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9.02 10:56
[땅집고] 정부가 지난달 28일 2035년까지 새로운 유형의 장기민간임대주택 10만가구 공급방안을 제시한 가운데 그 효과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새로 발표한 장기임대주택 모델은 리츠 등 법인이 단지별 100가구 이상 대규모, 20년 이상 장기간의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새로 발표한 장기임대주택 모델은 리츠 등 법인이 단지별 100가구 이상 대규모, 20년 이상 장기간의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는 10년 장기임대주택 등의 제도가 운영 중인데 이 기간을 10년 더 연장해 최장 20년간 세입자의 주거 안정성을 도모하는 것이다. 동시에 세입자가 바뀌면 시세대로 임대료를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주거비 물가상승률’보다 더 높은 임대료 인상률도 허용한다.
임대주택 유지·관리, 세금 부과 등에 따른 임대인의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도입하고 기업이 집주인이 되어 수익성을 높이는 모델이다.
■ 장기 민간임대주택 사업 “외국선 임대료 더 오르기도”
전문가들은 새로운 유형의 민간임대주택 사업 모델이 세입자의 주거안정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지만, 부작용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23년 영국 하우징리뷰(UKHousing review)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장기민간임대주택 제도를 도입했지만 2021년 이후 임대료가 급격히 상승해 중산층조차도 주거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며 “(장기임대주택 제도가)주택 공급 부족과 높은 임대료가 주거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이유로 “장기민간임대주택의 정책적 인센티브로 개발업자들이 장기임대주택 건설에 집중되면서 일반 주택 공급 감소가 발생했고, 주택구입을 하지 못하고 임대 시장으로 돌아가게 하는 악순환이 발생했다”는 점을 꼽았다.
또 정부가 도입하려는 제도를 실현하려면 법 개정이 수반돼야 한다. 새로운 모델을 만들려면 민간임대주택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해야 해 다수당 야당과의 협의가 필요하다. 사업성 부족을 해결해 줄 각종 세제 완화책은 시행령 개정으로도 도입 가능하지만, 새로운 모델이 일단 만들어져야 시행령을 고쳐 적용할 수 있다.
조준현 한국리츠협회정책본부장은 “기존 장기임대주택 사업의 경우도 10년간 집값 변동에 의해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고, 세금과 유지·보수, 임대료 상한 등에 묶여 사업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었다”며 “이 기간이 20년으로 늘어나면 그만큼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셈”이라고 했다.
■ “민간 임대사업자 규제 완화 방안도 필요”
이 같은 방식을 제도화하는데 국내 임대차 시장의 특수성도 고려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급모델이 3가지(자율형·준자율형·지원형)인데 임대료 규제가 완화 적용되는 ‘자율형’까지도 ‘주택임대차보호법의 2+2, 임대료 상승률 5% 상한’을 준수해야 한다”며 “이는 사업자 입장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했다. 또 그는 “임대시장의 모든 주택을 공공임대로 대체할 수 없는 것처럼, 법인사업자의 임대주택만으로 대체하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지므로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고 했다.
조 본부장은 “세입자를 전세사기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장기 거주하도록 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사업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된다면 좋을 것”이라며 “적어도 리츠 배당 수익률이 4~5% 보장되어야 보험사 등 다양한 사업자의 참여가 가능해진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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