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9.26 15:12
[땅집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건설업계에 유동성을 확보해주기 위해 건설사들이 보유한 토지를 최대 3조원 규모로 매입해주기로 했으나 실제 신청이 매우 저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LH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건설업계 보유토지 매입 신청을 받은 결과 총 6건, 17만7000㎡ 규모 토지에 대한 매각 의향이 접수됐다. 토지 기준가격으로는 535억원 규모다.
LH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4월 위기설'이 돌자 지난 3월 '건설경기 회복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방안 중에서는 최대 3조원 규모로 두 차례에 걸쳐 건설업계 보유 토지를 매입해주는 내용이 담겼다.
과거에서 LH가 PF 부실 우려 사업장을 매입해준 이력이 있다.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2조6000억원 규모)과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7200억원 규모) 두 차례다.
LH는 먼저 2조원 규모를 매입하기로 하고 1차 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집계 결과 신청액이 매입 목표액의 2.7%에 그친 것이다. 그마저도 접수된 6건이 모두 심의 과정에서 매입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주택건설사업자 자격을 충족하지 못했거나, 법에 따라 양도가 제한된 토지인 것이 원인이었다. 더불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토지라 매입이 불가능한 사례도 있었다.
이번 토지 매각 신청이 저조했던 이유는LH가 내건 매입 조건이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건설경기가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현재 사정이 어렵더라도 일단 땅을 갖고 있으면서 사업을 시행한 뒤 나중에 파는 게 수익 측면에서 더 낫다고 판단한 기업이 적지 않아 보인다는 설명이다.
LH는 기업들로부터 토지 매각 희망 가격을 제출받은 다음, 희망 가격이 낮은 순서대로 토지를 매입하는 '역경매' 방식을 도입했다. 매입 상한 가격은 LH 등 공공시행자 공급가격(공공택지) 또는 공시지가(민간택지)의 90%로 설정했다.
매입 대상은 토지 대금보다 부채가 커 브릿지론 이후 본 PF로 넘어가기 어렵거나 자금 마련이 시급한 기업이 보유한 토지다. 올해 1월 3일 이전 소유권을 취득한 3300㎡ 이상 토지여야 한다. 매입 방식은 기업이 신청한 토지를 LH가 매입하는 토지매입방식(2조원 규모),과 LH가 약정된 가격에 토지를 매입하기로 약속해두는 매입확약방식(1조원 규모) 중 선택해서 신청 가능하다.
대한주택건설협회는 LH의 토지 매입 가격이 낮아 매각을 유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로 민간택지 매입 가격 기준을 감정가격의 90%로 조정해달라고 건의했다. 공시가격 90%를 기준가격으로 역경매 입찰을 진행하는 경우 실거래가보다 과도하게 낮은 가격에 매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또 건설사가 토지를 재매입한 뒤 사업을 다시 추진할 때 발생하는 매몰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허가 취소를 탄력적으로 적용해달라는 제안도 나왔다.
하지만 국토부는 토지 매입 기간, 절차 완화 등을 검토할 수는 있으나 가격 요건은 바꾸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LH는 이달 말 2차 토지 매입 공고를 낼 계획이다. 신청 건에 대해서는 11월 매입 심의를 거쳐 연내 계약을 체결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사들의 토지 매입 신청이 저조하다는 것은 시장 상황이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2차 매입 공고를 하겠지만 땅을 싸게 팔겠다는 건설사가 많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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