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대책' 무용론에 추가대책 솔솔…日·中버블 잡은 그 대책까지?

[땅집고] 주택공급 확대를 통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8·8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계속 오르자 정부에서 추가대책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5일 “수도권 집값 상승이 이 이상 용인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9월 이후에도 투기목적 부동산 대출이 계속 늘어난다면, 현 대책 이상의 강력한 대책 시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은 사실상 8·8대책의 실패를 인정한 것으로, 이미 추가대책 준비에 들어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집값 밀어 올린 주택담보대출

집값 급등의 원인은 공급부족 등 복합적이지만, 금리인하 기대감을 타고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것이 직접적이다. 실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7월 주담대(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전달보다 7조5975억원 증가한 559조750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6년 1월 이후 월간 최대 증가폭이다. 집값 광풍이 불던 2020~2021년 0%대 초저금리 시기보다 주택 관련 대출이 더 커진 것이다.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도 DTI, LTV로 집값을 규제했지만, 사업자 대출 등을 통한 우회대출로 돈이 풀리면서 미친 집값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 치솟았다.

■ 스트레스 DSR 효과 있을까

정부는 내달부터 본격적으로 스트레스 DSR 2단계를 도입한다. DSR은 연 소득에서 대출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현재 은행 대출은 40%, 비은행 대출은 50%로 규제하고 있다.

스트레스 DSR 제도는 변동금리 대출 등을 이용하는 차주가 금리상승으로 원리금 상환부담이 상승할 가능성을 감안해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하는 것이다. 지난 2월부터 스트레스 DSR 1단계(0.35%포인트)가 시행됐고, 내달부터 2단계(비수도권 0.75%포인트, 수도권 1.20%포인트)가 적용된다.

그러나 9월 미국의 금리 인상이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이어서 한국도 조만간 금리인하가 불가피하다. 금리인하까지 이뤄지면 2단계 스트레스 디에스알(DSR)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금리를 추가로 올려서 대출을 줄이도록 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규제는 월급쟁이는 손발을 꽁꽁 묶고 현금부자들만 집을 살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라는 비판을 받게된다.

■ 버블 잡는 만병통치약 ‘부동산 총량 규제’

문재인 정부의 집값 폭등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집권한 정부 입장에서 집값이 추가적으로 오르는 것을 용인하기는 쉽지 않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극단적인 대책도 거론하고 있다.

대출을 꽁꽁 막아버리면 집값을 잡는 것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중국은 2021년이 집값이 치솟자, 주택담보대출 총량 관리 제도를 도입했다. 은행의 전체 대출 잔액에서 부동산 관련 대출 및 개인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차지하는 비중 한도를 설정했다. 대형 은행의 경우 부동산 관련 대출 상한선은 40%, 개인 주택담보대출 상한선은 32.5%로 정해졌다.

극단적 대책이지만, 시진핑 주석의 다함께 잘 먹고 잘살자는 이른바 공동부유론에 따른 정책이었다. 각종 규제 대책에도 집값이 계속 치솟아 ‘백약이 무효’라는 말이 나오던 중국도 총량규제로 인해 아파트 가격이 폭락하면서 주택개발 업체들이 연쇄부도를 냈다.

과거 일본도 1990년대 집값이 치솟으면서 정치 사회문제가 되자 결국 금리인상과 함께 부동산 대출 총량규제를 도입했다. 일본 경제 버블 붕괴 결정타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출 총량 규제를 도입했다면 미친 집값을 잡을 수 있었겠지만, 일본과 중국 경험 탓에 선진국에서는 이런 극단적 정책을 펴는 나라는 없다. /차학봉 땅집고기자 hbch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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