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10.15 07:30
[땅집고] “계약 의사 없는 ‘묻지마 청약’으로 실수요자의 당첨 기회가 상실되어 선의의 피해자와 업무 가중 및 혼란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자금 사정 등으로 계약이 불가하거나 청약 연습 등을 목적으로 하는 청약 신청은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달 14일 네 번째 무순위 청약을 앞두고 입주자모집공고를 낸 서울 양천구 신정동 ‘어반클라쎄목동’ 아파트. 그런데 공고 첫 장부터 노란 바탕에 빨간 글씨로 적힌 경고 문구가 등장해 눈에 띈다. 분양 계약 의사가 없는데도 이 단지 무순위 청약에 접수했다가 당첨을 포기하는 수요자가 많아 업무에 지장을 겪고 있다며, 분양대금 등을 납부할 능력이 없거나 단순히 청약 접수 연습할 목적으로 접수하는 사람이라면 신청을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는 내용의 경고글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단지가 불과 2개월여 전인 올해 8월 진행했던 3차 무순위 청약에선 입주자모집공고에 이 같은 문구를 적지 않았다는 것. 분양업계 관계자들은 아파트 사업 주체가 이달 갑자기 수요자들의 ‘묻지마 청약’을 기피하는 공지를 내걸게 된 이유로, 최근 서울 등 핵심 지역에서 집값이 오르자 시세 차익을 노린 청약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어반클라쎄목동’은 지하 1층~지상 7층, 1개동, 총 45가구로 소규모 아파트다. 지난해 12월 최초로 분양했지만, 당시 부동산 경기가 하락세인 데다 대단지에 비해 상품성과 브랜드가 떨어지는 만큼 미분양이 50% 이상 발생했다. 이후 올해 6월 27가구를 모집하는 1차 무순위 청약을 시작으로 이달 네 번째로 미분양 13가구를 털기 위한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올해 하반기 들어 서울 집값 상승세가 뚜렷해지자 ‘어반클라쎄목동’ 미분양 물량도 점차 소진 중이다. 단지 규모가 작긴 하지만 목동 학원가 통학이 편리하고, 분양가가 59㎡ 기준 8억6900만~10억2723만원으로 인근 신축 아파트 시세보다 2억원 정도 저렴하다는 사실에 수요자들이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근 ‘호반써밋목동’이 11억5000만원, ‘래미안목동아델리체’가 12억3500만원 등에 팔린 것과 비교한 금액이다.
사업 주체 입장에선 부동산 경기가 개선되면서 ‘어반클라쎄목동’ 무순위 청약에 수요자가 몰리는 현상이 반가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만큼 허수도 많은 점이 문제다. 별다른 고민 없이 최소 2억원 이상 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말에 일단 청약 접수했지만, 막상 당첨된 이후 자금 부족 등으로 청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 이에 이달 4차 무순위 청약 공고에 ‘묻지마 청약’을 자제해달라는 문구가 기재된 것으로 분석된다.
새 아파트 입주자모집공고에서 이 같은 경고문이 등장한 것은 2022년 이후 2년여 만이다. 당시 저금리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 부작용으로 집값이 폭등 수준으로 오르자, 시세 차익을 노리고 새 아파트 무순위 청약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청약했다가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다.
예를 들어 2022년 5월 경기 화성시 봉담읍 ‘봉담파라곤’은 ‘계약 의사가 없는 고객 및 미자격자 청약 자제’란 문구를 내걸었고,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동 ‘의정부역 월드메르디앙 스마트시티’가 ‘청약을 그냥 넣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반드시 대표번호로 청약요건 확인 후 청약 진행 바랍니다’라고 적는 등이다.
따라서 최근 ‘어반클라쎄목동’이 과거 상승기 때와 비슷한 ‘묻지마 청약 금지’ 문구를 내걸었다는 것은, 그만큼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고 신축 아파트 분양에 대한 수요자 관심이 커졌다는 의미다. 다만 아직 전국 분양 시장이 회복한 상황은 아니고, 아직 서울 위주로만 온기가 돌고 있는 분위기다.
한편 아파트 개발사업 주체 입장에선 묻지마 청약자들로 인해 무순위 청약을 여러 차례 진행하면서 입는 금전적 피해가 만만치 않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홈페이지에 무순위 청약 등록하는 비용에 더해, 청약 기간 지불해야 하는 서류 작업비나 상담사 인건비 등 비용까지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청약홈 등록 비용은 특별공급·1순위·2순위 청약을 묶어서 부가가치세 포함 440만원이고, 이후 진행하는 무순위 청약은 매번 진행할수록 할인해주는데 3번에 1000만원 정도”라면서 “분양사업비 전체 예산에 무순위 청약 진행을 고려한 비용까지 합산돼있어, 무순위 청약에만 드는 돈이 정확히 얼마인지 추려내기는 어렵지만 ‘묻지마 청약’으로 인해 청약 회차가 지속될수록 사업 주체는 당연히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이지은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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