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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공간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 '美건축가 톱 3%' 영예 안은 철학

    입력 : 2024.09.05 09:41 | 수정 : 2024.09.05 15:03

    [건축 명장을 만나다] 홍태선 건축가 美 건축사협회 명예회원 “건축은 공간과 비용의 제약을 풀어내는 것”

    [땅집고] “무조건 넓은 공간을 만들고, 고급스러운 재료를 써야만 건축 되는 건 아니죠. 건축가의 풍부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재료에 대한 이해, 시공 과정의 효율화로 200평에 지은 건축물보다 더 아름다운 100평 건물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땅집고] 홍태선 건축가.(YKH건축사사무소 대표) /김리영 기자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미시간주 최고의 사립 명문 크랜브룩 고등학교에서 피아니스트를 꿈꿨던 홍태선 건축가. 그는 부모님의 권유로 의대에 진학했고 음악과 미술을 부전공했다. 그러다 공간이 주는 아름다움에 빠져 건축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가 미국으로 간 지 43년 만인 지난 6월 미국 건축사협회 명예회원(FAIA)에 선정됐다. 미국 건축가 중에서도 3%만 소속될 수 있는 영예를 안았다.

    홍태선 건축가는 야마사키 한국지사인 와이케이에이치 건축사사무소(YKH Associates)의 대표다. 서울, 베트남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202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건축사협회 최고의 디자인 상(Honor Award)을 수상했다.

    [땅집고]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홍태선 건축가가 사무실에 놓인 그랜드 피아노에 앉아 영화 피아니스트(The Pianist)의 주제곡으로도 유명한 쇼팽의 녹턴 20번을 연주했다. /김리영 기자

    홍 건축가는 일반 건축가들처럼 학부시절부터 건축학을 전공한 것은 아니다. 그는 유년시절 예술에 재능을 보였다. 청소년기 피아니스트를 꿈꾸다 대학에 진학해선 부모님의 권유로 의학을 전공했다.

    그 와중에도 음악과 미술을 부전공할 정도로 예술에 대한 관심은 꾸준했다. 그러다 우연하게 한 지인이 건축을 공부해보라고 권유하면서 하버드대 건축대학원의 한 연수 프로그램을 이수한 것이 그를 건축으로 이끌었다. 이후 본격적으로 건축가의 길에 발을 내디뎌 예일대에서 건축학 석사 학위를 받고, 이후 일본계 미국인 건축가인 야마사키 미노루(山崎實)의 건축사무소에 취직해 설계를 시작했다.

    건축가이자 음악가, 미술가로서 다방면에 재능을 보이며 공부한 만큼 그의 작품에는 예술이 녹아있다. 그는 최소한의 재료를 활용해 색다른 질감으로 공간을 마감하고, 늘 새로운 공법을 찾아 작업 공정을 효율화해 공사기간을 단축한다.

    홍 건축가는 “국내외 모든 건축주는 언제나 최소한의 비용을 요구한다”며 “결국 건축은 공간이 가진 제약, 비용 등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인데 건축주의 요구를 들어주면서도 비용을 덜어 효율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땅집고]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카타르컨벤션센터. /YKH건축사사무소

    8000억원짜리 프로젝트였던 카타르 교육컨벤션센터 설계를 단 3년 만에 완공한 일화도 있다. 홍 건축가는 “총 6만2300평 규모로, 적어도 건축비로 1조 이상은 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일명 ‘24시간 설계’를 진행한 덕분에 3년 만에 8000억원에 공사를 끝냈다”며 “미국에서 12시간 설계해 도면을 한국으로 넘기면 이어서 12시간 설계하는 식으로 작업 속도를 높였다”고 했다.

    [땅집고]동대문구 제기동에 지은 종교시설 법화정사. 법화정사의 외벽에 문구가 적혔다. /YKH건축사사무소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 들어선 종교 시설인 법화정사는 외벽에 새겨진 문구를 신도에게 하나씩 분양하는 방식으로 총 80억원의 건축비를 조달해 지은 건축물이다. 공사비를 충당하면서도 신도의 마음이 담긴 건물을 만들고자 했던 건축주의 부탁을 반영해 홍 건축가가 아이디어를 발휘했다.

    경기 파주에 음료 공장 및 카페 운영을 목적으로 지어진 카페 브루어리는 독특한 공법으로 외부 질감을 살린 건물이다. 콘크리트 타설 전에 형태를 잡아주는 목재 구조물인 거푸집 일부를 콘크리트 표면에 달라붙게 한 다음 굳히는 방법으로 외벽을 마감했다. 낙엽송으로 만든 거푸집 문양이 콘크리트에 그대로 찍히도록 했으며 외벽 공사에 사용할 콘크리트 반죽을 하면서 파란색 계열 안료를 넣었다. 건물 내·외부 전체를 고급스러운 코발트 블루 컬러로 물들였다.

    홍 건축가는 “건축물의 구조는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디자인을 살려달란 건축주의 요구대로 재료의 질감을 살려 건물을 돋보이게 했다”고 했다.

    [땅집고] 경기 파주시에 홍태선 건축가가 설계한 음료 공장 및 카페 '카페 브루어리'. /YKH건축사사무소

    그의 첫 직장 대표이자, 롤모델이 된 야마사키 미노루는 미국의 상징적인 건물인 세계무역센터를 설계한 건축가로 잘 알려져 있다. 1972년 초고층 2개 타워로 완공한 일명 ‘쌍둥이 빌딩’이라 불렸던 건물이다.

    홍 건축가는 “50층 4개 동을 지을 비용으로, 110층짜리 2개 동을 지어 미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될 수 있었다”며 “비록 테러로 무너졌지만, 설계 과정에서 비행기가 날아들 것을 예상 못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당시 계산으로 최대치였던 화씨 1800도까지는 견딜 수 있도록 건물을 만들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고 했다.

    그는 요즘 같은 고금리·고물가 시대 건축을 한다는 것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홍 건축가는 “요즘은 친환경적이면서도 작업공정이 단순한 모듈러 건축이 부상하고 있다”며 “어느 시대에나 제약된 환경이 있게 마련이고 그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판단을 내려 건축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어렵다고 건물 짓는것을 포기하지 말고 적절한 설계 전략을 찾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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