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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집만 안오를까"…'슈퍼리치 트로피홈'이 만든 주택시장 통계 착시

    입력 : 2024.09.12 10:10 | 수정 : 2024.09.12 10:32

    주택시장 뒤흔든 슈퍼리치 초고가 아파트
    엉터리 통계로 시장 왜곡 방치하는 국토부
    일반주택과 초고가 주택 분리한 통계 필요

    [땅집고] 영어에 트로피 와이프(Trophy Wife), 트로피 허즈번드(Trophy Husband)라는 말이 있다. 슈퍼리치들이 신분을 과시하기 위해 선택한배우자를 일컫는 단어이다. 트로피 홈(Trophy Home)도 비슷한 의미이다. 슈퍼부자들이 자기 과시를 위해 선택하는 주택을 말한다. 수백억원서 수천억하는 맨해튼의 초고층 아파트, 실리콘 밸리의 대저택을 지칭한다.

    [땅집고] 34평 국민평형 아파트가 60억원에 거래된 서울 반포 원베일리 아파트/삼성물산

    미국에서는 이런 트로피 홈의 거래가격이 실시간으로 중계되지는 않는다. 가끔 알려지더라도 연예인 이야기처럼 자신의 일상과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의 트로피 홈 가격은 정부가 매일 거래가격을 공개하고 주택 통계에 반영한다. 트로피홈 거래가 늘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파괴력을 발휘한다.

    트로피 아파트 사냥에 나선 한류스타들

    최근 60억원에 거래된 반포 원베일리의 국평아파트, 180억원에 거래된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펜트하우스(98평) 등은 일종의 슈퍼리치 트로피홈이지만, 주택시장에 핵폭탄을 던졌다.

    반포 초고가 아파트는 재건축아파트로 20~30년전만해도 서민들이 사는 허름한 아파트였는데, 어느 순간 국평(84㎡)도 50억,60억원에 거래되는 것을 목격한 국민들은 충격을 받았다. 빌딩 한채 값으로 폭등한 반포 재건축를 보면서 평범한 국민들도 “20~30년 전에는 나도 저 아파트 살 수 있었는데”라는 좌절을 남기고 분노를 던진다.

    맨해튼 초고층, 실리콘밸리의 대저택은 미국민 누구나가 원래 비싼 아파트라는 것을 알고 있다. 초고가에 거래돼도 일반시장에 영향을 거의 주지 않는다. 한국도 한때 재벌들이 거주했던 성북동, 한남동 단독주택들은 수백억원에 거래됐지만, 일반인들은 재벌들은 비싼 주택에 산다는 느낌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정도였다. 대저택은 금수저가 사는 주택이라는 관념이 있었다.

    반포 원베일리, 아크로리버파크, 한남동 나인원한남,한남더힐,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 트리마제, 갤러리아포레 등 최근 폭등의 진원지는 아파트이다. 아파트는 누구나 살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준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아파트의 얼굴’을 한 슈퍼리치들의 트로피홈이다.

    대가족으로 대저택을 선호했던 재벌 1, 2세와 달리 재벌 3, 4세는 개인주의화하면서 아파트를 주거지로 선택하고 있다. 아파트문화에 익숙한 벤처 창업가, 한류스타 등 신흥 슈퍼리츠들도 외국과 달리, 주거지로 아파트를 선택한다.

    이들 아파트는 교통이 좋은 한강변에 밀집해 있는 점이 특징이다. 외부의 접근을 차단, 보안성이 높은 게이티드 커뮤니티(gated community)라는 점도 특징이다.

    트로피홈에는 적정가가 존재할 수 없다. 자신의 신분을 상징하는 자산이기 때문에 상징자본에는 원가도, 수익률도 없다. 34평 아파트를 60억원에 사는 사람을 일반인들은 이해할 방법이 없다. 초고가 주택 거래가 늘어나는 것은 슈퍼리치들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반증이다.

    [땅집고] 방탄소년단(BTS) 제이홉. 최근 120억 아페르한강에서도 펜트하우스를 매입했다. 제이홉이 보유한 총 부동산 재산은 300억원대에 달한다. /뉴스1

    전통적 슈퍼리치인 기업인에다 벤처 창업자, 한류스타, 대기업 CEO들이 슈퍼리치에 가세한 것이다. 젊은 슈퍼리치들은 아파트를 선호한다. 가령,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제이홉이 최근 서울 용산구 120억원의 ‘아페르한강 아파트’를 분양받으면서 총 서울 고가 아파트만 4채를 보유하고 있다. 손홍민은 400억원, 아이유는 130억원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뮤지컬 배우 홍광호가 구입한 반포 아리팍은 오히려 소박하다. 110억원이다.

    초고가 주택이 왜곡한 통계

    과거에 사인간의 주택거래는 은밀하게 이뤄져 일반인들이 알기가 쉽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다운계약서가 횡횡했고 다운계약서로 세금신고를 하는 것도 불법이 아닌 때가 있었다. 일종의 정부 공시가격에 맞춰 신고하고 세금을 냈다.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막고 정확한 정보 공개를 위해 2006년에 매매 실거래가 공개 제도가 도입됐다. 주택거래신고를 한 주택(아파트, 연립/다세대, 단독/다가구), 오피스텔, 토지,상업·업무용, 공장·창고 등 부동산 거래가격을 입력하고 공개하는 시스템이 도입됐다,

    국토부는 신고된 실거래가를 매일 공개하는데, IT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를 활용해서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오늘의 신고가, 신저가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실거래가를 기반으로 아파트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호갱노노가 오픈 한 것은 2015년이었다. 호갱노노이후 아실 등 수많은 업체들이 실거래가를 분석해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영국 등도 등기에 실거래가를 기재하고 온라인을 통해 공개되지만, 한국과 달리 단독주택 위주인데다, 우리처럼 거래가를 실시간 중개하지는 않는다. 슈퍼리치들의 트로피홈 거래가 중산층은 물론 서민 주택시장을 뒤흔들어 놓고 있지만,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시장왜곡을 막기 위해 도입된 실거래가 공개제도가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

    의도적 통계 왜곡과 오류도 횡횡
    집값의 정확한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슈퍼리치들의 아파트를 제외한 세밀하고 정밀한 주택통계가 필요하다. 일반적인 국민들이 살 수 있는 주택가격대를 산정해서 가격 흐름을 알려주는 통계 등을 개발해야 실제 시장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다.

    하반기 들어 집값이 폭등하고 있지만, 국책연구기관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집값이 올랐다는 발표는 쏟아지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왜 우리 집만 그대로야””왜 우리 집만 가격이 떨어졌지”라는 한숨이 터진다.

    무지에 의한 왜곡도 많다.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을 나타나는 PIR(Price income Ratio)이 대표적이다. 서울의 PIR이 20배가 넘어 20년을 꼬박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보도가 자주 나온다. 그런데 PIR은 저거의 빌라, 오피스텔은 제외한 아파트만을 대상으로 산정한다.

    반면 미국 등 다른 나라의 PIR은 모든 주택을 대상으로 한다. 서울이 미국 대도시보다 PIR이 높은 이유이다. PIR은 말 그대로 소득대비 집값의 배율이지, 집값이 비싼 정도를 표시는 지표로는 결함이 많다. 후진국은 집값은 싸지만 소득이 더 적기 때문에 PIR이 30~40배에 달하는 경우도 많다.

    슈퍼리치들의 트로피홈과 황당 통계, 왜곡 통계까지 가세하면서 주택시장의 출렁거림이 더 심해지고 있다. 교통정리를 해야 할 국토부는 시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른 채 10년후에 효과를 발휘할 공급타령만 하고 있다. /차학봉 땅집고 기자 hbch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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