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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서울 집, 부자가 사니 금리에 둔감" 국책 연구보고서 부정한 국토장관

    입력 : 2024.09.12 17:20 | 수정 : 2024.09.12 17:49

    국토연구원, 금리인하하면 서울 집값 반응한다는 보고서 내
    집값 안정 염원 담은 뇌피셜 결국 정부 신뢰도 붕괴로 이어져
    금리상승으로 인한 집값 상승 가능성 인정하고 대비해야

    [땅집고] 박상우 국토부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서울 집 사는 사람은 재력가로 금리에 민감하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미국발 금리인하로 주택시장이 연말로 갈수록 과열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을 반박하기 위한 발언이다. 그런데 정말 금리와 서울 집값은 관계가 없을까.

    ☞관련기사 : 국토부 장관, "서울 집값, 금리에 민감하지 않아…그들은 재력가들"

    일단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은 2022년 ‘유동성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금리와 유동성(M1, M2, 가계대출, 주택담보대출)은 주택시장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고, 지역별 영향도는 서울, 수도권, 지방광역시 순으로 크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집값 폭등이 초저금리가 영향을 줬다는 것은 이미 학계에서 정설로 통하고 국민들에게는 상식이 됐다.

    토지거래허가 구역으로 묶여 있는 강남 송파 일부 지역은 현금으로 집을 사는 슈퍼리치들이 있지만, 최근 서울 집값은 상승의 근본 원인은 빚내서 집을 사기 때문이다. 은행권 8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8.2조원으로 20년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땅집고] 박상우 국토부 장관/조선DB

    누구보다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 같은 국토부 장관이 사실 관계가 맞지 않는 엉뚱한 말을 한 이유는 뭘까. 금리 인하로 하반기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주장을 반박, 집값이 제발 안정됐으면 한다는 염원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 장관의 뇌피셜은 정권 신뢰의 붕괴로 이어져

    문제는 이런 식의 뇌피셜은 정부의 신뢰성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집값 참사의 진정한 원인은 당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가벼운 입에서 비롯됐다.

    김 장관은 자신이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큰소리치면서 규제 대책을 남발했다. 그러나 저금리가 촉발한 과잉 유동성의 힘으로 집값이 치솟는 것을 막을 수 없었고 임기 막판에 가서 집값 폭등은 금리 탓이라는 변명을 했다.

    집값은 금리, 공급, 경기 등 복합적으로 결정된다. 시장경제는 물론 중국과 북한 같은 통제 경제에서도 집값의 상승과 하락을 국가가 통제할 수 없다. 집값에 대한 섣부른 전망, 근거 없는 집값 안정론은 결국 정부의 신뢰성을 추락시킨다.

    ■ 네덜란드, 미국 등 금리인하로 집값 상승세로 전환

    금리인하 기대감만으로도 집값이 뜀박질하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미 6월 기준 금리를 0.25% 인하한 유럽의 경우, 집값이 급등세를 보이고있다. 네덜란드의 7월 주택 가격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6% 상승했다. 통계기관 CBS는 네덜란드의 주택 가격이 2022년 7월 정점을 찍은 후 12개월 동안 하락했다가 지난 6월부터 다시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는 만성적인 주택공급 부족에 임금상승과 금리 인하까지 겹치면서 주택가격이 급등했다. 집값은 올랐지만 사겠다는 수요가 몰리면서 거래량은 전년동기보다 16% 늘어났다. 지나치게 가격 상승 속도가 빨라 일부에서는 폭락론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라보뱅크는 네덜란드의 주택 가격이 올해 9.1%, 내년에는 10.7%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상승률은 이전 전망치의 두 배 높은 것이다. 리보뱅크는 “지속적인 주택 부족과 낮은 이자율과 높은 임금상승률이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지난 2년간의 고금리로 인해 건설업체들의 주택공급이 감소했다. 네덜란드는 인구 증가에 발맞추기 위해 매년 약 10만 채의 신규 주택이 필요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평균적으로 그 양의 3분의 2를 건설했다. 이러한 주택 부족으로 인해 규제되지 않은 아파트의 가격이 2012년 이후 3분의 1 상승했다.

    ■ 금리인하 앞둔 미국 계속 상승,경기 침체한 중국은 집값 하락

    금리인하를 앞둔 미국도 주택가격이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6월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 지수는 전년동기대비 5.4% 상승했다.

    미국의 주요 10대 도시의 주택가격지수는 전년동기대비 7.4% 올랐다. 주요 20대 도시 중에서는 뉴욕의 주택가격이 전년동기대비 9% 오르며 가장 가파른 주택 가격 상승세를 보고했다. 샌디에이고와 라스베이거스가 2, 3위를 차지했다.

    기준금리가 내린다고 반드시 집값이 오른 것은 물론 아니다. 공급이 과잉이거나 임금이 오르지 않거나 실업률이 높아지는 등 경기가 나쁜 상황이라면 집값은 당연히 오르지 않을 수 있다.

    중국은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대출규제를 대폭 완화했지만 주택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있다. 주택시장 침체, 미국의 수출통제 등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DB

    ■ 집값 상승은 절대악도, 절대선도 아닌 경제현상

    한국의 집값이 오르는 것은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인하, 경기회복 기대감 등이 합쳐진 결과이다. 만일 금리인하에도 한국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면, 그것은 주택정책의 성공 덕분이 아니라 한국 경제가 엉망이 됐다는 증거일 뿐이다.

    국회 질의응답에서 한국 경제가 엉망이라는 야당의원의 질문에 대해 한덕수 총리는 성장률과 무역수지 등 여러 경제 지표가 양호하다고 반박했다.
    한 총리는 “우리 경제가 도약하지, 고꾸라집니까? 위원님, 그걸 원하시는 건 아니지요?”라고 말했다.

    금리를 인하했는데도 한국의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면 그것은 한국 경제가 꼬구라진 탓일 것이다. 집값은 금리와 경제여건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집값이 오르는 것은 절대악도, 절대선도 아니다. 경제현상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제대로 된 주택 정책을 펼 수 있다.

    지금은 금리인하로 인한 집값이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정부의 신뢰성을 지킬 수 있다. 금리인하에도 집값이 안오른다는 말을 남발할 경우, 김현미 장관이 범한 정부 신뢰성의 붕괴에 직면할 수 있다. /차학봉 땅집고 기자 hbch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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