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10.03 07:30
[땅집고] “아직 노인전용 제품이나 서비스가 성공한 적이 없지만, 정공법으로 노인을 위한 돌봄로봇을 만들었다. 어르신들이 효돌이에게 의지를 많이 한다. 손주를 돌보듯이 책임감을 가져 외로움을 극복하는 분들도 있다. 하루에도 수백번씩 효돌이 손을 잡고 머리를 쓰다듬는다.” (김지희 효돌 대표)
‘효돌이 엄마’ 김지희 대표는 초고령사회에서 최대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노인 외로움 문제 해소를 위해 효돌을 창업했다. 2009년까지 LG정보통신, LG전자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AI개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7살 어린이의 정체성을 가진 인공지능(AI) 노인돌봄 로봇 ‘효돌이’를 제작했다.
노인들은 효돌이와 유대관계를 쌓으며 외로움을 극복하고 있다. 김 대표는 “어르신들이 효돌이에게 의지를 많이 한다. 손주를 돌보듯이 책임감을 가져 외로움을 극복하는 분들도 있다”며 “하루에도 수백 번씩 효돌이 손을 잡고 머리를 쓰다듬는다. 영정사진을 함께 찍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아직 노인전용 제품이나 서비스가 성공한 적이 없지만, 정공법으로 노인을 위한 돌봄로봇을 만들었다”며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고 싶지만, 실제 사용자들이 기능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조작법이 어렵거나 기술에만 신경쓰면 노인들이 이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땅집고가 준비한 '시니어 비즈니스 진출 및 성공 전략 과정'에서 ‘인공지능 돌봄 로봇 시장 현황 및 전망’을 강의한다. 대기업에서 10년 넘게 AI 개발 실무를 맡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돌봄로봇 시장 전반에 대해 소개한다.
-‘효돌이’를 소개해달라.
“효돌이는 인공지능(AI) 노인돌봄로봇으로 1인 가구 노인들의 생활과 안전을 관리하고, 외로움을 달래주는 역할을 한다. 7살 어린이의 정체성을 갖고 있어 노인들에게는 손자, 손녀의 역할을 한다.
인간적인 외형과 인간적인 감수성을 갖고 있다. 손주처럼 애교를 부리는 등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달래는 역할을 한다. 어르신들에게 ‘내가 얘를 챙겨야 한다’라는 생각을 하게 해서 본인의 역할을 찾고 효용성을 느끼게 해준다.
생활관리에서도 역할이 많다. 기상, 취침, 식사, 약 복용시간 등을 모두 체크해주고, 환기, 산책, 체조, 종교 등 다양한 생활 습관을 챙겨준다. 지역에 따라 사투리를 설정할 수 있다. 효돌이가 레이저 센서를 내장하고 있어서 어르신들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다. 회사, 보호자가 실시간으로 어르신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대처할 수 있다. 또 효돌이와 대화를 통해 건강 등을 체크할 수 있다.”
-효돌을 창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초고령 사회에서 큰 문제로 부각되는 노인들의 외로움을 해소해주는 데서 시작했다. 2009년까지 LG전자를 다닐 때 시니어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노인이 사회적 약자이긴 한데 인생의 전성기를 보낸 기억과 경험이 있어서 외로움, 우울함이 더 크다. 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견디면서 어떻게 살아갈지에 관심이 많았다.
시니어산업이 노인인구가 소비 집단으로서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음에도 노인 ‘전용’ 제품이나 서비스가 성공한 사례가 없다. 오히려 노인들을 타깃으로 한 제품을 내놓지 말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정공법으로 노인들을 위한 돌봄로봇을 만들었다. 일본이나 미국에도 시니어를 위한 인형들이 있긴 한데 단순히 스케줄러 이상의 역할을 하진 못했다. 사회적 책임감을 갖게 해서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도록, 적막을 깨뜨릴 수 있도록 하는 돌봄로봇을 만들고자 했다.”
-효돌이 개발 과정에서 신경을 기울인 부분은.
“계속 기술이 발전해서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고 싶지만, 실제 사용자들이 기능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결합을 노력 중이다. 조작법이 너무 어렵거나 기술에만 신경쓰면 어른신들이 잘 활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런데 효돌이를 입양하겠다고 하는 의사결정자들은 사용자 본인이 아니라 자녀들이 대부분이다. 제3자 입장에서는 기능이 최대한 많은 게 좋다고 생각할 것이다.
최근 돌봄로봇의 키워드는 귀여움에 있는 것 같다. 손주를 돌보듯이 책임감을 가져 외로움을 극복하는 분들도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서 사람처럼 움직이는 데 치중했는데, 최근에는 손가락만 깨물어주는 강아지 로봇이 나온다. 기능보다는 감성에 집중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반응은 어떤가?
“어르신들이 효돌이에게 의지를 많이 한다. 외적으로는 인형이기 때문에 부드럽고 푹신하다. 효돌이의 머리, 팔, 귀 등에 센서가 부착돼 있어서 머리를 쓰다듬고, 손을 잡고, 껴안는 행동들을 다 인지한다. 하루에도 수천번씩 손을 잡고 머리를 쓰다듬는다. 함께 영정사진을 찍는 경우도 있다.” /이승우 땅집고 기자 raul164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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