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10.06 07:30
[땅집고] 모아타운 사업을 통해 천지개벽을 꿈꾸던 금천구 시흥동 일대 재개발이 주민 갈등으로 브레이크가 걸렸다. 조합 설립 과정에서 추정분담금 근거 제시를 놓고 갈등이 심화했다.
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금천구 시흥5동 일대 모아타운 사업지 일부 구역의 조합 설립이 추정분담금 통지 문제로 인한 주민 갈등으로 무산됐다. 1종일반주거지역과 2종일반주거지역이 혼재한 구역에서 통합해 재정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민들 사이 갈등이 생긴 것이다.
노후주택이 밀집한 시흥5동 일대는 모아타운 재개발이 추진 중이다. 8개 구역으로 나누어 사업이 추진 중이고, 재정비가 완료되면 2500가구 규모의 주거단지가 조성된다.
그러나 최근 438번지 일대 A-8구역은 조합 설립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가로주택정비사업 추진준비위원회가 조합설립인가신청 과정에서 법을 위반한 사실이 알려지며 토지등소유자 전체 89명 중 30여명이 동의철회서를 무더기로 제출했다.
추진위원장 A씨와 조합장선출자 B씨가 지난 12월 조합설립 신청 전까지 토지등소유자들에게 통지해야할 ‘분담금 추산액 및 산출근거’ 자료를 발송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개정된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 제20조 2항에 따르면, 조합 설립을 위해서는 토지등소유자별 분담금 추산액과 그 산출근거를 서면으로 제공해야 한다.
A씨는 당시 문자메시지를 통해 주민들에게 해당 자료를 등기우편으로 발송할 예정이라고 알렸으나, 며칠 후 자료 제공 없이 조합 신청이 금천구청에 접수됐다. 뒤늦게 이 사실을 확인한 한 추진위 관계자를 비롯한 주민들은 금천구청에 개정법령를 준수하지 않은 조합설립인가신청을 반려해달라고 항의했다. 금천구청은 1월 말 결국 조합설립인가신청을 반려했다.
이후 A씨와 B씨 등 1월 조합설립을 주도한 주민들은 금천구청을 상대로 조합설립인가신청 반려처분 취소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지난 7월 서울행정법원은 금천구청의 반려처분이 정당하다는 1심 판결을 내렸다.
시흥5동 A-8구역이 1종일반주거지역(용적률 100~200%)과 2종일반주거지역(용적률150~250%)이 혼재한 것이 갈등의 원인이다. 소유 주택 위치에 따라 사업성이 다르고 분담금 추정액에 차이가 커진다. 2021년 모아타운 대상지로 선정된 후 토지등소유자 동의서 징구 당시에도 사업성이 낮은 1종일반주거지역 주민들과 다른 주민들간 갈등의 소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A씨는 현재 해당 구역에 가족과 지인 등의 명의로 주택 10채가량을 소유 중인데, 모두 1종일반주거지역에 있다. 2종일반주거지역 토지등소유자들에게 분담금 부담을 전가하고 낮은 사업성을 보완하기 위해서 분담금 산출액과 산출근거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시흥5동 일대에서 오랜 기간 유치원을 운영해온 A씨는 8구역뿐 아니라 다른 구역에서도 주민들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시는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인 모아타운 사업이 추진위원회 승인이나 관리처분인가 절차가 생략돼 사업 기간이 민간 재개발보다 최대 6년 정도 줄어든다는 점을 들어 적극 추진해왔다. 그러나 실적은 부진하다.
모아주택 3만호 공급 공약 이행계획서에 따르면, 시는 올해 상반기까지 모아타운을 60개소 지정, 모아주택을 8600가구 공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7월말 기준 관리계획을 승인 고시한 모아타운은 38곳에 불과하다. 투기세력 유입과 지역 주민 의사에 반하는 사업 추진 방지 대책 미비하다는 지적이 실제 사례로도 나타났다. /이승우 땅집고 기자 raul164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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