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8.23 14:22 | 수정 : 2024.08.23 17:06
[땅집고] “ 그동안 경기가 나빠지면 부동산을 좋게 해서 경기를 부양하는 모습이 반복되어 왔다” “현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22일 3.5% 기준 금리를 동결하면서 이창용 한은총재가 기자 간담회에서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금리 동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금리 인하가 너무 늦어질 경우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성장 모멘텀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이런 발언을 한 것은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대통령실에 대해 “금리 인하를 원하면 집값부터 잡아야 한다”고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22일 3.5% 기준 금리를 동결하면서 이창용 한은총재가 기자 간담회에서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금리 동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금리 인하가 너무 늦어질 경우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성장 모멘텀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이런 발언을 한 것은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대통령실에 대해 “금리 인하를 원하면 집값부터 잡아야 한다”고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금리동결에 대해 대통령실과 여당 국민의 힘 관계자들은 “금리 결정은 금통위의 고유권한이지만 내수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은 총재 금리로 집값 상승 가능성 경고
문제는 앞으로이다. 한국은행이 이번에는 금리를 동결했지만, 9월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면 국내 금리인하도 불가피하다. 더군다나 시중금리는 이를 선반영해서 금리가 계속 내리고 있다. 결국 정부가 원하는 금리인하를 위해서는 부동산이 과열되지 않도록 정부가 정책을 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은이 과도한 유동성을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통화정책은 운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면서 ““만약 예전의 0.5% 금리 수준으로 조만간 돌아가서 영끌시 부담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분명히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금리인하가 불가피하지만, 코로나 시기처럼 극단적인 저금리로 회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당시 기준금리가 0.5%까지 내리면서 집값 폭등이 발생했다.
◆금리인상압박하는 대통령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금리 결정은 금통위의 고유권한이지만 내수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3일 기준금리 동결과 관련 “내수 진작 문제 차원에서 봤을 때 약간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당과 정부는 고위당정을 거쳐 다음주 중 추석 대비 공급 등 안정대책과 함께 소비 진작 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금리인하의 필요성과 집값 안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위해 ‘8.8대책’을 통한 공급확대 정책을 내놓았고 최근 대출 규제 강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의 발언은 정부도 노력하고 있으니 한국은행도 화답하라는 의미로 보인다.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 경고하는 한은총재
이 총재는 “한국경제를 전체적으로 봤을 때 부동산 가격 올라가는게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동산이 소득 대비 너무 많이 올라가서 버블(거품)이 꺼질 때 금융안정 측면에서 문제가 된다. 그동안 경기가 나빠지면 부동산을 좋게 해서 경기를 부양하는 모습이 반복되어 왔는데, 금통위원이 그런 고리를 끊어낼 때가 됐다는 의견도 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작년 보금자리론, 올해 신생아대출 등 정책금리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올린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7월로 예정됐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ebt Service Ratio, DSR) 규제를 9월로 연기해 집값 과열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의 8.8대책은 명분은 공급확대를 통한 주택가격 안정이지만, 사실상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여전히 경기부양적 성격을 갖는다. 재건축 재개발 규제완화, 신축 빌라 무제한 매입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의 집값은 과열양상이지만, 지방은 미분양이 7만 가구를 넘었고, 서울도 빌라, 지식산업센터 등 비아파트 부문은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 부동산 PF 위기의 발생가능성도 여전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집값 과열 놓고 한은과 국토부의 면피 논쟁
한은 총재는 정부가 최근 발표한 주택 공급 등 부동산 대책에 대해는 “국회를 통해서 정부의 부동산 공급 정책이 실현되기를 바라고, 이는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올라가는 데 대한 제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급확대 정책이 말뿐이 아니라 내실 있게 실현되어야 집값상승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는 “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부동산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금융 안정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며 “이번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이 현실적이고 과감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 총재가 정부의 정책을 호의적으로 평가하는 것 같지만, 뒤집어보면 그런 좋은 정책을 왜 좀더 일찍 펴지 못했느냐는 질책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대통령실과 국민의 힘이 요구하는 금리인하가 가능하려면 집값이 안정될 수 있는 공급확대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미로도 보인다. 현 정부는 2022년 사상 최대 규모인 5년간 270만가구 공급 계획을 발표했지만, 2023년은 거의 사상 최저 수준으로 공급이 감소했다.
문재인 정부시절 한은과 정부는 집값 폭등을 놓고 서로 금리와 주택공급 책임론을 주장하면서 이른바 ‘책임회피 논쟁’을 벌인 적도 있다. 지난 7월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집값 과열과 관련, "수급의 문제라기보다는 증시 용어로 보면 금융장세적인 성격이 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토부의 책임 아니라는 의미이다.
/차학봉 땅집고기자 hbcha@chosun.com