관련 장치를 매우 신경써야 한다.”

    -서비스 마인드는 친절함을 의미하나.

    “그건 아니다. 어르신이 시설 내에서 안전하게 사회활동을 할 수 있게 지원하고, 아픈 어르신이 상실감과 두려움을 덜 느끼도록 하는 마인드다. 요양원은 안전 등의 이유로 출입 과정부터 자유롭지 않다.

    요양원 입소는 이사의 일종이지만, 가족과 떨어져 수십년 지냈던 삶의 터전을 옮긴다는 점에서 어르신에게 상당한 스트레스가 된다. 이로 인해 없던 증세를 보이는 어르신도 있다.

    한 어르신은 자택에서 자녀들이 붙인 노란색 테이프를 보고 화장실을 구분했었다고 한다. 저희도 똑같이 변기에 노란색 테이프를 붙여드렸다. 이후로 소변 실수를 하지 않으셨다.”

    [땅집고] 종근당산업이 서울 강동구 강일동에 선보인 프리미엄 요양원 '벨포레스트'는 총 84호실이 모두 1인1실로 구성돼 있다. 화장실을 갖춘 방 내부에는 침대와 가구 등이 배치돼 있다. /강태민 기자

    - 초고령화 시대, 요양업이 뜬다고 한다. 현황은?

    “아직도 ‘요양원 적응 못하면 쫓겨날까요’라며 걱정하는 분이 있다. 혹은 부모님을 요양원에 모셔서 죄책감을 느낀다는 자녀도 있다. 그래도 최근에는 ‘프로그램이 좋다고 들었다’고 말하는 분이 늘었다.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

    지금 서울은 도심 요양원 수요가 많지만, 공급이 없어 수요 충족이 매우 어렵다. 우수한 입지의 프리미엄 요양원이라고 광고하는 것 만으로 성공하는 것 같다.

    많은 기업이 요양사업에 진출하고 있지만, 요양업 호황이라고 말하기는 조심스럽다. 우선 기업이 도심에 대규모 요양시설을 개발하면 양적 공급이 늘 것이다. 여기에 기업형 요양원과 개인 요양원이 공존하면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 나올 수 있다. 서비스 질이 상향 평준화된다고 본다.”

    - 전망은 어떤가.

    “업계에서는 ‘휴머니튜드케어(Humanitudecare)’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원이 증가한다고 보고 있다. 인간(휴먼·HUMAN)과 태도(애티튜드·ATTITUDE) 합성어로, ‘인간존중 치매 돌봄기법’이다. 휴머니튜드의 기본 철학은 마지막까지 어르신을 환자가 아닌 ‘사람’으로 보고 존중하는 것이다.

    어르신이 방과 거실, 재활실 오가면서 몸 전체 근육을 한 번이라도 더 쓰게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감정과 감각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 일본이나 미국 등에서는 대중화된 개념이다. 치매 어르신을 눕혀 놓고 수발만 드는 분위기에서는 인지·신체 능력 저하를 막기가 쉽지 않다. 회복은 더욱 어렵다.”

    - 요양업 진출 전 주의할 것은?

    “요양원은 공간을 잘못 설계해서 인력을 더 써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 손실이 배로 커진다. 특히 장기요양수급 시장은 매출이 정해져 있어서 손실을 어떻게 줄이느냐에 따라 손익구조가 완전히 달라진다.

    경제력을 갖춘 고령 인구가 증가한다는 점만 보고 요양업에 뛰어들면 쓴 맛을 볼 가능성이 높다. 시작과 동시에 큰 돈을 버는 사업이 아니다.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을 지 고민해봐야 한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땅집고는 시니어 비즈니스 진출을 고민하는 기업과 개인을 위해 ‘시니어 비즈니스 진출 및 성공 전략’ 과정을 오는 10월 22일 개강한다. 땅집고M 홈페이지(zipgobiz.com ▶바로가기)에서 신청하면 된다. (02)6949-6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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