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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52개인데 학생 42명"…혁신학교 외면에 문닫는 분당 청솔중

입력 : 2024.10.10 07:30

[르포] 폐교 확정 분당 청솔중
한때 학생 1500명→42명 쪼그라들어
교실 학생수보다 많은 52개, 탈의실만 6개
'혁신학교' 지정되면서 학생 감소 가속화
[땅집고] 학생수 부족으로 폐교 수순을 밟게 된 경기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청솔중학교./이승우 기자

[땅집고] 지난 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신분당선이 지나는 미금역에 내려 약 10분을 걸어가자 청솔중학교가 나타났다. 전체 60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가 주위를 둘러싸고 있음에도 학교 안은 고요했다. 넓은 운동장과 5층 높이는 학교 건물에서 학생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전교생이 42명으로 줄어들면서 최근 폐교가 사실상 확정된 학교이다. 청솔중은 인근 분당신도시 청솔마을 단지 입주 시기인 1995년 개교했다. 2000년대 초반 전교생이 1500명이 넘어 건물 증축 공사까지 벌어졌지만 저출산이 본격화하면서 학생수가 급감했다. 2021년 102명, 2022년 82명, 2023년 59명으로 대폭 줄었다.

☞관련기사 : [단독] '전교생 41명' 분당 청솔중폐교…1기 신도시서 첫 사례

학생수가 줄면서 청솔중은 시골 분교처럼 소수의 학생이 넓은 학교 공간을 사용하고 있다. 1~3학년까지 전교생 42명(특수학급 1명 포함)뿐인데, 교원(19명)과 행정직 등을 포함하면 교직원이 26명이다.

학생 42명에 교실은 52개

학교 건물은 연면적 1만5396㎡(약 4600평)의 본관(5층)과 별관(3층), 1048㎡(약 317평)의 체육관 등으로 구성됐다. 교과교실 15개, 동아리실(4개), 탈의실(6개) 등 총 52개 교실이 있다. 학생들은 과목별 이동 수업, 중국어체험센터, 개인용사물함과 휴게공간 등 다양한 학교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학생수 감소로 폐교가 확정됨에 따라 재학생들은 반경 1.5㎞에 있는 다른 중학교 2곳으로 전학을 할 수 있다. 원한다면 졸업시까지 재학할 수 있으며, 현재 1학년이 졸업하는 2027년 2월 폐교 절차가 완료된다. 분당뿐 아니라 1기 신도시에서는 처음으로 학생수 부족으로 폐교되는 첫 학교다.

[땅집고] 경기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청솔중 위치./네이버지도

학교가 위치한 곳이 1기 신도시 중 규모가 가장 큰 분당이라는 점에서 폐교 결정은 이례적이다. 인근에는 총 6500가구 규모의 청솔마을 1~10단지가 있다. 주로 청솔중이 배정되는 5~10단지 규모만 해도 4000가구가 넘는다.

[땅집고] 학생수 부족으로 폐교 수순을 밟게 된 경기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청솔중학교 교실 ./청솔중 홈페이지

■ 경기형 혁신학교 지정되면서 학생 이탈 가속화

청솔중의 교육환경이 특목고, 자율고 진학에 불리하다는 점도 학부모들의 외면을 받는 이유다. 2010년 경기형 혁신학교로 선정돼 학생들의 자율적, 창의적 학습 능력에 초점을 맞춰 학사 과정을 운영 중이다. 학교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청솔중의 외고, 국제고, 자율고 등 진학 성적은 1명으로 분당구 내에서 최하위였다.

입시 위주 교육환경에서 벗어나고자하는 취지지만, 오히려 학부모들에게는 단점으로 작용했다. 인근 청솔초에 자녀가 재학 중인 주민 A씨는 “청솔중에 진학하면 특목고 입시에 유리할 것이 없어 보인다”며 “고학년이 되면 다른 중학교 진학이 쉬운 단지로 이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땅집고] 학생수 부족으로 폐교 수순을 밟게 된 경기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청솔중학교 정문./이승우 기자

인근 중개업소들은 학생수 감소의 또다른 원인으로 청솔마을의 애매한 입지를 꼽는다.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청솔중이 있는 청솔마을 단지는 신분당선과 수인분당선이 지나는 정자역과 미금역 사이에 있다”며 “학부모들은 자녀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학원가 등 교육환경이 좋은 정자역, 미금역 인근 단지로 이사한다”고 말했다.

■ 아이들 찾기 쉽지 않은 주변 단지

인근 단지가 초등학생, 중학생 자녀가 있는 가족이 살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청솔중과 인접한 5단지를 제외하면 대형 혹은 소형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규모가 가장 큰 6단지(1250가구)는 31㎡(이하 전용면적)만 있는 임대아파트이고, 두번째인 9단지(1020가구)는 36㎡, 42㎡만 있다. 신혼부부, 미취학자녀를 키우는 부부들이나 1인가구가 많다”며 “큰 평수가 많은 단지에는 노부부나 대학생 자녀가 있는 중년 부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금곡동 C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1기 신도시 아파트 입주가 30년이 지나면서 주민들도 나이를 들었다. 고령자들이 차지하는 주민 비중이 커졌고, 이제 단지에서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어려워졌다”며 “최근 몇 년간 거론됐던 청솔중 폐교가 현실화된 것은 저출산, 고령화 흐름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승우 땅집고 기자 raul164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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