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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도 3심제인데" 재개발 '원스트라이크 아웃'에 시공비 상승…결국 조합원만 피해

    입력 : 2024.10.04 13:30 | 수정 : 2024.10.04 13:51

    [땅집고]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 /뉴스1

    [땅집고] 지난해 말 조합원을 위해 만들어진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가 오히려 조합원에게 손해를 입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 입찰이 이뤄져야 공사비가 내려가는데,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로 쫓겨나는 시공사가 생기면서 수주전 자체가 위축되는 상황이다. 건설 경기가 좋지 않아 건설사들이 출혈 경쟁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있는 수주전마저 없어질까 노심초사하는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지가 늘고 있다.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는 단 한 번의 개별홍보 행위 적발 만으로도 시공사 입찰 자격을 박탈하는 강력한 규제다. 서울시는 작년 12월 불법 로비나 과도한 홍보 경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공정한 입찰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도로 이 제도를 도입했다. 기존에는 3회 적발 시에 입찰 자격을 박탈했으나, 횟수를 1회로 대폭 줄이면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땅집고]서울시가 작년12월28일 내놓은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 기준'의 10조 2항 내용 일부./서울시

    ■ 남영2구역 HDC현산 ‘완전 퇴출’ 그 후…수주 경쟁지 마다 살얼음판

    4일 재개발ㆍ재건축 업계에 따르면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로 입찰에서 완전히 배제된 시공사가 나타면서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서울 용산구 남영동 업무지구 2구역(이하 남영2구역) 재개발 사업지는 올 7월 경쟁 입찰에 나선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HDC현대산업개발 양측 모두를 입찰 무효 처리했다. 설계지침과 입찰지침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 중 HDC현산은 강한 제재를 받아 입찰 자격 자체를 박탈 당해 재입찰도 불가능해졌다.

    단 한 번의 잘못이나 오해로도 수주 기회가 날아갈 수 있어 시공사들의 긴장도가 높아진 가운데, 이를 활용한 공방전이 펼쳐지는 현장도 생겼다. 서울 용산구 한남4재정비촉진구역(한남4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지에서는 시공사 개별 홍보 여부를 두고 논쟁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사업비만 1조6000억원에 달해 올 하반기 서울 재개발 사업 최대어로 꼽히는 한남4구역 재개발 수주전은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의 이파전을 확실시한 상태다.

    조합 내외부에서 입찰 공고 이후 현대건설이 개별 홍보에 나섰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었다. 현대건설 측은 이에 대해 “조합 지침을 따랐으며 개별 홍보에 나선 적이 없다”라는 입장이다. 조합원이 시공사에게 궁금한 사항을 직접 질의하기 위해 미팅을 요청해서 만난 것으로, 이는 조합 지침을 따랐다는 설명이다.

    앞서 한남4구역 조합이 공문을 통해 조합원 개개인이 시공사에게 궁금한 사항을 직접 질의하는 경우, 이에 대한 답변은 허용한다고 공지했다. 이 논란의 중심에 선 김 모 조합원은 “현대건설 홍보 요원에게 밥을 산 것은 나”라면서 “사업 정보를 들을 곳이 없어서 홍보관 갔다가 중국집에서 밥 한 끼 사주면서 얘기를 들었을 뿐인데 악의적으로 기사가 나서 황당하다”고 했다. 이 조합원은 해당 내용에 대한 사실확인서를 조합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에서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내놓은 것과 더불어 구청에서도 힘 싣기에 나선 현장도 있다. 중구청은 신속통합기획 1호 사업장인 서울 중구 신당10구역 재개발 사업지에 라이브 커머스 방식의 홍보를 진행하기로 했다. 수주 경쟁 과열을 막기 위한 대안적 홍보 방안이다. 홍보 내용은 조합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 볼 수 있다.

    구는 지난달 12일 조합원과 시공사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홍보 방법과 위반 시 단속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 이 사업지는 1400여 가구 규모로, 지난달 23일에 열린 시공자 입찰 현장설명회에 건설사 6곳이 참석해 관심을 보였던 곳이다.


    ■ “재판도 3심제인데”…해도해도 너무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현장에서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에 대해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효과가 훨씬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재가 과도하게 엄격할 경우 편법이 늘어나고, 시공사 간 담합을 통한 수의계약이 횡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주전이 펼쳐지면 시공사 간 경쟁이 과열될 경우, 입찰가가 낮아져 조합원에게 유리하다. 올해 초 열띤 수주전이 펼쳐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지에서는 한 시공사가 3.3㎡당 공사비를 798만원까지 내리며 화제가 됐다.

    재건축ㆍ재개발 전문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재개발ㆍ재건축 사업 아무리 절차를 잘 지키려고 해도 불법 요소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한 번에 아웃시키는 제도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미 90% 이상 사업장이 수의계약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극소수 수주 경쟁까지 막으면 결국 공사비는 높아지고, 그 피해는 조합원들이 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형평성이 어긋나는 제도라는 비판도 나온다. 현행 법적 기준을 따르면 1차 합동설명회 이후 지정 홍보관에서만 홍보가 가능한데, 총회까지 2주 내에 모든 홍보를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법원도 3심제인데, 복잡한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에서 한 번 잘못하면 아웃을 시킨다는 것은 너무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다른 업계에서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에 걸려도 불복 소송을 할 수 있지만, 건설사의 경우 인허가권자인 서울시를 의식해야 해서 적극적 대응이 쉽지 않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조합원들에게 단 2주 만에 복잡한 사업조건과 분담금 조건을 이해하고 모든 시공사 제안서를 비교하고 결정하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결국 브랜드가 알려진 회사에만 절대적 우위를 주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 역시 “합동설명회, 홍보관 등 공식적인 홍보기 회에 모든 조합원들이 직접 참석하는 것을 물리적, 시간적으로 어렵고 사회적 비용 낭비가 높아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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