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10.08 07:30
[땅집고] 공사비가 급등해 분담금이 수억원씩 오르면서 한동안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꺾였었죠. 4000여 가구의 아파트가 6000가구로 재건축할 경우, 단순 계산하면 조합원 한 가구가 내야하는 분담금만 1억원이 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 시점에 오히려 최대 19억원이 넘는 돈을 환급받는 단지가 있다고 하는데요.
‘강남권 대표 재건축’으로 불리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입니다. 땅집고가 입수한 ‘잠실5단지 정비사업 및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보겠습니다. 9월5일 서울시에서 고시한 자료인데요. 여기에 추정 분담금이 나와있습니다. 잠실5단지 조합이 3종 일반주거지역 평(3.3㎡)당 공사비 800만원, 준주거지역은 960만원을 기준으로 예측한 추정분담금입니다. 총 공사비는 4조에서 4조5000억원이 된다는 예상이 나옵니다.
30평대로 구성된 잠실5단지에서 가장 큰 평수인 36평(전용면적 84㎡)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재건축 후 36평에서 가장 작은 16평(39㎡)으로 갈 경우, 환금급은 19억2500만원에 달합니다. 36평에서 31평(74㎡)으로 가도 10억1000만원을 환급받습니다. 동일 평형대인 35평으로 가면 7억3800만원을, 36평으로 가면 6억9400만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45평 이내로 이동하면 환급금을 적어도 2억7600만원은 받게 되는데요. 평수를 대폭 늘려 52평(126㎡)을 가면 그때부터 1억3000만원 가량의 분담금을 내야 합니다. 36평에서 가장 큰 펜트하우스급 103평(245㎡)을 가면 분담금은 51억6200만원으로 훌쩍 뜁니다.
조합에서는 추정분담금 액수는 예측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거라고 보고 있는데요. 공사비가 올라도 분양가가 오르기 때문에 환급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는 겁니다.
한 조합 관계자는 “평당 공사비가 1000만원이면 일반 분양가는 평당 8000만원이 넘을 거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한강변은 평당 1억 5000만원까진 오른다는 건데요. 이 관계자는 “평당 공사비가 1000만원까지 올라가면 총 공사비는 4조5000만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일각에선 재초환(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때문에 실제 조합원이 가져갈 이익은 적지 않냐는 의문도 있는데요. 이 관계자는 “잠실 5단지도 재초환에 해당되지만, 법 개정으로 내야할 액수가 많지는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엄청난 액수의 환급이 가능한 이유는 잠실5단지의 엄청난 사업성 때문입니다. 이 단지는 강남3구인 송파구에서도 핵심 단지로 꼽혀서 위치도 좋지만요. 대지지분, 용적률 등 모든 요소에서 뛰어난 사업성을 보입니다.
☞관련기사: 추정 환급금 3억에 40평 무상배정 가능…'잠실주공 5단지' 재건축 비결
기존 용적률은 낮고, 새로 적용받을 허용 용적률이 크기 때문에 추가로 지을 수 있는 일반분양 물량이 크게 늘어난 겁니다. 이 덕분에 잠실5단지는 1700가구가 넘는 상당한 양의 일반분양 분을 나옵니다. 공사비가 늘어나도 그만큼 일반분양 물량을 팔아서 상쇄하면 된다는 겁니다.
최근 잠실5단지 재건축 사업은 29년 만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요. 거래량이 늘고 가격도 뛰고 있습니다. 34평형 거래가격은 작년 2월 18억7500만원 수준으로 바닥을 찍은 후 올해 8월 28억3300만원까지 10억원 가량이 올랐습니다. 36평도 올 8월 31억7500만원에 거래됐는데요. 2021년 최고가였던 31억3100만원보다 4500만원가량 올라 거래됐습니다.
잠실주공5단지는 최근 서울시가 잠실5단지 재건축사업 정비계획 결정안을 고시하면서 재건축 첫 산을 넘은 겁니다. 조합에서도 이 고시 이후로는 사업이 달려간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조합은 10월 초 소방심의와 11월 건축심의 접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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