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9.20 09:17 | 수정 : 2024.10.07 16:43
[실버타운에 살아보니] "혼불 필사로 다시 눈 뜬 문학 열정" 실버타운서 제2의 인생 펼친 83세 시인
[땅집고] "나이 들어 혼자 지내니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불안했고, 그렇다고 큰아들과 같이 생활하는 것도 생활 패턴이 달라 불편했죠. 실버타운에 입주한 후로는 너무 편해졌습니다. 식사 준비나 청소에서 해방돼 나만의 시간이 충분히 생겼고, 노후를 함께 보낼 가족같은 입주민들을 알게 돼 행복합니다.”
올해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문을 연 '더시그넘하우스 청라'. 지하 3층~지상 9층에 총 139가구 규모 실버타운으로, 모든 가구에 발코니를 적용하고 입주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주택형을 10개로 다양화했다. 한 사람이 넉넉히 거주할 수 있는 전용 11.6평부터 부부가 여유롭게 살 수 있는 30.3평 등 선택의 폭이 넓다. 보증금은 3억2900만~12억원이며 가구당 면적과 층, 방향, 인원에 따라 다르다. 관리비는 1인 기준 133만~465만원 정도다.
지난 5월 '더시그넘하우스 청라'에 입주한 이춘례(83)씨는 2018년 77세의 나이에 등단한 늦깎이 여류 시인이다. 그는 이 단지에서의 생활이 더 없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나이 들면 뒷방으로 물러나 무기력한 삶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이씨는 사회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새 인생을 만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가 처음부터 문학 활동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문학소녀의 꿈을 꿨지만 생활이 바빠 시를 완전히 잊고 지냈다. 1964년 24세의 나이에 결혼한 뒤 시부모 봉양, 남편 내조, 자식 뒷바라지에 정신이 없었던 탓이다. 하지만 어느날 이씨의 감성을 이해하는 남편과 함께 최명희 작가의 소설 ‘혼불’을 접하고선 문학에 다시금 눈을 뜨게 됐다. 부부는 ‘혼불’을 필사하며 문학이 주는 즐거움에 푹 빠졌다.
하지만 남편은 7번째 필사를 이어나가던 2012년 폐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이씨 역시 2018년 2월 초 문예창작반 강의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폐색전증과 당뇨로 쓰러졌다. 20여일 만에 깨어나 정신을 차린 뒤에는 '여생을 시를 쓰면서 보내자'고 다짐했다.
이씨는 큰아들과 함께 거주했다. 하지만 아무리 사랑하는 자식이더라도 생활패턴이 너무 달라 불편한 점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대책을 찾던 중 이씨는 2년 전 유튜브 영상을 통해 실버타운의 존재를 알게 됐다.
직접 실버타운을 체험할 기회가 있어 2023년 직접 방문한 이씨는 그 길로 자녀들에게 실버타운 입주 의사를 통보했다. 모든 경비는 큰아들이 일체 지원해주는 조건으로 올해 5월 새 집들이를 마쳤다.
그녀는 ‘더시그넘하우스 청라'에 입주한 뒤 시작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버타운 직원들에게 시를 적어 건네면, 직원들이 바로 인쇄물로 제작해 다른 입주민들과 공유한다. 직접 지은 시를 통해 실버타운 주민들이 다양한 소재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이씨에게는 행복이다.
이씨는 "실버타운에 입주하니 직원들이 때 되면 따뜻한 식사를 준비해주고, 꽃길만 걸으라고 화단을 가꿔준다”면서 “이 곳에서 매일 젊은 시절 보았던 추억의 영화를 볼 수도 있고, 감성이 풍부했던 소녀시절 손톱에 붕숭아 물 들였던 추억을 재현할 수 있으니 하루하루가 너무 감사할 뿐"이라고 전했다. /이지은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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